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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축산업의 그늘과 광우병, 그리고 몇 권의 책들

정주영 |2008.09.20 00:16
조회 78 |추천 0

[예스24에 올라온 이미지들을 이용하였음]

 

 

당신이 꼭 2MB의 주장대로 값싸고 질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면 굳이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데 위의 이미지들 중의 한 권이라도 읽어봤다면 소고기를 먹을 때 원산지 따지지 않고 아무 소고기나 입에 넣을 수 있을까?

 

에릭 슐로서의 <패스트푸드의 제국>은 패스트푸드로 인한 목장경영방식의 변화, 숙련된 기술없이 전기톱을 들고 소를 썰어야 하는 이민자들-주로 히스패닉-, 패스트푸드 매장에서의 고용, 맛과 향의 인위적 제조, 햄버거 패티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O-157, 합병을 통해 대형화되는 육가공 회사, 그리고 그 유명한 맥도날드 소송 등을 다룬다.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과 <육식, 세상을 망치고 건강을 망친다>(원제 Diet for a New America)와 <음식혁명>은 미국 축산업의 폐해를 고발하면서 축산폐수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는다. 고기 소비를 위한 업계의 로비부터 공장식 축사, 비인도적으로 사육되는 가축들, 가축들의 사료로 대부분 소비되는 옥수수, 유전공학-유전자조작식품 관련- 등의 문제를 다룬다. 특히 <음식혁명>에서는 항목 서술 마지막에 상반된 의견을 게재해 독자들의 판단에 기대며 무엇이 바른 선택인가를 묻는다. 슐로서의 책은 그가 직접 발로 뛰면서 쓴 보고서이며 여기에서 고용문제에까지 이르면 미국의 그늘까지도 보인다. 존 로빈스는 '배스킨 라빈스 31' 창업주의 아들인데, 유일한 상속자로서 회사를 물려받기를 포기하고 자연 속에서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을 살며 레이첼 카슨 상을 수상하기도 한 유명한 환경 운동가이다. 그가 <음식혁명> 이전에 쓴 책은 많은 미국인들을 채식주의자로 전향시킨 바 있다. 필자도 이 책 덕에 채식주의자가 된 미국인을 한 명 알고 있다. 그는 미시건 주 출신의 마음씨 좋은 아줌마인데, 자신이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지 들려주면서 존 로빈스의 책과 함께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추천해 주었다. 에릭 슐로서의 책을 이미 읽었다고 하니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거듭 강조하던 게 기억난다. 그는 존 로빈스의 책 <육식, 세상을 망치고 건강을 망친다>(1987)가 하나의 센세이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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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제와 오늘 이틀동안 읽은 리처드 로즈의 <죽음의 향연>은 작년에 출간되었으나 원서가 나온 것은 10여년전으로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쓴 광우병 리포트이다. 동종식육이 유발한 뉴기니 포레 부족의 쿠루병에서부터 양의 스크래피, 소의 해면상뇌증 등. 인간의 진단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에게 눈을 돌리면서 비슷한 증상, 다른 이름, 유발원인, 작용 등에 대한 탐구와 뇌의 손상을 유발하는 매카니즘을 밝히려는 학자들의 치열한 노력과 싸움 등이 생생한데, 한 편의 공포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3부로 나뉘어진 각 장을 기술하면서 몇 장씩 묶어 '고리'로 이름붙인 저자는 마지막에 이르면 이 모든 게 하나의 사슬로 연결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크로이펠츠야콥 병에도 여러 변종이 있으며 소에 의해 인간이 걸리는 변종 크로이펠츠야콥 병, 인간 광우병도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은 충격이다. 보통 세계적으로 CJD는 100만명 당 1명꼴로 나타나지만, 그 변종이 나타나 유전될 경우 그 확률은 1000명당 1명꼴이란다. 10여년전에 지은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CJD의 변종은 16개 이상이다. 프리온의 존재를 긍정하면서도 그것이 바이러스인지 아닌지가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해면상뇌증-전염성이든 아니든 간에-이 왜 일어나는지 현상은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은 아직도 불분명하다. 저자가 인용한 <옵저버>지의 가상의 영국을 묘사한 대목은 섬뜩하다. 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 보건 정책의 핀트를 잘못 맞춤으로써 오히려 인간광우병 및 광우병의 발생을 부채질했던 영국의 전사(前史)는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보이는 모습과 비슷하게도 보인다. <옵저버>지는 1996년의 기사에서 2016년의 영국을 그리는데, 산업화가 유발한 스모그로 서서히 대량으로 목숨을 잃어간 런던의 모습에 버금간다. 포레부족의 쿠루병 연구로 해면상뇌증 연구의 문을 연 가이듀섹은 저자에게 동종식육을 강요당한 모든 동물들, 인간이 가공해서 이용하는 동물들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발병률은 낮을지 모르나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인간광우병(vCJD)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소가죽 지갑, 수술용 실(돼지로 만드는 봉합사), 닭똥을 비료로 쓰는 유기농 채소 등. 교차오염, 감염 및 종간의 벽까지 무력화시키는 이 존재. 심지어 장미를 키우는 데도 육골분 비료가 쓰인다니.  

