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동무들도 투표하러 오시라요!]
1. 문제의 소재
북한은 국가인가? 아니라면 당연히 우리 영토이고, 북한주민도 우리 백성이니 선거권 부여는 당연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입후보는 어떨까?
조선족이나 까레이스키도 우리 민족이고, 한국말을 하는데 이들은 우리 국민인가? 이들에게도 선거권이 있을까? 이들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있을까?
영주권을 취득하여 미국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교포들은 아직 우리 국적을 가지고 있고, 여권도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어떨까?
아직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해외이주목적의 해외장기체류자 또는 해외이주의 목적도 없는 해외장기체류자 및 단기해외체류자(예컨대 유학생, 상사주재원, 외교관 등)로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은 어떨까?
2. 헌법과 선거법상의 선거권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이러한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라 대의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정치 아래에서 국민의 참여는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보장하고, 헌법 제11조는 정치적 생활영역에서의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선거권과 선거원칙을 이같이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는 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통해서만 국가와 국가권력의 구성과 창설이 비로소 가능해지고 국가와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선거권 행사는 국민주권의 현실적 행사수단으로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서 기능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주기적 선거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이러한 헌법규정에 따라 모든 국민은 19세 이상이 되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 의원선거 그리고 국민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데 문제는 선거관련법들이 선거구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 또는 주민,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를 선거권자로 규정하고 있어(공직선거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16조 제3항, 제3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등)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들은 선거권이 없다는 결론이 된다.
한편, 조선족이나 까레이스키도 우리 민족이고, 한국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국적법상 우리 국민이 아니므로 이들에게는 당연히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또 유학생, 상사주재원, 외교관 등 단기 해외체류자들은 우리 국민으로서 당연히 선거권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외부재자 투표제도를 도입하여 그들이 귀국하지 않고 외국 거주지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영주권을 취득하여 미국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교포들 처럼 아직 우리 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아직 영주권은 없지만, 이주목적으로 해외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사람 또는 해외이주의 목적도 없는 해외장기체류자들에 대한 것이다.
3.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주장
가. 내국인과의 형평성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국외이주로 인하여 병역의무, 납세의무 등 국민의 의무가 면제 또는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내국인과의 형평성 시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재외국민 모두에게 선거권 행사를 인정한다면,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에는 재외국민이 결정권(casting vote)을 행사하게 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
이미 상당기간 대한민국과는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상이한 환경의 외국에 생활의 기반을 잡고 그 곳에 영주할 의사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한 재외국민이나 국외거주자들과는 대한민국의 선거나 정치에의 참여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의 진지성, 밀접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으므로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통일체로서의 국민을 넘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국가구성원으로서 대의기관을 구성할 권리가 필연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영주의사나 국외거주기간 등은 선거권의 인정 여부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로서 영국의 경우 국외거주기간이 일정기간 이내인 경우의 재외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고, 캐나다나 호주의 경우 국외거주기간이 일정기간 이내로 국내로 돌아와 영주할 의사가 있는 때에만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나. 정책취지에 반함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재외동포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거주국 사회 내에서의 안정된 생활영위와 존경받는 구성원으로의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재외동포의 역량을 국가발전에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주권자에게까지 선거권을 확대하는 것은 거주지국에서의 정착 촉진을 통한 ‘현지화’보다는 정부의 각종 지원에 대한 기대심리와 모국지향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자발적으로 이주하거나 출국한 사람들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제한은 부당한 것이 아니다.
다. 현실적, 기술적 곤란성
법이나 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와 경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국민의 의식수준 등 제반사정에 맞추어 제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지나친 기본권제한이라 할 수 없다.
선거관리 기술상 국내에 주민등록이 없는 재외국민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적법이 국적이탈 신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재외국민 중 외국국적 취득자가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이중국적자로 되고 결과적으로 이중국적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선거기간의 연장에 따른 후보자들과 국가적 부담이 증가하며, 선거운동기간 내에 외국에 있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의 실시와 후보자를 홍보하고, 선거운동을 하며, 투표용지를 발송하여 기표된 용지를 회수하는 등 각종 실무상 어려움이 있어 전면적 부여는 곤란하다.
우편제도가 발달한 일부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에 대해서만 선거권 행사를 인정하게 되면 그렇지 못한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국민과의 사이에서 또 다른 평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라. 국가에 위해
국토가 분단되어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한다면,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들도 선거권을 행사함으로써 국가의 안위 및 국민의 생존, 자유가 위협받을 수 있고, 재외국민에 대한 체류국의 정책과 충돌함으로써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마. 공정성 확보의 곤란
선거관리위원회나 다른 국가기관의 활동범위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만 이루어지므로 예컨대 투표용지의 분실이나 교체가능성, 부정한 선거운동비용의 지출, 2중투표나 대리투표의 가능성, 선거권자의 의사의 왜곡, 금품매수, 대리투표 등 현지에서의 선거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가능성과 국외에서 발생하는 각종 선거부정행위에 대한 단속이 사실상 곤란해짐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4. 당근 주어야 한다는 주장
가. 위험성이 없다
설사 재외국민에게 선거권 행사를 인정할 경우라도, 남북한의 대치상태가 종식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 하에서는,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선거권 행사에 대한 제한은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이 신분을 위장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위험성도 있지만,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가 아닌 재외국민은 한국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므로 양자의 구분이 가능하고, 재외국민등록법에 의한 재외국민등록제도나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에 의한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제도를 활용하여 그러한 위험성을 예방하는 것이 선거기술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 캐스팅보트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일정 연령에 도달한 국민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국민인 이상 누구든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보통선거원칙의 이념적 전제인 동시에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통선거원칙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주장이다.
