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흥행작을 기억하는가?
곽재용 감독,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영화 .
이 영화의 판권이 할리우드에 판매되어
미국에서 제작된 동명의 영화 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1년 전에 죽은 남자친구와 비슷한 느낌의 또 다른 남자 견우를 만나면서
그녀가 겪게 되는 각종 에피소드, 전 남자친구와 견우를 보며 생기게 되는 혼란과
그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서 2년이라는 헤어짐의 시간을 갖은 뒤 재회하게 되는 두 남녀.....
우선 전체적인 스토리는 거의 95%이상 일치한다. 미국적 정서에 맞게 조금 고쳐진 것 같다.
각색이 되면서 에피소드들의 등장 순서가 조금 바뀌기도 하고 빠지기도 했다.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 주인공
한국판에서 차태현이 맡은 순둥이 견우는 미국판에서 제시 브래포드라는 배우가
다시 연기했으며 극중 이름은 견우에서 찰스 빌로우(또는 찰리)로 바뀌었다.
한국판에서처럼 순진하다기 보다는 우직한 얼굴이지만 나름 잘 소화해 낸듯.
제시 브래포드는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 , 등 화려하다.
한국판에서 전지현이 맡았던 엽기적인 '그녀'는 ,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여배우 엘리샤 커스버트가 연기했으며, 조단 로어크라는 극중 이름이 생겼다.
한국판에서의 '그녀'가 온갖 엽기적인 행각과 과장된 말투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거에 비해
미국판의 '그녀' 조단 로어크는 그 강도가 아주 많이 약해졌다. 박장대소할 만큼 웃긴 장면이 없다.
(작성 편의상, 여자 주인공은 '그녀', 남자 주인공은 '남자'로 칭하겠음!)
#2. 첫 만남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한국판에서 영화 내용이 펼쳐지는 주요한 공간이었다.
미국판에서도 물론 벗어나지 않지만 '지하철'이라기 보다는 '지하철역 플랫폼'이라고 해야 할것 같다.
미국판에서는 지하철 열차 내부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단 장면도 없다.
내심 기대했던 그녀의 지하철 오바이트 사건은 미국판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쉽다.
리메이크판에서 전지현의 연기를 압도하는 뭔가 강한 장면을 원했지만 다소 밋밋하다.
#3. 그녀의 시놉시스
한국판 의 또 다른 재미는
영화 속 그녀가 쓴 시놉시스의 가상 영화를 보는 것이었을 것이다.
한국판의 자리는 미국판에서 이 대신하고 있으며
대신 이라는 그녀의 영화가 나온다.
미국인의 정서에 맞게 새로운 얘기를 창작해낸 듯하지만 한국판만큼 코믹하진 않다.
전지현과 차태현의 코믹한 연기로 한국판에서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던
그녀가 다시 창작한 는 상응하는 스토리가 없었는지 미국판에서는 빠졌다.
#4. 생일 에피소드
특별한 그녀의 생일을 위해 무단입장한 놀이공원에 탈영병이 등장한다는 설정으로
그녀의 아픈 사랑의 과거를 엿볼수도 있는 이 장면은 미국판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탈영병을 검거하기 위해 대규모 진압대가 등장하고 귀신의 집에서 회전목마 앞까지 다소 광활하게
느껴졌던 한국판에서와는 달리 미국판에서는 탈영병이 놀이기구 프로그램의 일부인 것처럼 등장하며
탈영병은 청룡열차 밑에서 다소 조촐하고 허무하게 검거 되어진다. 미국은 탈영병이 그리 큰 문제가
되는 나라가 아닌가보다.
#5. 에피소드
지하철 싸대기 장면은 내용 그대로 지하철역 플랫폼으로 옮겨져 펼쳐지는 데
한국과 미국의 일반적인 정서를 서로 비교해 보기 가장 좋은 장면으로 꼽고 싶다.
