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 사로잡는 구두 마놀로 블라닉
‘구두 수집광’ 슈어홀릭 바람이 거세다. 이런 현상은 얼마전 극장판으로도 선보였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 힘입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캐리는 집세 낼 돈은 없어도 구두만은 최소 400~500달러 짜리를 고집하는 전형적 슈어홀릭. 여심을 콕콕 짚어내는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20 · 30대 여성들 사이에 캐리 따라하기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요즘엔 내가 대세”라고 목청 높이는 패션 아이콘 서인영도 소문난 슈어홀릭이다. 그녀의 패션목록엔 마놀로 블라닉·지미 추·크리스찬 루부탱·세르지오 로시가 꼭 들어있다.
이제 구두는 여성 액세서리의 절대 강자인 핸드백의 위치를 넘보고 있다. 어떤 이에겐 그날 패션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심지어 다이아몬드, 그 이상의 프러포즈 수단으로 등극했다. 푸른색 새틴 소재의 하이힐로 프러포즈하는 영화 속 장면은 뭇 여성들로 하여금 입안이 바짝 마르고 숨을 죽이게 한다. 바로 마놀로 블라닉이다.
발끝에 미학을 담다
럭셔리 슈즈 마놀로 블라닉은 섹시·매혹·고가로 대변된다. 이 구두를 디자인한 마놀로 블라닉은 세계 3대 구두 거장인 살바토레 페라가모·로저 비비에·앙드레 피루지아의 대를 잇는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힌다.
구두를 만들기 시작한지 30년. 그는 지금도 직접 디자인하고, 틀을 만들며, 색상과 소재를 고르고, 굽을 깎아낸다. 마놀로 블라닉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신발 중 하나다. 하지만 이탈리아 공장에서 여성 장인들이 스트랩을 세심하게 바느질하고 남성 장인들이 구두창을 조심스럽게 붙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왜 비쌀 수 밖에 없는지 공감하게 된다.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 등 명차가 비싼 이유와 마찬가지다. 마놀로 블라닉은 자신 있게 말한다.
“난 지난 30년 이상을 신발의 미학에 심취해왔다. 나는 모든 공정을 꿰고 있다. 어떻게 어디를 잘라야 하는지, 자른 후에 어떻게 발을 감싸도록 해야 하는 지를 안다. 발가락 사이의 골은 여성의 성적 매력의 포인트다. 때론 신발에서 이곳의 일부분만을 보여야 한다. 하이힐은 높이가 12 cm나 되더라도 신을 때 안정적이어야 한다. 이는 밸런스가 좌우한다. 이를 위해 나는 굽 하나 하나를 직접 조각해낸다.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맞을 때까지 줄과 끌을 사용해 손으로 작업한다. 만약 당신이 신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이는 정성과 노력을 알게 된다면 나의 신발이 결코 비싸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1 마놀로 블라닉의 이브닝 슈즈 ‘카탈리나’
2 영화 『섹스앤더시티』에서 청혼의 징표로 쓰인 구두‘한기시’
하이힐, 여체의 축소판
마놀로 블라닉의 업적은 단순한 액세서리의 하나로 인식되던 신발을 독립적인 패션산업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혁신적 디자인과 창의력으로 패션을 주도한다. 플랫폼 신발이 주류였던 당시, 지금은 클래식 스타일이 된 날씬한 스틸레토 힐을 살아나게 했다.
뾰족하고 날렵하게 잘 빠진 앞 코와 여성의 허리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발바닥부분, 아찔하게 쭉 뻗은 뒷굽…. 그의 구두는 마치 여체의 축소판 같다. 과감한 표현으로 섹시한 디자인을 살린 마놀로 블라닉의 구두는 편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의 구두는 신는 순간 당당함을 선사한다.
“단지 하이힐을 신기만 해도, 당신은 변화한다. 이것은 마치 배우가 분장을 하는 것과 같다. 원하지 않아도 당신의 걸음걸이가 특별해진다. 당신의 몸이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마놀로 블라닉이 구두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