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수녀, 대도(大盜) 신창원과 '편지교감'
'이모님 사랑합니다… 신창원 올림'
2002년 수녀가 책 보내준 뒤 31회나 편지 오고감
'이모님, 저는 아직도 예수님께 전부를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송 교도소에 복역 중인 대도(大盜) 신창원의 편지다.
편지의 끝에 ‘2004. 4. 10 개구쟁이 조카 올림’이라고 써 있다.
받는 사람은 그가 ‘이모’라고 부르고 있는, 부산 성베네딕도 수도원의 시인 이해인수녀님이다
“내가 모든 이들에게 이모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 너무 감사해요. 신창원씨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벌써 31번째 편지를 주고받고 있어요 2002년에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란 책을 내고 그에게 부쳐 주었는데, 그걸 계기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어요.”(이해인)
자신의 “헛된 집착을 고뇌하는” 무기수(無期囚) 신창원의 편지는 계속 이어진다. 글씨체가 소녀의 펜글씨처럼 곱다.
‘어떻게 보면 (제가) 아주 조그마한 것에 집착하고 있거든요. 이것을 끊어야만 주님께 전부를 드릴 수 있는데, 제 뜻과는 반대로 매번 의지가 무너지게 됩니다. 밖에 있을 땐 제 곁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쉽게 제 전부를 줬어요. 그 사람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목숨을 맡겼거든요. 제 신분을 고백한다는 것은 생명을 맡긴다는 뜻과 같았기 때문입니다.…’(신창원)
신창원은 지난 4월 고입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오는 8월 대입 검정고시를 기다리고 있다. ‘고입’은 한 과목당 한 문제 정도 틀렸다고 했고, ‘대입’은 모의고사로 평균 75점을 받았지만 앞으로 90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해인은 신창원이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유년시절의 사진들은 물론, 그가 목욕 수건을 풀어서 그 올로 짠 십자가 벽걸이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색이 몹시 붉었다.
“그 사람은 저를 전적으로 믿고 있어요. 이 편지와 사진들을 저에게 맡긴다고 했거든요. 그는 무기징역에다가 20년을 더 선고받았기 때문에 살아서는 교도소를 나올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곧 만나게 되겠지요.”
신창원의 편지는 한 번도 ‘사랑해요’라는 말로 끝을 맺지 않은 적이 없다.
‘이모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사랑도 듬뿍 받으시구요. ○월달부터는 포로롱포로롱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사랑해요. 많이 많이~~ 2004년 ○월 ○일 개구쟁이 조카 올림.’(신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