(바닥에 낙서한 꼬마를 한국에서는 엄마가 혼내지만 미국에서는 도리어 감싸고 돈다)
수많은 연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100일 장미꽃 에피소드는 100일이 33일로 바뀐 것 말고는 흡사하다.
한국판과 마찬가지로 미국판에서도 그녀는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하는데 비교하는 것도 재밌을듯 하다.
#6. 새로운 남자
두 남녀의 이별이 암시되는 장면이자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되는 바로 그 장면.
한국판에서 그녀가 새로 만나는 남자를 견우에게 직접 소개하는 장면.
그녀의 다른 남자에게 수칙 10가지를 알려주고 자리를 뜬 견우와 지하철 역에서 다시 만나는 장면까지...
이 장면은 미국판에서도 똑같이 연출되었다.
한국판에서 등장한 '그녀를 위해 지켜야할 수칙 10가지'는 진한 감동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과연 미국판의 수칙 10가지도 한국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7 이별의 시작
"미안해~ 나도 어쩔수가 없나봐~ 나 너무 재수없는 여잔가봐~"
견우를 반대편 산꼭대기에 올라가게 하고 눈물을 흘리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그녀.
미국판에서는 조금 황당하게 연출되었다.
남자를 반대편 산으로 올라가게 하는 것 대신, 소심하게 공원 반대편 100m 전방으로 보낸다.
타임캡슐을 묻는 나무가 한국판에서는 기차까지 타고 가야하는 시골 산등성이에 있었지만
미국판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정도 거리에 있는 동네 공원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8. 재회
한국판에서는 2년 후 만나자고 약속하지만 미국판에서는 1년 후로 기간이 다소 짧아졌다.
그녀의 죽은 전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남자(견우)의 고모였던 설정은 그대로다.
미국판 남자의 고모가 등장하는 순간 한국판 고모였던 양금석 아줌마가 딱 떠올랐다.
남녀 주인공과는 달리 굉장히 비슷한 느낌의 고모를 섭외(?)한 것 같다.
손을 잡으며 다시 시작되는 사랑을 예감하게 해준 마지막 장면은
미국판에서 키스로 마무리 된다. 한국판에서도 키스로 마무리 됐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한국판에서는 끝까지 차태현과 전지현의 키스신은 찾아 볼수 없다는....)
#9. 미국판에서 새로 등장한 인물
- 레오
대포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견우의 친구들을 대신한다고 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인 레오가 등장한다.
찰리 사촌의 죽음을 함께 이야기하며 처음 등장하는 레오는 여러가지로 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찰리는 만취 상태인 그녀를 여관대신 레오의 집으로 데려가며 그녀의 생일을 위해 찰리에게 도움을 주는
놀이공원 알바생이 바로 이 찰리다. 그 밖에도 찰리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진솔한 친구이기도 하다.
- 그녀의 아버지
한국판에서 술 마시고 테이블에 머리박는 그녀와 똑같은 주사를 선보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미국판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정형외과 의사로 나온다. 실수로 아이스하키채로 남자의 머리를 때린 그녀가,
치료를 위해 자연스레 아버지를 만나게 하지만 아버지는 남자를 그다지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
- 핍스
남자(찰리)가 입사하고 싶어하는 '틸러킹'이라는 회사의 판매 대리인이다.
'틸러킹'은 미국판 를 미국인 입맛에 맛게 각색시키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첨가할 수 있게 만드는 미미한 역할을 하는 회사로 등장한다.
우리가 미국 영화보면서 배우고 그 영화를 패러디하는 것만 봐오다가
우리 영화를 미국이 리메이크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가 PC통신에서 스크린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준 것 또한 너무 고맙다.
미국의 리메이크는 리메이크에 이어
한국 영화사에 의미있는 일이 될것이다.
(그러고 보니 리메이크된 두 작품 모두 다 전지현이 주연한 영화네요~)
우리의 정서와 미국인들의 정서가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추억하고 있는 그 영화가
미국에서 어떻게 다시 표현되었는지 비교하면서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