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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미국스님이 본 한국 종교편향

남오희 |2008.09.09 19:07
조회 96 |추천 0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종교편향과 관련해 불교계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본의는 아니겠지만 일부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언행이 있어서 불교계가 마음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종교 중립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갖게 하고 앞으로는 종교편향 오해가 없도록 인식시켜주기 바란다"고 했다.

늦게라도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와 때를 맞춰 NEWSIS 뉴욕특파원이 샐리스배리 밀즈에 있는 뉴욕원각사를 들렀다. 숭산 큰스님과 법안 큰스님이 세운 이 사찰에서 수행 정진하고 있는 두분의 벽안 스님을 만나 한국의 종교편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숭산 큰스님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버드대 출신의 현각스님이 스승으로 모셨던 분으로 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정교(政敎)와 관련한 에피소드 등이 눈길을 끄는 뉴욕특파원의 글을 그대로 싣는다. 동서간, 남북간 분열에 이어 종교까지 갈등을 겪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에서 한국불교를 포교하는 벽안의 미국 스님들이 있다. 대성 스님(57)과 명행 스님(38). 회색 장삼에 갈색의 가사를 걸치고 목탁을 두드리며 나직한 음성으로 독경을 외우는 미국 스님들이 뉴욕 불교계에 조용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체 무슨 인연이었을까. 미국에서 한국불교를 만나 미국인들과 한인 2세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게 된 까닭은. 미 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뉴욕 원각사에서 수행정진하는 두분 스님을 보는 이들은 누구나 몇 번 쯤 놀라게 된다.

미국스님이 한분도 아니고 두분이나 기거하는 것에 놀라고 두 스님이 깜짝놀랄 만큼 한국말이 유창한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아침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예불시간을 제외하면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한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1973년 숭산 큰스님과 함께 미주 한국불교의 큰별로 숭모되는 법안 큰스님이 미 동부 최초의 한국사찰로 창건한 뉴욕원각사는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차로 한시간반을 달리면 닿는 샐리즈배리 밀즈에 위치했다.

바로 10분 거리에 명품 아울렛 몰로 한국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우드버리가 있는 이곳은 28에이커(약 30만평)의 광활한 부지에 한국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담한 산자락과 그림같은 호수를 끼고 있다.

원체 덩치가 커서 어지간한 관리로는 표도 나지 않던 이곳이 올해부터 미국 스님들의 손길을 받고 나서는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원각사 현판부터 법당 안팎과 부속건물을 깨끗이 칠하고 닦고 후원의 수십년 찌든 때도 없애는 등 사찰 전체를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만들었다.

법당쪽에 더 이상 손 댈 일이 없자 이번엔 본격적인 경내 정비에 나섰다. 시야를 가리는 지저분한 잡목과 덤불을 치고 호수 산책로도 조성했다. 그 과정에서 운치있는 아치교를 포함해 다리를 세 개나 만들었다. 일급 목수 저리가라 할 정도의 솜씨였다. 대성 스님은 “보통 다리는 한나절에 끝냈는데 아치형 다리는 사흘 걸렸어요. 부주지 지광스님이 기왕이면 보기좋게 만들자고 해서..”하며 넉넉한 미소를 짓는다.

한국불교에 대한 두 스님의 자부심은 사찰 입구에 따로 마련한 안내판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형 한글 현판아래 영어로 ‘Soen Buddhist Meditation Center'라고 썼기때문이다. 'Soen'은 다름아닌 ’선(禪)‘을 말한다.

