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쿠르의 발전을 위해 나의 소원이었던 파쿠르 탄생지 리스를 방문한 영상입니다. 다음 글은 리스에서의 4일간의 기억입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샤를드골공항(CDG) 까지 10시간 비행 후 오후 6시30분(프랑스 현지 시각)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나와 프랑스 지하철로 이동하여 RER(파리 교외 전철)노선의 Evry Courcouronnes 역 전철표를 구입하였다. 값은 13유로(2만원)였다.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무려 3번이나 갈아타는 지점을 놓쳤다. 덕분에 지나갔던 역을 다시 되돌아가느냐고 밤 11시가 되어서야 Evry Corcornes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한 후, 친절한 프랑스인 안내를 받아 Formula1호텔에 도착했다. 하루 숙박비는 아침식사 포함하여 31유로(4만5천원) 였다. 오후 11시 30쯤이 되어 호텔에 도착한 후 피곤한 나머지 바로 침대에 누워 잤다.
시차 때문에 아침 7시에 일찍 일어났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운동복으로 갈아 입은 후 고속도로 바로 건너편에 있는 파쿠르(Parkour)의 탄생지 리스(Lisses)로 향했다.
그동안 외국 영상 속에서만 봐왔던 장소라 매우 기대가 컸다. 리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눈에 띈 것은 Dame Du Lac 이라 불리는 암벽등반 건축물이었다. 나는 Dame Du Lac을 보자 감동이 밀려왔다. 한국에서 머나먼 타국의 땅에 파쿠르의 탄생지를 방문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이 아쉽지 않았다. 간단히 몸을 풀고 누군가 나를 이끌듯이 Dame Du Lac을 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결국 정상에 올랐다.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영상 속에서의 모습과 다를바 없었지만 직접 올라보니 내가 예상했던 건축물의 재질과 몇가지 형태가 달랐다. Dame Du Lac 정상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리스가 한눈에 다 보였다. 리스는 사실 아주 조용하고 사람이 드문 마을이다. 거주자 또한 노년층이 많다. 대부분이 풀과 나무, 호수 등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으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Dame Du Lac 정상에서 내려왔고 Lisses 중심부로 향했다.(내려갈 때는 더 고생했다. 오르기는 쉬워도 내려가긴 무척 어려웠다. 높이도 높아서 겁부터 나기 때문에 마음이 떨린다.)
이른 아침의 리스는 고요했다. 중심부로 걸어가며 영상 속에서만 보아왔던 유명한 장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냈다. 장소들을 찾아 보는 것은 마치 고고학자가 미지의 문명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찾아낸 장소들을 모두 디카에 담았다. 리스 답사를 마치고 다시 Dame Du Lac으로 갔다. Dame Du Lac에서 간단히 몸을 풀다가 한 트레이서(Traceur : 파쿠르 훈련자)를 만났다. 그는 미국인이며 이름은 저스틴이고 20세다. 그 역시 혼자서 여행왔고 영국 스코틀랜드의 영화제와 프리러닝 퍼포면스에 참여한 후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으며 장래희망 또한 영화 감독이다. 그는 파쿠르를 3년 정도 훈련했다. 저스틴은 나를 Evry 대성당에 있는 외국인 일행들에게 데려다 주었다.
Evry에 있는 대성당에 도착하자 많은 외국인들이 파쿠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타이, 프랑스, 독일, 미국 등 국적이 다양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국적과 쓰는 언어 모두 달랐지만 파쿠르 하나로 모두 묶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트레이서들은 영국에서 왔고 여성 훈련자도 있었다.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네덜란드의 피터가 인상깊었고 Evry에 거주하는 2명의 흑인은 야마카시팀으로부터 5개월 정도 훈련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야마카시팀의 훈련을 싫어했다. 야마카시팀의 훈련방식은 1년, 2년, 3년 단위로 나뉘어져있으며 처음 시작부터 1년간은 근력 및 기초체력 훈련을 받는다. 훈련한지 2년이 되었을 때에는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인 기초기술을 연습시킨다. 훈련한지 3년이 되면, 장소이동을 해가며 훈련을 받고 고난이도 동작들을 연습하게 된다. 그들이 야마카시팀의 훈련방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 오랜기간동안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이고 지루한 훈련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온 피터는 파쿠르를 훈련한지 4년됐고, 여러가지 파쿠르 철학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Evry 대성당에서 그가 체조를 하자, 내가 박수를 쳐주었으나 자신은 이런 체조 따위에 박수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체조나 프리러닝을 훈련하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파쿠르를 훈련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박수갈채를 받아야하는 것은 훌륭한 파쿠르를 성공했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Competiton)’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경쟁에도 종류가 있다고 한다. 상금, 트로피, 승리를 위한 타인과의 경쟁은 파쿠르에 있어서 저질적인 요소라고 한다. 자신은 승자가 되고 남은 패자가 된다. 남을 이기고 패배시키기 위해서 파쿠르를 훈련하는 것은 파쿠르의 본질적인 훈련목적에 어긋난다고 한다. 그러나 파쿠르 실력 향상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것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서로의 실력향상 효과를 가져와 주기 때문이다.
