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에 일어나 지난 밤 미리 셋팅을 해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108번뇌와 함께 찍어눌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시계는 이미 여덟시 사십분을 가리키고 있지만 나의 시간표에는
기술영업 한과목만 덜렁 하고 올라와있다
결국 피시방으로 갔다가 갓 제대한 뜨끈뜨끈한 꾸러기 수비대에 전화를 해서
수강신청을 부탁하고는 다시 길을 두두둥 하고 떠났다
사천에서 삼천포를 지나 삼천포대교를 타고 남해로 갔다
빠알갛게 잘익은 그 대교를 보니 작년 그 녀석과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놀러왔던 기억에 푹 하고 웃음이 났다
안녕 나 기억하니 빨간다리야
다리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뒤에서는 성질급한 자동차가 빵빵 울었다
스쿠터 꼬리에 붙어있는 (경주고속) 이라는, 자꾸만 나를 따라다니는 그 노오란 딱지가
보는사람들마다 어이쿠 멀리서도 왔네 하게 만들었다
역시 남해로 들어서니 드문드문 자전거 여행객들이 보인다
차마 씽씽 하고 내가 그들 곁을 재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미안해서
괜히 속력을 줄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독일 마을로 가야지 해놓고는
간판 앞에서 앗 아메리칸 마을도 있네
하다가 차선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결국 목적지인 보리암으로 바로 갔다
해상국립공원 이라는 간판이 커다랗게 세워져있는 길을 따라서
꼬불꼬불 보리암을 향해
주차장에 빵상18205호를 세워두고는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보리암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 28인승 버스인지라 어른/어린이 가 아닌
좌석수에 따라서 1,000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비록 미취학 아동이라도 저기
내 뒤에 앉아있는 버릇없는 두 꼬마녀석들도 각각 1,000원씩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표소 아저씨는 몇 번이나 그 녀석들의 아버지에게 무릎에 앉혀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모두 그 이야기를 코로 듣던 아저씨는 세번의 경고에 화를 내면서
아 더럽게 따지네 돈 주면 되잖아 돈 하면서 창문 밖으로 이 천원을 던졌다
아저씨의 바로 앞에 서있었던 차장 아저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차를 내려서 이천원
을 주으셨다.
돈
Don't
그렇게 도착한 보리암은
내가 엉엉 목놓아 울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중국에서 그 빌어먹을 Mr. Yang은
끊임없이 전화가 와서는 나에게 숙제를 주었다.
그때 보리암의 종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두 꼬마녀석들을 보았다
그중에 큰 아이가 자신의 오른 발을 뒤로 향하게 하고는 종을 쿵 하고 발로 찼다
그때에 달려나오는 녀석의 어머니와 커다란 호통소리
너 방금 뭐했어
발로 종을 찼는데요
이건 그냥 종이 아니야
그럼 뭐예요
보물이야 보물
이 더러운게 보물이예요?
그래 우리나라의 소중한 보물이야
아 그렇구나
현중이는 보물1호 장난감 어떻게 해? 막 발로 차?
아니요 예뻐해줘요
그럼 이 보물 종도 어떻게 해야하지?
예뻐해줘야해요
그래 맞아
아 기분좋은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또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커다란 석상을 향해서 절을 하는 무리들과 부닥쳤다
나도 함께 어울려 큰 절을 올렸다
무엇을 기도했는지는 무엇을 바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솓구쳐 올라서 그만
기념품 가게에서 우주의 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손수건을 사고 말았다
보리암을 내려와
이젠 어디로 갈까 하다가
뭐 그다지 마음 가는 곳이 없어 우선 이 곳을 빠져나가자 했다
여전히 내리쬐는 햇살
꼬불꼬불 에스라인들을 따라 두두두둥
기름을 넣을 때 인가보다
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는데 역시나 깜짝놀라 달려나오신 아저씨는
왜 혼자 이렇게 다니세요 하고 묻는다
남해를 나와서 어디로 갈까 생각중인데 추천해주실 곳 없으세요 하니
통영으로 가보는건 어떻겠냐고 하신다
삼천포에서 고성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통영이라고
통영에 어느 마을이 있는데 사진 찍기가 참 좋다면서
엔진도 확인 해주시고 타이어 바람도 넣어주시고 잡다한 안전수칙들을
자신도 왕년에는 오토바이로 전국일주를 한 몸이라며 한동안의 긴 연설을
늘어놓으셨다.
