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반 선정 앨범 : '못'의 [Non-Linear]
대담 : 'MOT' VS 최민우
글 : 최민우(웹진 weiv 편집위원) / 사진 : smooth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이언과 지이(Z.EE)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 '못(MOT)'의 음악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뜨기 직전 새벽의 암청빛 하늘처럼 울적하고 내면적인 그들의 음악은 거의 듣는 즉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위로한다. 그들이 만드는 자극과 위로를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위기론'을 넘어 '붕괴론'까지 언급되고 있는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이언과 지이가 돌아가며 했지만 정리상 편의를 위해 여기서는 '못'의 공동 대답으로 통일한다. 밴드의 양해를 구한다.)
암청빛 카타르시스를 내뿜는 밴드 최민우 : '100대 명반'에 데뷔작 [Non-Linear]가 이름을 올렸다. 뭔가 수상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감 부탁한다.
못 : 상을 수상한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는 감격스러웠다.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 뮤지션들과 같은 리스트 안에 속해 있다는 점이 우리가 정말 제대로 뮤지션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여기서 잠시 소개. '못'은 2004년 데뷔작 [Non-Linear]를 발표하며 음악계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음반은 발매 즉시 음악 애호가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Non-Linear]는 록, 재즈, 전자음악을 황금비율로 뒤섞은 어둡고 강렬한 사운드와 1980년대 초반의 포크 음악을 연상시키는 멜로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음반이었다. '카페인'과 '자랑'처럼 들국화, 김현식, 조동진의 영향이 드러난 아름답고 서정적인 발라드나 루이 암스트롱의 낙천적 명곡을 충격적으로 뒤틀어놓은 'What A Wonderful World' 등, [Non-Linear]의 소리는 듣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면서도 끊임없이 유혹한다.
최민우 : [Non-Linear]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데뷔작 같지 않은 데뷔작'이라고 평했다. 그만큼 음반의 내용물이 '원숙'했는데, 데뷔작을 내기 전의 경력이 궁금하다.
못 : 조금씩의 음악적 경력은 있었지만... 뭐랄까, 허생 같은 느낌이랄까. '집안에서 글귀로 약조한 지 10년'이라는 심정으로 작업을 붙들고 늘어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외롭기도 했고. 그래서 음반이 나오고 나서도 "얘네들은 어디 있다 툭 튀어나온 건가" 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전에도 음악 관련한 활동을 했지만 그것들은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 수양(修養)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최민우 : 반면 못의 음악이 '마니아 성향'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못 : 우리가 음악을 할 때 사실 소수의 사람만 즐길 수 있게 만든 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할 것 같은 음악을 만들뿐인데, 만약 우리 음악이 마니아 성향이라면 그런가 보다, 마니아들에게 더 맞는 취향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그런 부분은 만들 때 생각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만들 때는 '난해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인기 있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의 컨트롤을 벗어나는 거다.
최민우 : 그럼 그 반대의 경우는 없었나?(^^) 잘 될 것 같았는데 잘 안 된 경우.
못 : 만들 때 '자랑'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는 미진했다.(^^)
최민우 : [Non-Linear]에서 각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는다면?
못 : 대답할 때마다 달라진다. 오늘은 '러브 송'(이언)과 '날개'(지이)다.
최민우 : 음반을 제작하면서 부딪혔던 가장 큰 난관이 있다면 무엇인가. 음악적인 측면에서.
못 : 음악적인 면의 난관은, 슬럼프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 부딪힐 때이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결과물이 잘 안나오고, 진행하다 막혀 이 느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같은... 심한 경우는 몇 천 번씩 녹음하기도 하고 다 뒤집기도 하고. [이상한 계절]의 타이틀곡인 'Close' 같은 경우는 반년 동안 작업을 했다. 계속 고치고 수정하고. 아무래도 자체 프로듀싱이다 보니까 아티스트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면 힘이 든다.
최민우 : 그렇다면 외부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할 생각은 혹시 있는지?
못 :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직접 하고픈 욕심이 있다. 누군가 들으면 과욕이라고 하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소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통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최민우 : 음악상의 의견 차이는 어떻게 조율했나? 두 명이라고 해서 의견 조율이 더 쉽지는 않을 텐데.
못 : 의견 차이가 없으면 발전이 없다. 하지만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의견 차이는 없는 편인 것 같다. 설사 의견 차이가 있어도 거시적인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다. 깊은 반목과 갈등 같은 것도 없었다.(^^) 서로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는 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논쟁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보통 '제 3의 결론'이 나온다.
인터뷰의 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못'은 자신들의 작업에 확신을 갖고 있고, 그 확신에 걸맞는 음반을 낸다. 그러나 결과물로서의 음악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못과 같은 밴드가 살아남는 것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음악계 역시 2:8 가르마식 양극화를 겪고 있고, 그나마 상위 20%라 할 수 있는 가수들도 사실 음악만으로 돈을 버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음악만으로 돈을 번다 해도 그 수익이 CD에서 나오는 경우는 그 중에서도 또 드물다. 그건 탄식하기에 앞서 엄연한 현실이다. 오늘날 뮤지션의 생존 전략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해 물어봤다. 
