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청옥산 무릉계곡 입구의 삼화사 맞은 편에 보이는 단애(斷崖). 우리 나라에선 보기 드문 주상형 바위들이 늘어서 장관을 이룬다. 무릉계곡의 단애는 중국의 유명한 ‘장가계’와 닮았다.강원 동해시와 삼척시에 걸쳐있는 두타산(頭陀山·1355.2m)과 청옥산(靑玉山·1403.7m)은 백두대간의 주능선상에 놓여있으면서 ‘천하의 절경’으로 꼽히는 무릉계곡을 품고 있는 명산이다. 두 산의 거리는 4㎞ 정도. 보통 ‘두타·청옥’으로 부르는데, 두 산을 합쳐 두타산이라 하기도 한다. 이 산은 무릉계곡이 없다면 그저 그렇고 그런 산으로 남았을는지도 모른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형성된 무릉계곡은 계곡의 물과 바위들이 관동에서 으뜸이라 했고 금강산에 뒤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1997년 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될 만큼 명승지다.
두타·청옥은 ‘산꾼’이라며 적어도 1년에 한 차례 이상 이곳을 찾지 않으면 근질근질 할 정도로 사랑을 받는 명산이 됐다.
우선 ‘두타’라는 산 이름이 좋지 않은가. 충북 진천군에도 야트막한 두타산(598m)이 있는 것을 보면, 옛 사람들이 이 이름을 좋아했던 것 같다. ‘두타’(頭陀)는 산스크리트 두타(dhuta)를 소리나는대로 적은 것이다. 물론 불교용어다. 부다는 출가수행자가 세속의 욕망을 떨치고 정각을 이루기 위한 수행법으로 두타행(頭陀行)을 강조했는데, 그 가르침은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현대인의 생활철학이나 진정한 ‘웰빙’의 방법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는 수행자가 따라야할 의식주(衣食住)의 방식을 규정해 놓은 것으로, 보통 열두가지 수행 방법의 십이두타행(十二頭陀行)이라고 부른다. 의복과 관련해선 ‘저폐납의’(著幣衲衣·헌 옷을 빨아 기워 입음), ‘단삼의’(但三衣·겉옷, 윗옷, 속옥 등 3벌의 옷만 갖춤) 등 두 가지다. 음식과 관련해선 ‘절양식’(節量食·발우 안에 있는 음식으로 만족함), 오후불식(午後不食)과 같은 의미의 ‘중후부득음장(中後不得飮漿·정오가 지나면 먹고 마시지 않음) 등 다섯가지가 있다. 나머지 다섯가지는 수행환경과 관련된 것들이다. 욕망을 끊기 위한 수행자의 자세를 얘기해 놓았지만 수행자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인의 근검과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현재 두타·청옥산에는 무릉계곡 입구에 자리한 삼화사와 관음폭포의 절경 위에 자리잡은 관음사, ‘제왕운기’를 쓴 이승휴가 머물렀다는 쉰움산 자락의 천은사 등 세개의 사찰이 있지만 옛적에는 10개 정도의 사찰이 있었을 정도로 불교의 수행도량들로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쌍폭 위쪽에 사원터가 그 흔적 중 하나이다.
청옥산은 옛적에 청옥(靑玉)과 약초가 많이 나와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두타·청옥 산행은 쉽지 않다. 우선 들입목으로 가장 선호되는 동해시 삼화동 즉 무릉계곡 입구가 해발이 낮다. 이곳을 들입목으로 해서 한바퀴를 도는 두타·청옥 연계산행은 경험 많은 ‘산꾼’이라도 8시간은 잡아야 한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가자면 주변에서 1박은 해야 한다. 요즘엔 회원을 모집해 등반하는 산악회들에서 전날 밤에 떠나는 무박산행도 아닌 당일산행을 많이 하는데, 이 경우에는 삼화동에서 오르지 않고 두타산 남쪽인 삼척시 댓재를 들입목으로 해서 삼화동로 떨어지는 코스를 택한다. 이 코스는 기점의 해발이 700m가 넘기 때문에 등반은 한결 수월하고 6시간 안팎이면 완주를 하지만 산의 진면목을 보는 것은 좀 미흡하다.
지난 주말 두타산을 찾아서는 삼화사 코스를 택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절경은 삼화사 맞은 편의 단애(斷崖)이다. 처음 보는 사람은 “우리 산에도 저런 절경이 있을까”하고 감탄한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비죽비죽한 ‘주상형’ 바위들이 빼곡히 솟아있어 장관을 이룬다. 조금 더 오르다보면 관음폭포를 만나는데 좌우로 긴, 거대한 암반의 가운데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모양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좀 더 올라 만나는 쌍폭과 용추폭포도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풍광이다. 쌍폭은 양쪽에서 물이 떨어진다. 더 장관은 용추폭포인데, 오랜 시간이 물이 흐르면서 화강암을 뚫어 거대한 돌항아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물이 휘돌다가 넘쳐흐르는 오묘한 모양을 하고 있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인지 수량도 풍부해 대단한 장관을 펼쳐보인다. 사실 두타·청옥을 등반하면서 종주에만 급급해 무릉계곡에서 충분한 눈요기를 못하면 후회를 한다. 무릉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내연산 보경사계곡, 오대산 노인봉의 청학동 소금강과 더불어 동해안의 4대 명승지로 꼽힌다.

신선봉을 지나 연칠성령으로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연칠성령에는 돌무더기가 쌓여있는데, 아마 무속과 관련된 터인 듯하다.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30분 정도 평이한 능선길을 따라가면 청옥산을 만난다. 청옥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50m 정도 내려가면 샘터가 나오는데 물맛이 기막히다.
청옥산 정상부근은 등반객이 버린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직도 ‘몰지각한’ 등반객들이 있는 모양이다. 단체로 와서 삼겹살을 굽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대개 그런 이들이 쓰레기도 버리고 갈 것이다. 청옥산과 두타산 사이의 박달령에서 박달골로 내려갈 수도 있는데, 이 길은 가파른데다 너덜길이어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청옥산에서 두타산까지는 큰 경사가 없어 빠른 걸음으로 4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두타산에선 동해바다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이날은 간간히 비가 뿌린데다 운무가 짙어 그 경관을 보지 못했다.
두타산에서 하산길은 북동쪽으로 내려가다가 산성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무릉계곡으로 떨어지거나, 오른쪽으로 쉰움산을 거쳐 저시고개 또는 천은사로 떨어지는 코스가 있다. 산성입구로 내려가면 좀 가파르긴 하지만 두타산성과 대궐터를 볼 수 있다. 두타산성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규모가 큰 바위와 맞은 편 산록을 감상 할 수 있어 권할 만하다.
두타·청옥 종주는 산과 바위, 물의 조화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산행이다.

▲삼화사-폭포입구-연칠성령-청옥산-두타산-신성갈림길-두타산성-삼화사(8시간)
▲삼화사-폭포입구-연칠성령-청옥산-두타산-신성갈림길-쉰움산-저시고개(8시간)
▲삼화사-폭포입구-연칠성령-청옥산-두타산-댓재(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