마지막으로 진짜 조심하라고 백번만에 나를 놓아주시면서 얼음물 한통을
챙겨주신다
헤헤 안녕히계세요
분명히 가는 길에 왼쪽 편으로 독일 마을이 보였지만 아 저게 독일 마을이구나
하면서 그냥 지나쳐버린다
두두두두두둥
또다시 삼천포 대교를 지나면서 여기서 좌회전이지 하고 보니 길이 없다
신호를 받고 기다리면서 나의 뒤에 서있는 트럭 아저씨를 향해 바디커뮤니케이션을 시도
분명히 나는 통영 어떻게 갑니까 하고 손짓과 눈짓을 했는데
아저씨는 화이팅!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신다
하는수 없이 큰 소리로 지구의 언어를 내뱉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손가락으로 건너편 길을 가리키시더니 그쪽으로 차를 세우란다
차까지 세워놓고 나를 향해 다가오시는 아저씨는
명함과 함께 지도를 건네주시며 여행을 잘 하라는 말씀과 어깨를 툭툭 쳐주신다
힘든 일 생기면 언제든 전화하라는 말씀을 담기고는 떠나버리셨네
그렇게 삼천포에서 (또한번) 고성을 지나 연꽃 밭을 지나서 서울의 한서방한테
전화를 한 통 하고는 다시 통영을 향해 갔다
통영이라는 표지판이 보여서 그대로 가는데
앗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함께가요 이마트 잖아
이대로 지나칠 수 없잖아 하고 들어간 마트는
시원하고 상쾌하고 유쾌했다
그길로 복분자 한 병에 참치포와 과일 몇 가지를 사왔다
마음도 가방도 든든해진 호랑고양이는 그렇게 또 길을 떠났다
역시 대도시는 복잡하구나 하고 신호를 받고 서있는데
옆에서 빵빵 해서 쳐다보니
하얀색의 승용차 안의 한 여자와 남자가 나를 향해 소리를 쳤다
여행 중이세요?
나는 네 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더니
멋져요 하고 응원을 해주었다
머쓱해진 나는 웃기는 웃었는데 그 웃음이 썩 괜찮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내 웃음을 본 남자의 표정이 별로 안좋았기 때문이다
혼자 다니다보면
가끔 웃는 법과 말하는 법을 잊어버릴 때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때서야 호랑고양이는 다음에 또 여행을 하게 되면
꼭 명함을 만들어야하겠다 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번화가를 빠져나와 해저터널을 지나서 나와 동양의 나폴리는
악연의 끈을 맺기 시작했다.
지쳐서 잠을 자려고 해도 극성수기의 통영은 나를 위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시골로 시골로 길을 떠났던 호랑고양이는
겨우 민박집을 하나 찾았지만 낯선 처녀를 집에 재울수 없다는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의 완강한 반대로 나는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흠
그렇게 설명도 불친절하고 차도 빵빵 거리고
내가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져도 무심한 그들 속에서 나는
결국 산양까지 넘어와서는 한숨과 함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아침에 수강신청을 맡겼던 그 녀석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는
화풀이를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그냥 밤새도록 달려서 부산으로 갈까 하고
망설이는 호랑고양이에게 그 아저씨는
아가씨 무슨일인교
하고 구세주와 같은 인자한 웃음으로 물어보신다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니 여기 윗 집에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신데
빈 방 있으니까 가서 사정 부탁하고 하룻밤 자고 가라 하신다
네에 하고 그길로 달려가 주스 한 병 사들고 할머니댁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 하니 그래 뭐 하룻밤 자고 가라 하신다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는 내가 오자 손녀 생각이 난다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신다
그리고는 목소리 한번 들어볼래 하고 수화기를 들어 손녀 집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요즘 바쁘다고 하더라 하시며 씁쓸
한 할머니의 웃음을 보고는
나는 그길로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방으로 들어와
보리암에서 미루어두었던 눈물을 내쏟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