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 대구의 슬픔 (40방 님들에게)

제궁 |2003.02.20 18:05
조회 6,165 |추천 0


대구의 슬픔(40대방 님들께)

책상머리에 앉아 피시를 켜놓고 메모장을 열고 뭔가를 써야 겠다는 생각으로 모니터를 바라봅니다. 연거푸 담배 두어개피 피워대고 또다시 한 개피의 담배를 입에 무는 동안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메모장은 여전히 하얀 사각의 빈 창으 로 남아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 텅 빈 창이야 말로 지금 내 심정이자 대구시민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닐 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분노니 슬픔이니 좌절이니 하는 따위 의 수식어를 붙이고 싶진 않습니다. 그저 '침묵'뿐입니다. 알 수 없는 무거운 침묵만이 도시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천진 난만한 꼬마녀석들의 웃음소리까지 빼앗아 가버린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 속 침묵 말입니다. 처음에는 모두 눈두덩이가 벌겋게 되도록 울었지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의 비명 을 토해내며 죽은 것에 대한 눈물이었죠. 내 사랑하는 사람 들이 고통의 비명을 토해내며 죽어가는 데도 손 한번 제대로 써 볼 수 없었던 살아남은 자의 피눈물이었죠. 여기에 무슨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모두 가슴팍에 피멍이 든 것이죠. 그리고 '동성로'가 어떤 곳입니까. 대구에 자존심 이자, 심장이요. 대구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상징적 지명이 아 닙니까. 이 글을 쓰는 저도 바로 길 하나 건너편에 있는 약전 골목과 종로초등학교 사이를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만 이 거리를 지나는 대구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추억꺼리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게 마련인 거리가 바로 이곳이죠. 그런 이곳에 서... 이토록 가슴 미어지게 하는 참변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침묵 속에 흐르는 눈물 뿐...' 하지만 . . . . . . . . . 이제 침묵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흐르는 눈물도 삼켜야 합니다. 먼저 간 님들도 우리가 이렇게 마냥 넋놓고 울고 있는 건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 남은 자의 몫이 있습니다. 고귀한 생명들이 숨져간 그 어두 운 지하에 뿌리를 내리고 이 지상의 피눈물을 거름으로 하여 피워낼 아름다운 꽃이 있습니다. 다시 이 땅에 올 인연들에게 소중하게 물려줄 열매가 있습니다. 이 몫을 위해 우린 또 슬픔을 딛고 일어나야 하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고 이 땅에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서로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먼저 간 님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내야 할 것입니다. 그만 '울자'라고 써 놓고 저 역시 또 한번 오열하고 맙니다. 아직은 너무 성급한 말인가요. 아직은 너무 힘든 말인가요. 하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겠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빌면서... 글 말미 에 비탄에 잠긴 대구 시민들을 위해 이 노래를 올립니다. 팔공산 줄기마다 힘이 맺히고 낙동강 굽이 돌아 보담아 주는 질펀한 백리벌은 이름난 복지 그 복판 터를 열어 이룩한 도읍 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 들어라 우렁차게 희망의 불꽃 자세도 아름답고 역사도 길어 인심히 순후하고 물화도 많다 끝없이 뻗어나간 양양한 모습 삼남의 제일웅도 나라의 심장 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 들려라 우렁차게 건설의 바퀴 세계에 자랑하는 신라의 문화 온전히 이어받은 우리의 향토 그 문화 새로 한번 빛이 날 때 정녕코 온누리가 찬란하리라 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 솟아라 치솟아라 이상의 날개 (대구 시민의 노래) 개인적으로.... 대구에 사는 분들을 걱정해 주신 여러 님들 특히 다링하버 님 무상초 님, 양상배 님, 눈부신 하늘 님, 겨울소 님... 등등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또 대구에 사시는 우야꼬 님, 예농 님, 은비 님... 등 지면을 통해 무탈하시다는 소식 전해듣고 안심이 됩니다. 아, 개인적으로 쪽지를 보내주신 님 들 소나무 님, 질경이 님, 아이스 키스 블루 님... 등 에게도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 올립니다. 모두 행복하시고 좋은 글들로 이 공간을 빛내 주시길 빕니다. 제궁.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