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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는 한국이 더 하면서…"

이양자 |2008.09.09 22:49
조회 81 |추천 1

 

 

"데모는 한국이 더 하면서…"

 

 

한국이 제일 먼저 태국을 여행 자제국으로 선포한 데 대해 "데모를 해도 한국이 훨씬 크게 하는데…"라며 태국 왕실이 섭섭함을 표시했다는 기사(5일자 A2면)의 댓글들을 보니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척 높다.

사실 한국 안에만 있으면 느끼기 어렵지만, 외국에서 접하는 한국 소식은 거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뉴스들이다. 태국 한인회의 한 간부는 "태국에는 지난 5월부터 몇 달 동안이나 서울에서 수십만 명이 모여 폭력 시위를 하는 장면들이 반복 보도됐기 때문에 태국 왕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2억8000만명의 미국인이 먹어도 문제 없는 미국산 쇠고기를 마치 온갖 병을 유발하는 악성 병원균처럼 호도한 세력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 홍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특파원으로 홍콩에 온 이후 홍콩과 중국 언론을 통해 소개된 한국 관련 뉴스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폭력 시위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다음이 ▲한국 관광객의 금강산 피격 사건북핵(北核) 협상 관련 소식 ▲최근의 한국 금융위기설 등이었다. 특히 두 달 넘게 집중 보도된 '쇠고기 시위'의 단골 메뉴는 복면한 시위대가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장면, 부상당한 시위대와 경찰들 모습, 경찰의 물대포 발사 장면, 광화문 대로를 버스로 막은 바리케이드, 불타는 버스 등 한국인이라면 '가장 감추고 싶은' 장면들이었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13개나 땄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이 애완견의 유료 복제에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등의 한국 이미지를 '업'시키는 뉴스는 아예 다뤄지지 않거나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이에 대해 촛불집회 주동자들은 "외국 언론들이 일부의 폭력 장면을 과장했다"고 억울해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뉴스의 속성을 모르는 억지다.

7일로 13일째를 맞는 이곳 방콕의 총리 공관과 정부청사 점거 농성도 거의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 총리 공관 앞마당의 집회는 '총리 즉각 퇴진' 구호도 난무하지만 노래와 웃음이 공존하는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집회장 바깥의 가로 세로 1~2㎞의 '해방구' 안쪽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해먹(그물 침대)이나 천막 아래서 낮잠을 잔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전달되는 태국 소식은 시위대끼리의 한밤 난투극 장면과 시위대가 칼과 쇠막대 등으로 무장한 장면, 복면 시위대가 부상자들을 나르는 장면 등 보다 극적인 모습들이다.

이러니 많은 태국 사람들이 실상을 호도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태국에서는 푸미폰 현 국왕이 재임한 62년 동안 19번이나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그러나 1970년대의 쿠데타를 제외하고는 큰 불상사가 없었다. 이번에도 지난 2일 비상사태 선포로 군대까지 출동했지만 큰 불상사는 없다. 그래선지 비상사태 선포 이후 실시한 조사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 상황을 일상적인 정치 과정으로 이해한다"(59%)거나 "태국은 위험하지 않다"(73%)고 대답할 정도다. 지난 2주 사이에 지방 공항 3곳이 잠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한밤의 집회장 근처를 제외하고는 방콕과 태국은 '조용'하다. 이제는 태국의 여행 경고 수준을 낮춰도 좋을 것 같다.

일부에서는 "후진국에게서까지 그런 지적을 받다니 창피하다"고 말한다. 정말로 누가 후진국인지 따지기에 앞서 할 일이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부상을 생각해서라도, 나라의 위신과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한국의 시위 문화는 당장 바꿔야 한다.

방콕=이항수·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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