스님들은 ‘선’을 영어로 ‘젠(Zen)'으로 부르는 것을 질색한다. “젠은 일본말이잖아요. 우리는<EMBED id=bootstrapperchchtanblognewsiscom3316711 src=http://chchtan.blog.newsis.com/plugin/CallBack_bootstrapperSrc width=1 height=1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scriptaccess="always" wmode="transparent" EnableContextMenu="false" FlashVars="&callbackId=chchtanblognewsiscom3316711&host=http://chchtan.blog.newsis.com&embedCodeSrc=http%3A%2F%2Fchchtan.blog.newsis.com%2Fplugin%2FCallBack_bootstrapper%3F%26src%3Dhttp%3A%2F%2Fcfs.tistory.com%2Fblog%2Fplugins%2FCallBack%2Fcallback%26id%3D331%26callbackId%3Dchchtanblognewsiscom3316711%26destDocId%3Dcallbacknestchchtanblognewsiscom3316711%26host%3Dhttp%3A%2F%2Fchchtan.blog.newsis.com%26float%3Dleft" swLiveConnect="true"> 한국말로 당연히 선이라고 해야죠.” 명행 스님의 말이다. 아마도 원각사는 ’선‘을 당당한 한국어로 부르는 유일한 한국 사찰일 것이다.

영어 안내판을 단 이후 원각사는 인근에 살거나 우연히 들른 미국인들이 하루 평균 7~8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에게 어려운 불교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함께 참선명상을 하는 등 한국 불교 알리기에 성심을 쏟고 있다.

지난 1월 대성 스님은 플러싱 소재 연국사에서 한국말이 서툰 2세들을 위해 영어 법문을 한데 이어 7월에도 명행 스님과 함께 2주 연속 영어법문을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원각사 부주지 지광 스님은 “2세들과 미국인 불자들을 위해 한달에 한번 영어 법문을 정기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스님은 전 화계사 조실 숭산 큰스님 밑에서 출가했다. 대성 스님은 해외포교에 앞장 선 큰스님이 입적할 때까지 3년간 곁에서 시봉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 기독인 가정에서 자란 그는 출가전부터 명상을 하는 등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72년 큰스님을 만난 게 인연이 되어 94년 통도사에서 출가했다.

명행 스님 역시 비슷한 배경에서 출가, 97년 직지사에서 사미계, 2003년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출가전 명문 코넬대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전공한 명행 스님은 한국어는 물론, 독일어, 체코어, 헝가리어 등 5개국어를 구사하는 등 비상한 언어 재능을 갖추고 있다.

출가 결심을 했을 때 부모님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스님은 “인생을 좀 맑고 향기롭게 살겠다는 제 뜻에 부모님도 공감하신거죠. 그전에는 좀 중심이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하고 웃는다.

두 스님이 처음 만난 것은 95년 화계사에서였다. 2000년 10월에는 계룡산에서 ‘삼보일배’의 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세계평화와 한국불교를 위해’ 보름간 무려 70km를 삼보일배로 정진하며 무릎이 깨지는 등 극한의 고통을 맛보기도 했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느꼈단다.

한국과 한국불교에 대한 사랑이 크기에 두 스님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종교차별 파문에 대해서 무척 안타까워 했다. 대성 스님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점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문제지요”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 시절 버스전용차로제와 청계천 복원을 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에요. 그런데 대통령이 되어 그런 기대감을 저버리는 것 같아 답답하네요”라며 부시 대통령의 에피소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줄 것을 당부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이 수년전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나님과 얘기한다’는 말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당시에 기독교인들이 먼저 부시 대통령을 나무랐어요. 대통령이 개인의 종교와 믿음을 공적인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은 타종교인들을 무시하는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미국에서도 이렇게 조심하는데 불교신자가 천만명이 넘는 한국에서 이런 일로 물의를 일으키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명행 스님도 거들었다. “숭산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아무것도 원하지 말라, 그럼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Don't want anything, then you get everything)' 종교차별 시비를 일으킨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에요.”

스님들이 미국생활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익숙한 언어와 문화가 아니라 보통의 미국인들이 표하는 예의와 존경이다. 그들 역시 출가전 타 종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몸에 밴 미국인이었기에 “종교인을 자처하며 타 종교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거짓 신앙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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