파쿠르의 본질적인 훈련 목적은 위급한, 위험한 상황을 극복해 내기 위함이다. 만약 당신이 적과 마주친다면, 당신은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도망치거나 아니면 싸워야 한다. 무술은 적과 싸우는 방법을 훈련하지만, 파쿠르는 적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는 것을 훈련한다. 때문에 파쿠르는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법을 훈련한다. 건물이 많은 지역, 나무가 많은 숲, 평평한 개괄지 등 모든 환경에 자신을 적응시켜야 한다. 때문에 ‘달리기’ 가 가장 기초가 되고 중요하다고 한다. 물에서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영까지도 할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 한마디로 ‘철인’ 이 되어야 한다.
나는 피터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내가 훈련해온 목적을 반성했다. 파쿠르를 훈련하는 나의 목적은 지난날의 나약해진 내 모습을 반성하고 강해지기 위함이지만 그 강함의 목적이 남과 다르고 특별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파쿠르를 지속적으로, 본질적으로 훈련할 수 없다. 오직 재미와 짜릿함을 위해 훈련하게 되고 효율적인 움직임이 아닌, 잡다한 기술을 연마하게 된다.
우리 일행들은 Evry 지역을 두루 돌아다녔다. 시내에서 파쿠르를 훈련하자, 프랑스인들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Evry에서 가장 인상깊은 기억은 내가 Man Power Gap을 성공한 것이다. Man Power Gap은 영화 13구역에서 유명한 건물 사이 뛰기로 유명하다. 내가 Man Power Gap을 시도하겠다고 하자, 트레이서들이 말리기 시작했다. 저곳은 최소 5~6년이상 꾸준한 파쿠르 훈련을 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Man Power Gap을 시도한 트레이서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착지와 낙법을 훈련해 왔기 때문에 자신있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Man Power Gap 과 비슷한 곳을 성공해낸 적 있었다. 뛰어내리기 전 겁은 나지 않았지만 잡생각이 많이 들어 결심이 스지 않았다. 트레이서들에게 10초 카운트 다운을 부탁한뒤, 나는 뛰어내렸고 다친곳 없이 안전하게 성공해냈다.
네덜란드의 트레이서 피터 또한 Man Power Gap을 시도하고 싶어했다. 그는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는 그에게 ‘마음 가짐’ 의 문제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보다 파쿠르 훈련을 오랬동안 했고 실력 또한 뛰어났기 때문에 충분히 Man Power Gap을 할 수 있다. 피터는 고심 끝에 Man Power Gap을 시도했고 안전하게 완벽히 성공해냈다.
우리는 이후, Evry지역을 두루 돌아다니며 훈련을 했다. 슬슬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호텔로 돌아갔다.
하루종일 비가왔다. 파쿠르 훈련을 할 수없어서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실내장소를 찾아서 리스와 에브리를 돌아다녔다. 오후 2시쯤, Dame Du Lac 앞을 지나다가 스위스에서 온 트레이서 5명을 만나게됐다. 이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폴로는 훈련한지 4년됐으며 19세다. 나는 그들과 Evry에 있는 실내 주차장에서 파쿠르 훈련을 했다. 저녁이 되자 함께 피자집에서 프랑스 전통 피자를 먹었다. 빵은 괜찮았지만 맛이 짜서 별로였다. 저녁을 먹고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을 청했다.
아침 7시30에 일어나 스위스 트레이서들과 아침을 같이 먹었다. 8시가 되자 Dame Du Lac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훈련을 했다. Dame Du Lac은 내가 영상으로 보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난이도 장소였다. 내가 바로바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동작들이 실제로 와서 보니 내 수준에서는 매우 겁이나는 것들이 많았다. 동작이 행해지는 곳은 실수하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곳이 많았고, Dame Du Lac 바닥은 모래에서 자갈로 바뀌었기 때문에 충격 또한 컸다. 폴로는 Dame Du Lac에서 믿기지 않는 놀라운 동작들을 보여주었다.
12시가 되자 Lisses로 이동하여 유명한 장소들을 두루 돌아다녔다. Lisses 역시 내가 영상으로 봤던 동작들이 실제로는 무척 어려운 고난이도였다. 대부분 뛰어난 균형감각을 필요로했다. David Belle의 영상 속의 동작들은 하나하나 고난이도 동작이었던 것이다. 스위스 트레이서들은 나에게 몇가지 근력훈련을 가르쳐 주었다. 파쿠르를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근력 트레이닝이 필수라고 알려줬다. 근력 트레이닝에 신경쓰지 않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Lisses에서 6시쯤까지 훈련을 하고, 나는 잠시 F1호텔에서 휴식을 가졌다가 혼자 Evry 대성당으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서 아이슬란드에서 온 트레이서들을 만났다. 그들은 연령대가 15~16세로 어렸다.
프랑스는 오후 8시30 쯤이 되어야 슬슬 어두워진다. 훈련을 마치고 나는 영국 트레이서들과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비가 내렸다. 24일은 프랑스 파리(Paris)로 가는 날이었다. 24일~28일 까지 나는 파리에서 관광을 했다. 파쿠르의 탄생지 리스에서 머문시간은 4일이었지만 비가 내렸기에 운동한 날은 2일 밖에 되지 못했다. 호텔에 남아있는 트레이서들에게 메일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많은 영상을 촬영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리스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