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그는 방안에서 뒹굴다가 샤워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흐르는 물줄기를 보자 갑자기 멜로디가 떠올라
김광진의 편지를 웅얼웅얼 불렀다.
처음에는 웅얼거리면서 불렀는데 결국 감정이 격앙되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샤워를 끝내고 물을 뚝뚝 흘리며 욕실에서 나오자
강아지 테이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CD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뭔가에 동하고 나면 쉽게 진정되지 않는 것이 그의 성격이다.
그는 김광진 CD를 어디에 뒀을까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가 그 CD가 그녀의 차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나야, 내가 CD를 니 차에다 두지 않았나?
그녀는 그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했냐며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는 그렇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니.' 하고 속으로 웅얼거렸다.
그녀와 그는 헤어진지 2주일 되었다.
아직 헤어진 상황에 익숙해 지기엔 짧은 기간이고
그렇다고 전처럼 다정하게 얘길 나눌 수도 없는
어중간한 지점에 있었던 것이다.
- 나야, CD 좀 돌려줘. 제발 듣고 싶어 죽겠어.
내 성격 알잖아.
그녀는 야구 모자를 쓰고 큼직한 후드티를 입고 그의 차에 탔다.
얼핏 보았더니 야구모자에 가려진 그녀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그가 말했다.
- 이 노래 너무 좋지. 우리 완전히 끝내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