최민우 : 첫 번째 음반이나 두 번째 음반([이상한 계절])이나 제작이나 유통에서 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잠시 '하소연'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다.(^^)
못 : 요즘 같은 시대에 '그 정도의 고민이나 고생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다 겪고 있지 않을까. 우리보다 더 어려운 팀도 있을 것이고... 우리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음악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현실에서 음반을 발표하고 유통하고 홍보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야하고. 결국 음악 산업도 자본주의 산업의 일부인지라 수익을 내는 음악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그래서 바람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우리가 수익을 내는 음악을 만들게 되기보다는 우리 음악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저변이 생기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최민우 : 그렇다면 그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못 : (단호하게) 좋은 음악이다. 사실 인터뷰 때마다 우리 음악을 정의해달라는 질문을 거르지 않고 받는데, 모범답안으로는 '재즈, 일렉트로닉, 록을 재료로 사용해서...' 운운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건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이다. 결과론적인 설명이지 "아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 하면서 시작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반으로 들려드리는 것만이 가장 명쾌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민우 : [Non-Linear]의 음반 내지를 보면 영어와 일본어로 가사가 실려 있다. 당시 '한류'를 목표한 것인가?(^^)
못 : 노렸다기보다는 사실 희망하는 바가 있었다. 우리 음악이 '글로벌'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정서라는 회사 판단도 있었고, 실제로 외국에서 어느 정도 반응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해외 시장 쪽도 타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특성도 있으니 그런 쪽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거다.
최민우 :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 같다. 하나는 남의 돈을 얻어 쓰는 방법(기획사)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곳에서 벌어 음악에 투자하는 방법일 거다. '못'은 후자 일텐데, 그러한 상황이 많이 불편한가? 우문이지만 현답 부탁한다.
못 : 현실인 것 같다. CD라는 유형의 매체를 판매해서 그것으로 수익을 얻는 시장은 실질적으로 붕괴됐다고 보는 게 맞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이 좋은 음악에 대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고, 음악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해서 음악을 '죄책감' 없이 듣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되어야 한다.
최민우 :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얼마 전 자신들의 신보를 거의 무료로 배포했다. 그것도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못 : 적절한 대응인 것 같다. '라디오헤드' 위치로서는 멋진 대응. 나도 돈을 내고 받았는데, 시디로 팔았어도 안 살 사람은 어차피 다운받았을 텐데 그런 부분을 명쾌하게, 죄책감도 덜어주면서 '대인배'다운 면모를 보인 거다. 그러면서도 또 영국이고 거기다 '라디오헤드'니까, 라는 생각도 물론 든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첨언하면, 이러한 대답을 근거로 모든 뮤지션이 '라디오헤드' 같은 '대인배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라디오헤드'의 대인배적 면모는 음반보다 공연을 통해서도 안정적인 음악 활동이 가능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공연 문화를 거의 100% TV에 맡기고 있어서 음원 수익이 뮤지션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우리네 실정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여기서 ‘못’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얘기가 끝날 시간이 돼간다.
최민우 : '인간적인' 질문을 많이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못 : 영화 보고, 책 읽고... 우리는 술도 잘 안 마시는 편이다.
최민우 : 혹시 '금욕적'인 사람들인가?
못 : 그렇지는 않다. 욕망의 방향이 다른 게 아닐까. 술이 아니라 커피에 대한 욕망.
최민우 : 최근에 좋게 봤던 영화가 있다면?
못 : (이구동성으로) '원스'.
최민우 : 그럼 음반은?
못 : '포큐파인 트리' 신보(이언)과 '라디오헤드' 신보(지이)다.
최민우 : 마지막 질문이다. '못'의 음악이 듣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라는지?
못 : 우리 음악을 접하는 반응 중 주되고 흔한 반응이 우울하다는 건데, 우리는 그 우울함이란 것이 멀쩡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저희 스스로도 그렇지만 위로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로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즐거운 음악 같은 방식도 있고. 우리 같은 경우는 "니가 힘들고 어려운 거는 우리도 잘 알고 있고 모두가 그런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다"라며 다독이는 느낌으로 다가가고 싶다.
최민우 : 카타르시스라 부를 수 있겠다.
못 : 그렇다.
'못'의 멤버들은 진지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만들고 있는지, 또한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질문을 할 때도 신중해지고, 그들 또한 신중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이전에 그들이 했던 인터뷰들을 읽어봐도 다 그렇다. 인터뷰 내내 음악 얘기만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하니 예전에도 그 비슷한 말을 들었다며 웃는다. "아마 음악 외적으로는 별 볼일이 없어서 그런가 봐요." 어쩌면 정말 그렇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음악 얘기밖에는 하고 싶지 않고, 음악 얘기를 할 때 가장 재미있다. '못'은 자신들 삶의 중심에 음악을 가져다 놓은 뒤 그 안에 풍덩 뛰어든 밴드다. 그래서 그들의 내면은 단단하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못'은 후자다. [Non-Linear]를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진행 : 박준흠(가슴네트워크, http://www.gaseum.co.kr)
장소협찬 : 홍대 Bar Sha(http://cafe.naver.com/shab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