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어놓기
결혼식이 하루 이틀 다가오자, 신부는 점점 불안해졌다.
모든 것이 끝나는 것도 같았고,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이 한없이 두렵기도 했다.
"우리 바닷가로 가서 산책이나 할까?
바람을 쐬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야."
딸의 마음을 눈치 챈 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바닷가로 갔다.
해변에 다다른 두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걸었다.
그러고는 붉은 빛을 토해내며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바다 쪽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우울한 이유를 엄마에게 얘기해주지 않겠니?"
딸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엄마, 나는 갑자기 미래에 대해 겁이 났어요.
과연 우리의 사랑이 영원히 이어질까요?
물론 제가 더 많이 사랑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어쩐지 자신이 없어요.
자꾸만 마음이 흔들려요.
아빠와 엄마는 지금까지 잘 지내오셨잖아요.
저도 그런 결혼 생활을 꾸려가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딸의 물음에 어머니는 대답 대신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모래를 쥐었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모래를 꽉 움켜잡았다.
그러자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꽉 잡으면 잡을수록 모래는 더 많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어머니는 그제야 쥐었던 손을 천천히 폈다.
손안에는 모래가 몇 알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수백 개의 흉터처럼 모래 흔적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왼손에 든 모래는 꽉 움켜쥐지 않고
동그랗게 오므려서 바가지 모양처럼 만들었다.
손안에는 떨어지지 않은 수많은 모래알이 노을빛에 반짝였다.
딸은 그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했다.
어머니와 딸은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갔다.
인간은 주먹을 꼭 쥐고 태어난다.
하지만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주먹을 펴고 간다.
- 「탈무드」
『행복시크릿』
(노르베르트 레히라이트너 지음 |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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