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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은메달, 정말 아쉽다

김나영 |2008.08.16 14:24
조회 14,588 |추천 318

 

 

어느샌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금메달을 당연시 하던 분위기에서

은메달이든 동메달이든 선수들을 격려하고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로.

 

심지어는 캐스터들 조차

"아..아쉬운 은메달입니다.."라고 말하면

욕을 먹는 분위기이니..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의 노력을

높이 사려는 마음들이 더 커진 듯 하다.

 

 

그러나.

 

까놓고 말하면.

 

아쉽다. 정말 아쉽다. 눈물나게 아쉽다.

 

선수들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이

오직 1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쉽다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의 기분이 그렇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했는데 안되었을 때,

주위에선 그래도 수고했다 격려해주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다시 또 다음 기회를 노리며

또 그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막막하기도 할테고

내게 기대를 걸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과연 다음에는 될까 또 막연히 불안해지기도 한..

 

선수들 역시 혹 그런 기분은 아닐까 싶어서,

그들이 또 한번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며 또 그 고생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아쉽고 안타깝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판으로 패한

왕기춘 선수는 자신의 실력이

금메달을 따기에 아직 모자란가 보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9;금메달을 못따는 모자란 실력&#-9;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니 미안할 필요도 없다.

 

"실력"이 아쉽다는 것이 아니다. 

금메달을 따도 부족할,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아쉬울 뿐이다.

 

 

 

 

사격의 진종오 선수.

금메달을 못따 죄송하다고 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는 커녕,

그의 이름 석자 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 더 미안하다.

 

우리나라가 사격 메달권에 들만큼

사격을 잘하는 나라인 줄 미처 몰랐다.

그래서 또 미안하다.

 

(진종오는 다음에 치뤄진 권총 50m에서 금메달을 땄다. 다행이다!!)

 

 

 

 

 

역도의 임정화 선수.

평소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으나

아깝게 4위로 메달 획득은 하지 못했다.

 

금메달은 없었지만.

그녀가 한국 최고임을 증명했다.

 

 

 

 

역도의 윤진희 선수.

동메달을 딴 나스타샤 노비카바와 동률을 이룬 상태에서

몸무게가 150G 가벼워 은메달을 획득했다.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어렵게 키워진 윤진희는

고등학교 재학 중 할머니마저 잃고 혼자가 됐다.

이때 그를 돌봐준 것은 국가대표팀의 스승이던 고 김동희 코치.

윤진희의 가능성을 알아본 김 코치는

사비를 털어 보약을 짓는 등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코치는 4월 1년여 간암 투병 끝에 36세라는 나이에 숨을 거뒀다.

윤진희는 “우리 엄마 같은 김동희 코치님이 가장 고마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돌보아 주시던 할머니도, 코치님도 없이

더욱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해왔을 윤진희 선수.

 

은메달을 목에 걸고

복받치는 눈물이 아닌, 환하게 웃던 모습,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남자 역도의 지훈민 선수.

아쉽게 실격 당했지만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메달 보다 값진 타이틀, 한국 신기록.

 

 

 

69kg 남자 역도의 이배영 선수.

발목 부상과 근육 경련에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바벨을 들었다 실패하기를 반복하면서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패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바벨을 떨군 것이 아니었다.

그의 손은 끝까지 바벨을 들고 있었고

그의 무릎이 먼저 바닥에 닿았다.

 

투혼.

부상 당한 그의 몸보다

그의 의지가 더 앞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의지와 노력, 그 감동..

이것이 올림픽이구나 새삼 느꼈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또 한사람.

 

 

조정의 신영은 선수.

 

지난 11일 조정 싱글스컬 8강에 진출하여

3조 6위로 24명중 19위로 힘겹게 준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신영은 선수의 경기 모습을 중계한 방송사는 단 한곳도 없었다.

경기 당일, 신영은 선수의 준결승 진출을 보도한 매체 역시

단 한곳도 없었다.

 

오늘 일정/결과표에 13일(오늘) 오후에 있었던 준결승전에서

신영은 선수가 5위를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래서 신영은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준결승전 5위로 대회를 끝마치게 된 것이었는지 조차

관련 기사가 단 하나도 없다.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노력에 대해 박수를 받는 선수들 보다도

더한 무관심 속에서 외로이 싸워온 선수다.

 

또 한사람..테니스의 이형택 선수.

한국의 간판 스타로 불리던 이형택 선수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게 되었음에도.

이형택의 성적이 메달권에서 멀다는 이유로

이형택의 마지막 경기는 방송을 타지 못했다.

 

 

 

펜싱의 남현희 선수.

장신의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한국 올림픽 사상 첫번째 메달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어렸을 때.. 아름다운 외국 여자 선수들의 피겨 스케이팅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저런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종목이었다.

 

그런데 김연아가 나왔고

수영의 박태환이 나왔고

펜싱의 남현희가 나왔다.

 

조정의 신영은 선수 역시 위의 선수들 처럼 이름을 알릴 날이 오게 될까.

이형택 선수 역시, 그가 그동안 우리나라 테니스에 얼마나 많은 희망을

주었던가를 높이 평가 받을 수 있게 될까.

 

 

 

 

역도, 레슬링, 유도, 펜싱, 수영,핸드볼 등..

올림픽 때에만 시선이 가는 종목들..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소외되던 종목들.

사람들의 관심에도 너무나 멀리 있었던 종목들..

 

우리는 안될 거라고 지레 포기했던 그 종목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 대단하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평생의 꿈으로 여길 올림픽에서의 우승,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금메달로도 부족할 터인데..

 

바로 눈 앞에서

최고의 영광, 최고의 보상을 놓친

선수들이 너무도 안타깝고 아쉽고 또 미안하고,

 

그 경기 과정 조차 지켜봐주지 못했던,

그들이 지금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던

소외 종목의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크다.

 

 

 

 

관심 밖에 있었던 선수들이

올림픽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4년간 보이지 않게 훈련해온 노력들이

빛을 발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격려를 받았다.

 

선수들 중 누구도 올림픽에서 처럼

그들의 이름이 이렇게나 자주 불리워지고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리라.

 

그 관심 속에서 운동선수로서 꼭 한번은 누려보고 싶을

금메달의 영광,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고 또 미안하다.

 

아주 작은 차이로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자리를 놓치고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 선수들.

 

그 아주 작은 차이를 좁히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기에,

 

그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에,

 

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라도

그들의 노력이,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보상으로

위안 받기를 바래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은메달은. 참 아쉽다.

 

그 아쉬움을

앞으로 계속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채워줄 수 있을까.

 

너무나 애썼던 그들.

최고의 영광, 금메달로 위안 받지 못한

그들의 마음을 사람들의 관심으로 채워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추천수318
반대수0
베플이다원|2008.08.16 22:52
그저 모든게 다 자랑스럽습니다.
베플장찬미|2008.08.17 00:01
4년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한 그들은 이미 4년 전부터 쭉 금메달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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