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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드라마 대전(大戰), 무엇을 볼까?

이강율 |2008.09.19 12:44
조회 238 |추천 0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드라마들

 

풍성하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길고도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풍성한 가을 이미지에 걸맞게 다양한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의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방송사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드라마들의 면면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8년 전반기에 특별히 주목할 만한 드라마가 많지 않았던 것에 비추어보면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드라마들이 반갑기 그지없다. 치열한 대전(大戰)을 치를 드라마들은 소재와 장르, 규모와 주제 등 모든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월요일과 화요일 밤 10시대는 각기 다른 색깔의 드라마들이 정면 승부를 펼친다. 대한민국의 파란만장한 현대사를 배경으로 선과 악의 대립 구도 속에 복수와 애증, 그리고 형제애를 다루고 있는 MBC의 , 이별과 이혼의 상처가 있는 남녀의 연애와 결혼을 유쾌하게 성찰하고 있는 KBS2의 ,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승부사들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다룰 SBS의 는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은 매력을 가진 드라마들이다.

 

수요일과 목요일 밤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신작 드라마 대결이 펼쳐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포문은 열렸다. 고구려 대무신왕 ‘무휼’과 그의 아들 ‘호동왕자’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상고사를 다룰 판타지 사극 KBS2의 와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삶의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치거나 모자라는 사람들이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보여줄 MBC의 가 이미 맞대결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의 삶과 예술을 소재로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줄 SBS의 이 합세하면서 수요일과 목요일 밤 역시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 MBC 수목드라마

 

그런가하면 금요일 밤에는 별다른 대결 구도 없이 ‘살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 사법연수원생과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정의와 법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시도하고 있는 SBS의 을 주목할 만하다. 은 실제 이혼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드라마로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과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되면서 어느 정도 시청률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살인’과 ‘이혼’이라는 전혀 다른 색깔의 ‘법정드라마’인 만큼 직접적인 대결 구도보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가족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는 주말연속극의 경쟁 구도도 치열할 전망이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을 시작한 MBC의 와 SBS의 은 비슷한 데가 많은 가족드라마이다. 우선 재혼 가정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짚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방송사 PD와 앵커, 아나운서가 등장하는 방송사가 주요 배경이라는 점도 그렇다. 여기에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까지 추가한다면 와 은 닮은꼴 드라마라고 할 만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아무리 비슷한 성격의 드라마라 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각기 다른 만큼 재방송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BC와 SBS에 이어 KBS2도 다양한 유형의 ‘엄마’를 통해 우리 시대 어머니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그려나가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에 이어 10월부터 새로운 주말연속극 을 방영할 예정이다. 의 기본 내용은 과거 충격적인 사건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된 두 친구의 아들과 딸이 라디오 방송 DJ와 PD로 만나 묘한 사랑의 인연을 이어가면서 상처와 오해를 극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은 ‘재혼’ 가정을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남자 주인공이 이혼남이며, 여자 주인공은 방송사 PD라는 점에서 나 과 닮은꼴이 있는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 아직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라는 점에서 함부로 속단하기 어렵지만 방송3사의 2008년 가을 주말연속극은 ‘방송사’를 주요 배경으로 ‘재혼’과 ‘이혼’의 일상을 전면에 내세워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새혼’ 가정 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 SBS 월화드라마

 

2008년 가을 밤에 펼쳐지는 치열한 드라마 대전(大戰), 시청자는 과연 어떤 드라마를 선택할까?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밤 어떤 드라마가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킬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소 어둡거나 지나치게 경쾌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안방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인 내용이 시청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것 하나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드라마가 제재나 규모 면에서 다양하고 풍성하다. 그래서 같은 시각에 방영되는 드라마들의 시청률 정면 승부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시청률이 드라마를 평가하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애써 공들여 만든 드라마에 보다 많은 시청자의 이목이 집중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시청자는 정성 들여 잘 만든 드라마를 외면하지 않는다. 잘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분명 완성도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연속적으로 방영되는 드라마의 매체(media)의 특성을 망각하고 2시간 내외의 시간 동안 스토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영화 서사 전개 방식을 흉내내거나 볼거리에 치중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더할 나위 없이 치열한 가을 드라마 대전(大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텔레비전’이란 매체에 적합한 드라마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다른 드라마들과 차별성을 보다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드라마 제작자라면 누구나 눈앞의 시청률 때문에 전체의 완성도에 균열을 일으키는 우를 범하는 순간, 그토록 원하던 시청률이 곤두박질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영 다음날이면 바로 올라오는 시청률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것도 현실이다. 눈앞의 시청률을 잠시 뒤로 하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염두에 둔다면 시청률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던 2008년 전반기 드라마에 비해 2008년 후반기 드라마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를 즐기는 또 다른 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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