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 밀려드는
뉘엇뉘엇 창 둔덕 넘어오는 바람
허리에 부둥켜 안기길래
손 뻗어 훠이 물리려 하니
이내 손가락 사이사이 잦아들고는
여우울음 내더니 사그라지고
벽 틈 사이로
그림자 발자욱 소리마냥
방안을 빠져나간다.
고놈
얄미운 놈일세
본디 정처없이 싸돌아 다니고
뿌리 내리지 못하여
그런가 보다 하며
용서하려는데
어느 틈엔가
스르륵 또다시 밀려들더니
내 허리를 부둥켜 안더라
이놈
어미 없이 자란 바람인가
한 곳에 머물 자리가 없는 놈인가
불쌍하다라는 생각에
내 한번 그래 다독여줘야겠다고
손 뻗어 와락 안아주려는데
이내 손가락 사이사이 잦아들고는
여우울음 내더니 사그라지고
벽 틈 사이로
그림자 발자욱 소리마냥
방안을 빠져나간다.
이놈
지 외로움을
나한테 심어놓고는
내빼부렸구나
허허 허탈웃음 한껏 웃고는
어깨에 남기고간
고놈 외로움의 또아리를
탈탈 털어버리곤
달빛 은은하게 내리쬐는 구름
뜯어다가 배개 삼고
낮에 꼼쳐 둔 빛살 잘라 만든 낚시대로
그 바람이 다시 올 때는
잡아매어 한번 안아주겠다 하며
밤기슭녘에 별빛으로 담근
누르끼리한 술 한잔 걸치고
기다림이란 것이 어울리지 않는
기다림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