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김기덕 영화인 줄 알았다. 맘마미아를 보러 갔더니 예고편이 나오는데 김기덕필름이라 크게 나오길래 김기덕의 영화인 줄 알았다. 예고편의 위트 넘치는 장면들을 보고 김기덕이 상업영화의 줄기와 조우한 줄 알고 약간은 조소를 머금었었더랬다. 오해였지만 그 순간은 꽤 씨니컬해질 수 밖에 없었다.
개봉한 뒤 언론이 시끌시끌하다. 장동건의 [해안선]을 이야기하며 소지섭의 복귀를 부각시키는 기사도 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영화는 영화다]. 이런 말도 안될만큼 당연한 명제를 제목으로 걸다니. 수상스러운 느낌이었다.
강지환과 소지섭
강지환은 잘 모르던 배우다. 드라마를 꽤나 가려보는 나로서는 강지환이 어떤 드라마에 어떤 훈남으로 나왔는지 알 턱이 없다. 그래서인지 강지환의 바람직한 기럭지와 잘생긴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얇팍한 목소리가 어색하기만 했다. 후시녹음같기도 했다.
소지섭은 나에게 커다란 의미의 배우는 아니다. 몇편의 드라마에서 보았고, 공익근무를 우리동네에서 했다는 것 이외에는.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에서 두 배우의 만남은 꽤나 무게감있게 다가왔다. 수타의 가벼운 삶과 강패의 무거운 삶의 충돌은 영화의 전개만큼이나 빠르고 감각적으로 상쇄된다.
영화는 이렇다.
욱하는 성질에 상대배우를 때리고 영화가 중단되자 수타는 진짜 깡패인 강패에게 출연제의를 한다. 강패는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그리고 어색하게 엑스트라로 출연했었던 경험이 있는 깡패이고, 한가지 조건을 걸고 영화출연을 결정한다. 모든 액션은 진짜로 싸우자는 조건. 그리고 영화촬영이 시작된다.
수타와 강패
수타는 가볍다. 뒷처리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한강둔치에서 밀애를 나누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살아온 배우다. 이미지와 배우로서의 자존심은 있지만, 삶에 있어선 망나니다.
강패는 어둡다. 학교에 들어간 회장님의 뒷처리를 하는 그에겐 웃음이 없다. 살인을 하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검은 옷만 찾는 그에게 웃음이란 찾기 힘들다.
수타와 강패가 만나고
수타는 배우로서 하향세를 걷는다. 매니저는 자신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밀애를 나누던 애인은 이별을 고한다. 서서히 자신의 삶에 느끼면서 가볍던 수타는 상처투성이가 된다.
강패는 영화를 찍으며 스스로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쓰레기 처럼 사는" 깡패의 삶보다 영화를 찍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좋으면서도 어색하다. "너랑 있으면 다른사람이 되는 것 같아"라는 극중 대사는 강패의 변화를 짐작케 한다.
영화는 제목부터 비극이었다.
자신의 삶을 책임지게 되는 수타와, 어두운 그늘에서 조금이나 벗어났던 수타는 영화촬영이 끝나는 순간 제자리를 찾아간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수타는 변한다. 보다 진중해 지고, 포용력이 넓어진다. 그러나 강패는 역시 깡패였다. 박사장의 머리를 불상으로 내려치는 강패는 영화배우가 아닌 진짜 깡패였다. "이제부터 내 영화 시작이야. 카메라는 너야." 강패의 마지막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다. 영화는 영화다. 그리고 깡패는 깡패다.
삶은 변화할 수 없는가
흰정장과 검은정장. 빛과 어둠. 극명한 대비로 시작한 영화는 결국 처음과 똑같이 마무리 된다. 깡패는 깡패고, 영화는 영화다.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강패의 삶에서 가장 밝았던 시간은 영화촬영의 시작과 끝 사이였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가장 밝고 싶었던 순간일 것이다. 동생과 공사장에서 장난을 치던 강패의 모습은 그가 살아왔던 어두운 삶은 이면임과 동시에 그가 추구하던 삶의 모습이었다. 다만, 어느 곳에서 시작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나도 배우 안됐으면 너만큼 주먹은 썼어." 수타의 자존심담긴 변명은 강패에겐 이루지 못할 꿈이었던 것이다. 강패가 깡패가 되지 않았다면 수타만큼의 배우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가능성조차 닫아버린다. 결국 삶은 변화할 수 없는 것이다. 영화가 영화이듯, 깡패는 깡패일 뿐.
이건 너무 비극적이다. 아니, 너무 절망적인 결말이이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강패는 그 기회를 딱 한번 사용한다. 박사장을 살리면서. 그러나 그 기회는 곧 위기가 되었고, 강패는 나머지 기회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건 너무 절망적인 영화의 설정이다. 과연 변화할 수 없는가?
강패가 깡패를 그만두고 배우로 성공!!
언제부터인가 한국영화의 결말에서 해피엔딩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무조건 해피엔딩은 힘들다. 그리고 비극적 결말이 보다 여운이 있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강패가 영화배우로 성공을 하면서 영화가 끝났다면 [영화는 영화다]는 그닥 주목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강패가 해피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좀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절망보다는 희망이 좋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