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인생에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몇 가지 사건들이 있다.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던 게 그 첫 번째라면, 가장 최근의 일은
처음으로 자기 자동차를 산 것이었다.
차를 인수받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얼마 전부터 조심스럽게 만나기 시작한 여자친구였다.
일찍 퇴근한 그녀를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그는 굳이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그녀를 태우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 떠올라, 사라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2년 전에 헤어진 옛 여자친구의 얼굴이었다.
그의 두 번째 애인이자, 20대의 절반을 함께 했던 그녀는
그에게 어머니만큼이나 훌륭한 여자였지만,
당시의 그는 망나니나 다름없었다.
이럭저럭 졸업을 하고 나서, 마땅한 직업도 없이,
모든 회사는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카드빚만 무궁무진하게 늘려가는 동안,
그는 그녀에게 짜증만 냈을 뿐이다.
외식비를 아끼자며 그의 자취방에서 저녁을 만들어주고,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먼 길을, 두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며 돌아갔던 그녀.
언젠가는, 갈아타려던 버스가 끊겼다며 그 먼 길을 걸어서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다리가 아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새벽녘에 벌떡 일어나더니, 어둠 속에서 자기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는 일어나서 그녀의 부은 다리를 주물러주고 싶었지만,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서, 그냥 두 눈을 꽉 감고 자는 체했다.
이상하게 그날 밤 일이, 몇 년이나 지난 지금 그의 머릿속을 꽉 붙들고 있었다.
그녀에게도, 이렇게 한 번 차를 태워줄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면,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도 할 수 있었을 테고,
그렇게 꽉 막히게 굴지도 않았을 텐데.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의 차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사랑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사랑에 대해 배우는 부분도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가장 위대한 사랑은
우리가 그것을 다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때 찾아오는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