다. 선거공정성 확보할 수 있다
외국에서의 선거관리가 국내에서와 비교할 때 더 어려우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선거권 행사를 전면 부정해야 할 만큼 선거의 공정성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
예상되는 부정선거가능성은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운동방법의 적절한 제한, 투표자 본인의 신분확인방법의 도입, 선거운동비용 지출에 대한 사전 사후의 관리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하여 차단하는 방법이 있으며, 법원의 재판 등을 통한 사후적 통제도 가능하다.
또 과거에 비하여 오늘날 우리 국민들의 선거문화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하여 타율적 규제가 줄어도 될 만큼 성숙하였다.
라. 선거관리기술의 발달
선거운동기간을 늘이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재외국민에게 후보자 개인에 관한 정보를 적정하게 전달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재외국민의 입장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후보자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고 있다.
오늘날의 선거가 인물투표로서의 성격보다 정당투표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되었고, 재외국민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이 선거운동기간의 전 기간에 걸쳐 국내에서와 같은 정도로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재외국민의 입장에서는 감수해야 하며, 투표용지 발송과 기표용지 회수의 경우에도 현지인쇄 등 대안이 없다 할 수 없고 기표용지 회수 및 개표는 시기적으로 선거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능하다.
바. 납세,병역의무와 무관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를 국민의 의무를 전제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납세나 국방의 의무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예정하고 있지 않다.
재외국민들은 이중과세 방지협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납세의무가 면제되는 것일 뿐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를 불이행하는 것이 아니고, 병역의무도 재외국민에게 병역의무 이행의 길이 열려 있고, 오늘날 넓은 의미의 국방은 재외국민의 애국심과 협력에 의존하는 바 크며, 현재 병역의무가 남자에게만 부여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거권과 병역의무 간에 필연적 견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아. 국제화시대의 요청
재외국민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가기관의 구성에 참여할 헌법적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고, 특히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화, 지구촌화 시대의 국민통합은 재외국민의 의사 역시 대한국민의 의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주나 출국이 자발적 계기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오늘날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화시대에 해외로 이주하여 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국민이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가 부인되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공직선거법은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에 대해서도 일정한 요건하에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데(동법 제15조 제2항 제2호) 현행법에 의하면 지방의회 선거권에 관한 한, 헌법상의 권리인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선거권이 법률상의 권리인 외국인의 선거권에 못 미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어 매우 부당하다.
우리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이미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에서 해외체류 재외국민의 부재자투표를 허용하였던 경험이 있는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 선진 국가들의 다양한 사례를 참조하면 재외국민의 부재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5.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법들이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만 선거인명부에 등재하여 그 사람들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면서 2007. 12. 31.까지 동 규정들을 개정하지 않으면 무효라고 선언하였다(2007.6.28. 선고 2004헌마644, 2005헌마360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등 위헌확인등).
국민이면 누구나 그가 어디에 거주하든지 간에 주권자로서 평등한 선거권을 향유하여야 하고, 국가는 국민의 이러한 평등한 선거권의 실현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것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른 헌법적 요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단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을 결정하여 그에 따라 선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엄연히 대한민국의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바,
그와 같은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서 피선거권이나 국민투표의 경우도 동일한 이론으로 재외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견해이다.
6. 국회의 고민
이론적으로야 대한민국의 국민인 이상 당연히 선거권과 피선거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여야 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외체류자를 포함하여 국외거주 재외국민에게 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할 경우 선거관리를 담당할 기구와 투표소의 설치, 재외국민 등에 대한 신분확인절차, 투표의 방식, 선거운동방법, 나아가 기타 공정선거를 위한 구체적 방안 등 선거기술적인 측면과 선거의 공정성 측면에서 해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또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 지방선거 참여권을 부여하는 경우에, 거주요건을 부과할 것인지, 부과한다면 그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 주민들과 대한민국에 적대적인 재외국민에 대하여는 어떠한 방법으로 선거권을 부여하고, 어떠한 내용으로 제한할 것인지도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선언을 한 것이 벌써 1년도 넘었지만, 우리는 선거법을 개정하지 아니한 채 지난 국회의원선거와 교육감선거 등을 치뤘는데.....
이제 석달 남짓한 시간
부지런히 좋은 선거법을 만들어야 할 터인데
이리저리 국회에서는 고민이 많겠다.
그나저나 북한에 계신 동포여러분!
다음 선거에는 투표 한 번 해보실라우?
아니 머 까이꺼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에 출마하갔다는 동무는 없시유?
선거비용은 몽조리 나라에서 대주니끼리....
걱정일랑 마시라요!
(‘08. 9. 22.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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