 

이것의 잠복기는 최소 10년, 길면 40년이라고 한다. 초식동물에게 육골을 먹이거나 하는 행위는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에 해당한다.  혹은 병들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소나 돼지, 닭 등을 이용한 육골분 사료의 제조는 매립해야 하는 동물의 찌꺼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도 고기 소비를 꽤 많이 한다. 주간지에 난 기사를 보니 우리라고 가축들을 다르게 키우는 것 같지는 않다. 대량소비로 인해 대량, 속성으로 사육되는 가축들. 단백질 보강을 위해 먹이는 동물성 사료. 비인도적인 도축 등. 선진화되고 문명화 되면서 경제적 동물임을 점점 더 자각하며 자연의 질서까지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된 인류.

 

<죽음의 향연>의 범위는 광우병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비슷한 증상을 보인 동물인데 예전의 사례와 연관짓지 못했거나 이미 그 전조로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이는 기록을 통해 규정조차 논란이 되는 변형 프리온의 존재는 이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최근에 발견되고 연구되었다고는 해도 쿠루병의 연구기간까지 포함하면 이 병의 연구는 50여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아직도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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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행위들을 통해 조금은 앞으로 수입될 미국쇠고기가 유발할 치사율 100%의 병을 어느 정도 피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병은 죽어야 진단이 가능하고 살아서 증상을 보이더라도 의사들마다 견해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인간광우병 환자가 꽤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가족들이 뇌부검을 거부해 그냥 묻어 두었다고 한다. 꽤 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치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록을 언젠가 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것이 100만명 당 1명의 비율로 나타나는 CJD라면 모르겠으나 만약 변종 중 유전되는 속성을 가진 것이라면 그 확률은 1000명당 1명으로 상승한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명이라고 치고 이 경우에 발생할 확률을 구해 보자.

 

<죽음의 향연>에서 인용한 <옵저버>지의 기사가 그린 디스토피아적인 영국의 모습은 잠복기를 거쳐 증세가 나타날 시기를 추정하여 그 연대를 2016년으로 보았다. 문제는 이것의 잠복기가 왜 이렇게 긴 지-최대 40년-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 빨리 발병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영국에서 1985년부터 발생한 광우병 이후로 영국 보건당국의 후속대책의 허술함이 영국 소를 유럽 여타국가에 유입되게 하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것이 전 유럽에 폭풍을 몰고왔다는 점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이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위정자들이 위에서 언급한 네 권의 책 중 어느 한 권의 한 페이지라도 들여다봤을까 의뭉스럽다. 자기 자리의 보신을 위해 복지부동하는 게 위정자의 임무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협상 대상인 미국의 축산업이 어떤지 사전에 파악이라도 좀 하시지.

 

촛불시위 둘째날, 광화문에 있었다. 교복부대가 많았다. 입시제도 때문에 수혜를 누리는 학원과 그 사이에서 볼모가 된 학생들, 해가 갈수록 그 정도는 심해지는 것 같다.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면 이들의 급식에 당연히 올라올 터. 값싸고 질 좋아서 자주 급식대에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검역주권도 없고 모든 소를 검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무엇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입시제도와 현행 교육제도는 잠재적인 영재들-나는 대한민국 학생들의 가능성을 믿는다-을 바보로 만들며 규율에 복종하는 존재로 전락시킨다. 싹을 거세당한 재능들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쓸 수 밖에 없다. 중학생 때부터 외고에 진학하기 위해 새벽 2~3시까지 학원에서 사는 게 말이나 되는가.

