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하기 전에 의사는 먼저 질식 흔적이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한다.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곧 사망한다. 폐와 심장의 근육이 동작을 멈추고 뇌에 산소가 든 혈액의 공급이 중단된다. 그러나 심장이 박동을 멈춘 뒤에도 뇌는 약 10분 동안 살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다시 심장이 박동하여 살아난다 하더라도 뇌의 신경 체계가 파괴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질식은 폐가 외부 공기를 받아들이지 못할 떄 일어난다. 이 과정은 여러 가지 경로로 이루어질 수 잇다. 가슴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폐의 움직임을 방해해서 호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는 군중이 한꺼번에 몰렸을 떄나 동굴이 붕괴했을 때 발생하며 사망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호흡기가 막힐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물에 빠졌을 떄가 바로 이런 사례인데, 이때도 기도가 막혀서 질식이 일어날 수 있다. 목이 졸릴 떄도 이와 비슷한 흔적이 남는다.
목을 조르면 각기 다른, 하지만 서로 연관된 2가지 작용이 일어나 살아있는 육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숨통을 누르는 행위는 뇌로 공급되는 혈액을 직접적으로 차단한다. 동시에 경동맥 속의 혈압 변화를 감지하는 미주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한다. 이 경우 뇌는 혈압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장 박동을 멈추게 한다.
질식으로 사망했을 경우 흔히 질식사임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는다. 혈관의 압력이 높아졌던 까닭에 얼굴이 부풀어 있다. 특히 두피와 목의 피부는 눈에 띄게 푸른색을 띈다. 이를 의학적으로 청색증(Cyanosis)이라고 한다. 이 푸른색은 산소가 결핍된 헤모글로빈의 색깔이다. 이는 또 정맥을 흐르는 피의 색깔이기도 하다. 또 질식으로 사망했을 경우 혀관이 파열되면서 생긴 작은 일혈점(Petechia)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점들은 특히 눈의 흰자위나 눈꺼풀, 얼굴 피부, 입술 그리고 귀 뒤쪽에 나타난다.
교살은 손이나 기타 도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 손을 사용할 수 있고 양손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앞에서 목을 조를 수도 있고 뒤에서 목을 조를 수도 있다. 외부로 드러나는 흔적은 목에 나타나는 멍이나 찰과상이다. 손가락으로 인한 멍은 보통 원형이며 손가락 끝이 피부에 닿는 면적보다 조금 작다. 그러나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살인자가 공격할 때 피해자의 목을 잡는 위치는 바뀔 수 있다. 그 결과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멍의 흔적은 보다 크고 불규칙하다. 만일 불과 몇 초 안에 살해되었고 범인이 곧바로 손을 풀었다면 울혈이나 청색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목을 조르는 행위가 15초 이상 지속되었다면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손을 이용한 교살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이런 유형의 살인은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도중에 혹은 그 뒤에 자행되는 경우가 많다.
밧줄이나 쇠줄, 전화선이나 전기선이 교살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카프나 넥타이, 스타킹, 심지어 브래지어 까지 교살의 도구가 된다. 그리고 이 도구의 흔적은 사체의 목에 선명히 남는다. 범인이 살해 도구를 현장에 남겨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체의 목에 난 흔적으로 범행 도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폭은 얼마나 되는지 추정할 수 있다. 살해에 사용된 끈에 특정한 매듭이 있다면 이 흔적은 사체의 목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이것은 살인자를 찾아내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연쇄살인범이 특정한 도구만을 교살의 도구로 사용할 때 더욱 그렇다. 이 경우에도 손을 이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압박이 15초 이상 지속되었을 때 울혈 및 일혈 증상이 나타난다.
베개나 기타 부드러운 물체를 이용해서 질식사시킬 경우 흔적은 거의 남지 않는다. 심지어 손으로 했을 때도 흔적이 남지 않는 경우가 있다. 비닐 봉투를 덮어씌워 질식사시킨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피해자는 대부분 잠자던 노인이거나 갓난아이라서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사에는 사망자의 폐에서 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건조한 익사'와 물이 발견되는 '젖은 익사'라는 2가지 경우가 있다. 건조한 익사는 불과 몇 초 안에 이루어진다. 물에 빠질 때의 충격으로 심장 박동이 멈출 수 있으며 또 콧속으로 들어간 물이 후두에 경련을 일으켜 물이 폐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그 결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곧바로 의식을 잃고 사망할 수 있다. 건조한 익사의 빈도는 전체 익사 중 약 15퍼센트이다.
젖은 익사는 폐 속으로 액체가 들어간다. 어떤 액체든 익사를 일으킬 수 있다. 깊이가 불과 몇 센티미터 되지도 않는 웅덩이라 하더라도 희생자가 얼굴부터 처박힐 경우 충분히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만일 민물에서 익사 사고가 발생한 경우, 많은 양의 물이 빠르게 혈관으로 흡수된다. 단 1분 만에 혈관의 5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많은 양이 빠르게 흡수된다. 이는 심장에 상당한 부하가 되고 심장은 곧 박동을 멈춘다. 그러나 바닷물에 익사할 경우는 다르다.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혈액의 염분 농도보다 높기 때문에 신체 조직의 수분이 폐의 혈관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폐수종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떄문에 바닷물에 빠진 사람이 민물에 빠진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일 수 있다. 폐에 물이 들어가면 물과 점액과 공기가 뒤섞인 거품투성이 액체가 생성된다. 그리고 이 액체는 콧구멍이나 입으로 새어나오기도 한다.
물에서 사체를 발견했을 때, 사망자가 물에 빠지는 순간에 아직 살아 있었는지 아니면 이미 죽었는지 판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건조한 익사' 일 경우에는 좌심실이 우심실보더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착안해서 심장 속의 혈액을 화학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신롸할 수 있는 검사법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사체 내에 규조류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규조류는 미생물로 바닷물과 오염되지 않은 민물에서만 나타난다. 규조류는 2만 5000여종 이상이 있고, 각각은 산성에 저항하는 실리카 쉘의 특징적인 겉모양을 보고 구별한다.
누군가 물에 빠져 물을 들이킬 경우 이 규조류가 폐로 들어가고 이것은 혈액 속으로도 흡수된다. 심장이 박동하는 동안 이 규조류는 신체의 각 부분으로 퍼져나간다. 익사한 사체의 신장이나 뇌 심지어 골수에서도 이 규조류를 발견할 수 있다. 만일 피해자가 이미 죽은 상태에서 물에 던져질 경우, 규조류는 폐에는 들어갈 수 있어도 혈액 속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당연한 말이지만 혈액 순환을 통해 신체의 각 부분으로 퍼져나가지는 못한다.
그러나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규조류가 인체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견의 여지없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를 둘러싼 소위 '규조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체의 골수에서 규조류가 발견되면, 이 사실은 사망자가 물에 빠진 순간까지 살아 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채택된다.
References
법의학과 과학수사 : 최신 이론편 / 살인의 현장 / 브라이언 이니스 지음 / Human & 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