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청소
봄은 청소의 계절이다. 화창한 햇살이 집안에 들이치면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가 드러나고, 두툼한 겨울옷과 이불을 빨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봄 청소는 구석부터, 장롱 안부터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시 말하면, 먼지부터 털어내라는 말이다. 특히 침대보나 이불 등에 붙박여 사는 집먼지진드기는 이른 봄 실내에서 퇴출해야 할 ‘공공의 적’ 1호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집먼지진드기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유는 하나, 적을 알면 백전백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놀라움 그 자체다. 세포 숫자만 보아도 그렇다. 인체는 약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별만큼 많은 세포가 몸 구석구석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세포의 10분의 1만이 인간의 세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포 90조 개는? 다름아닌 박테리아다. 그러니까 인체의 10분의 9를 다른 생물체가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의 몸과 주위를 둘러보면 ‘어?’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사실이 적지 않다. 집먼지진드기도 마찬가지다. 비록 미운털이 박힌 처지이지만 신기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집먼지진드기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질문 하나. ‘왜 모든 집의 먼지 색깔은 똑같을까?’ 집집마다 카펫 색과 소파 색이 다른데 왜 먼지는 항상 잿빛이냐는 물음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답은 간단하다. 집안 먼지의 주성분이 사람의 죽은 피부 세포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죽은 피부는 벽에 비비거나 손으로 긁지 않아도 날마다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낙엽처럼 떨어진 얇은 피부 조각들은 수백만~수억 개가 모여서 희끄무레한 먼지로 변한다. 집먼지진드기는 바로 이 회색 먼지를 먹고 산다. 더러운 먼지를 먹어치운다는 점만 보면 언뜻 익충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집먼지진드기의 뒤꽁무니를 보면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헝겊 침대청소 소파·카펫에 가장 많이 ‘잠복’
몸뚱이가 0.1~0.4mm에 불과하지만 집먼지진드기가 인체에 끼치는 해악은 바퀴벌레 그 이상이다. 1921년 이래 집먼지진드기는 천식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원흉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아 천식 환자의 80% 이상, 비염 알레르기의 91.3%인 항원이 집먼지진드기였다...
현재 국내에서 그같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 집먼지진드기는 주름먼지진드기·뿌리진드기·발톱진드기·고기진드기 등 12과 26종이다. 다리가 네 쌍인 이들은 온도 25~30℃, 습도 75~85%의 환경에서 잘 자란다. 또 몸의 80% 이상이 물인데, 사람을 물거나 찌르거나 독을 내뿜거나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하지는 못한다. 하는 일은 오로지 세 가지. 먹고 싸고 이동하는 것뿐이다. 수명은 암컷이 100~1백50일, 수컷이 60~80일쯤 된다.
문제는 뒤꽁무니로 배설하는 변이다. 마침표(.) 반만하고, 매일 20개 정도 배설하는 집먼지진드기의 변이 무슨 문제가 될까 싶지만 상상 외로 엄청나다. 외국에서 진행된 몇몇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집먼지진드기의 분비물 속에 있는 성분(구아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작은 주사 바늘로 집먼지진드기의 분비물을 피부에 주사해서 지름 4mm 정도의 빨간 돌기가 돋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로버트 버크만 지음, 휘슬러 펴냄).
구아닌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 결과, 구아닌은 집먼지진드기가 먹잇감을 자기 분비물 안에 보관할 때 쓰는 효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사람의 피부 세포를 쇠약하게 만들고, 기관지 내벽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기도(氣道)를 통해 인체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 천식 발작을 유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집먼지진드기가 먼지 1g당 100마리 있으면 인체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검출되는 양은 그 숫자를 훨씬 뛰어넘는다. 좀 시간이 흘렀지만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1991년 조백기 교수(가톨릭대 성모병원·피부과)는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의 집안에 있는 집먼지진드기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5월에 그 숫자가 가장 적었고, 8~10월에 가장 많았다. 홍천수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내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집먼지진드기는 헝겊 소파에 가장 많이 잠복해 있고(먼지 1g당 4백3마리), 카펫에도 3백17마리가 숨어 있었다. 담요와 이부자리에서도 각각 2백98마리와 2백82마리가 검출되어 집안에는 안전지대가 없음이 밝혀졌다.
집먼지진드기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같이 온도와 습기가 적당한 공간이 늘어나면서개체 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 빠른 사람들이 집먼지진드기를 그냥 놓아둘 리가 없다. 그동안 가정에서는 햇볕과 세탁을 통해 집먼지진드기를 제거해왔다. 그러나 그 일은 버거웠다. 담요와 이불보를 2~4주마다 한 번씩 뜨거운 물(55℃ 이상)로 삶고, 베갯속과 이불속은 1년마다 한 번씩 교환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