 

당국에서는 촛불집회의 정치색을 들고 나온다. 아니, 먹는 데 있어서도 좌파 우파가 구별되나? 그럼 좌파는 좌장면만 먹나? 나는 생물학적으로 왼손잡이인데 내가 왼손잡이면 나도 좌파인가?

 

먹거리와 교육정책 때문에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의 사정. 입시에 맞춘 교육제도 때문에 학원에 저당잡힌 학생들. 게다가 미국 소 수입 때문에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된다면 이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잠복기가 최소 10년이라는 것도 산술치이지 더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 지금 15살의 학생이 미국 쇠고기를 먹고 25살에 발병한다 치자. 40년까지 가는 잠복기를 고려해 평균을 내도 25년인데, 그래야 나이 40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데, 고기 하나 때문에 저 세상으로 가야 한다면 당신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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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스24가 이미지 출처임]

 

 

중요한 건 이런 미국쇠고기 수입 개방의 배후에는 카길 같은 다국적농산기업이 자리하고 있다는 거다. 민노당 국회의원 강기갑씨가 오래 전 이 책의 뒤에 '발간에 부쳐' 라는 A4지 한 장도 안 되는 분량의 글을 썼는데 매우 힘있고 기개가 느껴진다. '올 테면 와보라'는 결의마저 느끼게 하는 힘있는 필력이다. 위의 책도 출간된지는 꽤 되었다. 원재료를 싼 값에 사들이고 그것을 가공하여 다른 곳에다 비싼 값으로 파는 이 기업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 있으며, 씨앗의 종자서부터 모든 먹거리 관련 제품들을 거래하는 이 회사. 한국에도 지부가 있다고 한다.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가공품을 팔기 때문인데 이런 걸 판다. 우리가 먹는 스낵에 뿌려진 비프첨가물. 봉지 뒷면에 비프첨가물이 어디서 제조되었는지를 써놓은 회사는 없지 않은가. 이들은 이런 식으로 사업하는 은밀한 세력이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먹거리 선택에도 영향을 끼치고자 한다. 미국 정부의 쇠고기 수입 압력에는 이 같은 기업의 잇속이 자리하며 아마도 이들이 미 정부에다 벌인 로비도 상당하리라 추측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이런 뒷사정들을 알고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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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당선되면 늘 보스인 미국에 먼저 가서 큰 형님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나라, 아직도 미국이 뭐 해라 하면 좋아라 받아들이는, 전쟁당시에 미군이 주던 초코렛 받아먹던 기억이 자리한 세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나라, 친일파의 후손들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나라, 건전한 정신이 조중동에 의해 빨갱이로 몰리기도 하는 나라, 정부정책에 반대하면 색깔론을 들고 나오며 여론몰이 하는 나라.

 

이제는 서서히 이런 것들을 하나씩 없애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2MB 정부를 반대하지 않는다. 모 포털 사이트의 탄핵서명은 하나의 상징적 의미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하나의 메세지 말이다.

관이 주도한다고 무조건 따라가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합의로 끌어가야 하는 시대다. 아울러 내 정권에서 이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사고도 버려야 한다. 큰 틀을 만드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괜히 길거리에 나선 것이 아니다. 나 때에도 입시제도는 우리들을 마루타로 만들었는데 해마다 안 그런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해가 갈수록 그 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지금의 학생들이 미국의 쇠고기를 먹게 된다면 그들은 미래를 저당잡힌 볼모로써 이중의 마루타가 되는 셈이다.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실험대상과 교육제도의 실험대상이 되고말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학생들을 누군가가 선동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요즈음 학생들, 꼭 촛불시위에 참여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에 대항하고 있다. 요새 학생들 한다면 한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에는 올인하며 눈치보지 않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한다. 토요일 집회에서 '같은 상고 출신인데, 대통령 아저씨는 왜 이렇게 개념이 없냐' 고 자유발언했던 학생이 특히 기억난다. 별 말 안했지만 이 한 마디로 모두를 폭소케 했다. 그 학생은 대통령 앞에서라도 대놓고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게 요즈음 학생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건 선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자발적 의지로 그런 것이다.

 

이걸 몰랐다고? 내 참....어르신들, 자식들도 안 키워 보셨쎄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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