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김기덕 감독은 참으로 독특한 감독이다. 국내에서는 철저하게 흥행과 거리가 먼 감독이지만 해외에서는 참으로 인정받고 주목받는 감독이다. 또한 그의 영화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싫어하는 관객이 있는 감독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싫어하지만 계속 보는 관객이 있는 반면 보지도 않고 욕하는 관객도 매우 많다. 그 이유는 그의 작품들에서 나타난다. 김기덕 감독은 철저하게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는 감독이다. 관객 하나하나가 각자가 알아서 해석할 수 있는 영화다. 바로 영화의 해석에 있어서 정답이 없다는 말이다.
2008년 뉴욕 MOMA(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 회고전에서 김감독은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서 "내 영화는 보는 사람 각자의 삶에 따라 다양하게 느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만 봐서도 안되고, 이야기만 봐서도 안되고 그 두가지를 같이 섞어서 봐야만 합니다"라고 밝힌 것처럼 그의 영화는 참으로 어렵고 난해하며 그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국내 톱스타 배우들은 그의 영화에 꼭 한번 출연해야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흥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의 작품세계를 존중받는 위치의 한 사람이다.
이미 조재현, 이지은, 서정, 주진모, 양동근, 김영민, 장동건, 재희, 이승연, 하정우, 성현아, 박지아까지 충무로에서 한 입지를 하고 있는 훌륭한 배우들을 발굴 혹은 재발굴 해내는 능력이 있다. 게다가 2007년도에는 영화 에서 대만을 대표하는 장첸과 함께하기도 했다. 이번 김기덕 감독의 15번째 작품 이 공개되었다.
슬플 '비(悲)'자에 꿈 '몽(夢)'자를 써서 '슬픈 꿈'이라는 뜻을 가진 '비몽'은 꿈으로 이어진 두 남녀의 슬픈 운명을 그린 러브스토리다. 이별한 연인을 잊지 못해 꿈에서라도 그녀를 만나고자 하는 남자 진 역에 오다기리 조가, 몽유병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꿈대로 움직이게 되는 여자 란 역에 이나영이 열연, 호흡을 맞췄다.
오다기리는 작품을 보는 안목이 탁월한 배우로 평가받는다. 훤칠한 미남이지만 출연작마다 개성 있는 이미지를 연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2005), (2006), (2007) 등 그가 나온 영화들은 특히 한국 영화팬들에게 사랑받았다.
또한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이나영은 MBC TV 드라마 (1999)로 신드롬을 부른 후 (2004), (2006) 등으로 티켓파워에다 존재감까지 돋보이는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더구나 이나영은 영화 출연이 뜸하다. 팬들은 그녀에게 목 말라 있는 상태다. 2년 만에 등장한 이나영, 게다가 오다기리와 함께 하니 팬들로서는 흡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팬들만 흡족한것이 아니다. 이처럼 흥행파워와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과의 작업을 할 수 있는 김기덕 감독 자신에게도 플러스 요인이 있다.
두 배우는 워낙에 8등신 미남미녀로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어 카메라에 담기만 해도 이미 패션화보처럼 보이며 여기에 김기덕 감독의 특유의 영상미학이 합쳐져 화면 하나하나가 다 그림처럼 보인다. 거기에 영화 속 배경은 서울 가회동의 한옥과 갈대밭, 보광사 등에서 촬영해 한국의 전통미를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그의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편안한 행복을 주는 감독은 아니다. 그의 영화를 보면 때때로 매우 불편하게 만들며 보는 관객에게 고통까지 전해주기도 한다. 난해한 스토리와 고통스럽고 불편한 화면들까지 관객에게는 혼란과 충격을 전해준다. 이번 은 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자 했고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가 출연하기에 첫 상업영화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관람등급부터 이미 19세 이상을 받은 것으로 보아 일단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 하는 진(오다기리 조)는 꿈속에서 자신의 과거 여자친구를 쫒던 중 교통사고를 낸다. 하지만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뺑소니를 치고 횡단보도에서 사람까지 칠뻔하지만 그것은 그의 꿈이다. 너무나 생생한 꿈의 느낌에 사고 현장을 찾아가지만 그 꿈은 현실에서도 똑같이 일어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사고는 자신이 아닌 지나간 사랑이 지겹도록 싫은 란(이나영)이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한 사람은 꿈을 통해서라도 지나간 사랑을 찾고 싶어하고 다른 한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몽유병 상태에서 진이 꾸는 꿈대로 행동한다. 결국 이 두 사람은 한사람이다. 진이 행복하면 란이 불행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두 사람은 같은 시간에 잠을 자면 안되는 운명이다. 결국 두 사람은 교대로 잠을 자기로 결정하지만 결국 계속되는 두 사람의 꼬여버린 사건들은 두 사람을 힘들게 한다.
김기덕 감독은 “우연히 꿈을 꾸고 시놉시스를 바로 썼다”면서 “차를 조감독이 운전하고 나는 조수석에서 자고 있었는데 사고가 나서 잠이 깼다. 그런데 마치 내가 사고를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 뒤 “꿈 속의 과거, 현대, 미래 이런 얘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사랑’”이라며 “사랑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등을 묻는 '사랑의 한계'에 관한 영화다”라고 말한 뒤 “영화 중반부의 갈대밭 장면이 영화가 얘기하고 싶은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랑하다 이별을 한다면 서로에게 그 만큼 다른 느낌의 감정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영화 속 '란'은 '진'의 과거 여자가 되고 '진'은 '란'의 과거 남자가 된다. 서로 사랑했지만 결국 사랑의 결론은 다르다. 김기덕 감독이 말한 갈대밭 장면이 핵심이란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이유다. 진과 란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면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김기덕 감독은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 아니다. 자신의 꿈속에서 사랑했던 여인을 의심하던 진은 애인을 살해 하지만 결국 그것은 현실속의 란의 살인 현장이다. 영화는 잠을 참기 위해 고통스러워 하는 진의 모습을 통해 김기덕스러운 고통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처럼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의 처절한 고통을 묘사하며 스토리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은 전작 에 비하면 비교적 시나리오를 이해하기는 수월하다. 하지만 결론 부분에서는 관객들의 판단에 각자가 느낄 수 있도록 남겨둔다. 영화 은 올해 5월 칸국제영화제와 동시에 진행된 칸필름마켓에서 프랑스 등 8개국에 선 판매돼 화제가 되었으며 체코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상영 중이다. 이것을 보면 한국의 관객 수준이 낮은 것인지 김기덕 감독 스타일이 유럽영화시장에서 맞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한국관객과의 절충선도 어느정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의 출연은 겉으로 상업적그림을 표방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예술적 욕망이 담겨 있다. 이를 상업적으로 마케팅하여 관객에게 혼돈만 주지 않는다면 영화 을 선택하는 것은 100% 관객의 몫이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스토리나 영상미, 드라마, 스펙터클 등으로 구분지어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철저하게 관객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배우들이 분명히 적은 개런티를 받으며 김기덕 감독을 선택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자체가 관심이며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은 상업영화의 껍데기에 김기덕 감독의 예술적 철학이 담겨있는 영화라고 말하는게 가장 적절해 보인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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