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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지수 편입돼서 그렇게 좋은가

이강율 |2008.09.18 11:51
조회 172 |추천 1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 주가 재평가 계기되겠지만 막연한 낙관은 금물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FTSE(푸치) 선진국 지수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FTSE 선진국 지수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와 런던 증권거래소가 대주주인 FTSE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주가지수다. 3조 달러 정도의 자금이 이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의 MSCI 지수와 함께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지수다.

FTSE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나라들은 모두 23개다. 알파벳 순서로 오스트레일리아와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홍콩,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뉴질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칼, 싱가포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등이다.

FTSE인터내셔널 마크 메이크피스 회장은 18일 오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언론이 이 사실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는데 대부분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우리 주식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받고 외국인 투자자들 자금 유입도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조선일보 9월18일 B4면

 

조선일보는 B4면 "선진국 지수 편입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 줄어들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진시장 투자펀드는 안정적인 투자자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 유출입이 적다"면서 "향후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지수가 이전보다는 견조한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는 좀 더 나갔다. 27면 "당장 50억달러 투자자금 유입 기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머징 시장에서 투자하는 펀드로부터 자금유출 규모는 약 400억달러인 반면 선진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로부터 자금유입 규모는 450억달러로 추정된다"면서 "1차적으로 50억달러 상당의 자금유입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 매일경제 9월18일 6면.

 

중앙일보도 1면 "한국 증시 선진국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장기적으로 주가가 한단계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외부 악재가 있을 때면 선진 증시에 비해 크게 출렁거렸던 한국 증시의 취약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의 경우 신흥시장이 선진시장보다 10% 이상 하락폭이 컸다.

한겨레는 19면 "한국 증시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증시가 세계 자본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최근 외국인 순매도의 주된 이유로 한국 시장의 정체성 상실이 꼽히고 있어 선진국 지수 편입이 더욱 절실한 터였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순매도가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FTSE 선진국 지수 국가별 비중(왼쪽)과 이머징 마켓 지수 비중.

 

그러나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이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이머징시장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A에서 나온 자금이 B에서 나온 자금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얼마나 빠져나가고 얼마나 새로 들어올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당장 50억달러가 유입될 것"이라는 보도는 상당 부분 과장된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장 외국인 투자자들 매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FTSE인터내셔널에 서면질의한 결과 지수가 변경될 경우 기존 종목 수와 비중이 그대로 옮겨질 뿐 신규로 종목이 추가되거나 제외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이머징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이르는데 선진국 시장에서는 2%에도 못 미친다. 만약 선진국 시장에 편입된다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12위가 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뱀의 머리에서 용의 꼬리로 들어가는 셈인데, 그만큼 기회와 위험요인이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강 연구원은 "지수에서 탈락하는 종목이 부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체 선진국 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1% 수준에 이르는 중형주의 경우 혜택을 보겠지만 소형 종목들은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배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이머징 지수에서 편입종목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 과도한 긍정과 부정 모두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리 시장에 대한 긍정적 관심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도 "편입이 되면 좋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쁠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시기가 좋지 않다"면서 "자칫 이머징 시장의 자금은 빠져나가고 선진국 시장의 자금은 들어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 연구원은 "선진국 시장에 올라갔다고 어느날 갑자기 주가 재평가를 주장하는 것은 궁색하다"면서 "재평가가 아니라 역재평가가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은 안 되다가 왜 이제 와서 편입이 됐느냐다. FTSE의 시장평가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외환시장 발전 여부나 결제 자율성, 장외거래 허용 여부 등의 항목에서 제한적 등급을 받아왔다. 이번에 편입이 결정된 것은 우리나라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금융 시스템을 갖췄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를 구축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일찌감치 파생상품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FTSE의 요구조건에 맞춰 한국전력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외국인 지분 소유제한을 완화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제 선진국 시장에 편입되기에 이르렀다.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주가는 선진국 지수든 이머징 시장 지수든 결국 기업 가치에 수렴하기 마련이다. FTSE 선진국 지수 편입 관련, 막연한 낙관론의 확산은 "주가는 무조건 높은 것이 좋다" 또는 "많이 사면 오른다"는 우리 언론의 편협한 사고와 조급증에서 비롯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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