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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는 어떻게 일본의 국민탐정이 되었나?

정주영 |2008.09.25 18:22
조회 133 |추천 0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가 창조한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년탐정 김전일이 사건을 맡을 때마다 늘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라고 말하는데 바로 그 할아버지가 요코미조 세이시가 창조한 긴다이치 코스케다.

 

나는 소설책은 몇 장르 빼곤 읽지 않는 편인데, 그건 웬만한 소설은 하루면 다 읽어버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추리소설도 어지간히 복잡한 트릭을 깔아놓지 않는한 빨리 읽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장르라 눈에 띄는대로 구매하는 편이다. 나는 보통 소설이라고 하면 주로 팩션에 관심이 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총 네 권 시공사에서 출판했는데, 처음에는 읽을 때 좀 지루했다. 앞에 설명이 너무 많다고 느껴졌지만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그런지 괜찮았다. 이 네 권은 연달아 쫘르륵 읽은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읽다보니 무엇을 먼저 읽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맨 마지막에 읽은 건 최근에 나온 <이누가미 일족>이다. 이번 충무로 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과 <악마의 공놀이 노래>가 상영되었다. 시간이 맞질 않아 아쉽게 보지 못했다. 특히 이치가와 곤 감독의 <이누가미 일족>은 감독 자신이 다시 리메이크한 동명의 영화도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두 버젼 다 보고 싶다. 최근 제작된 버젼에는 마츠시마 나나코가 나온다고 한다.

 

책이 계속 나오면서 작가가 창조한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 가는데, 흥분하거나 놀랄 때 말을 더듬거리는 것과 머리를 박박 긁는 등의 버릇은 그대로다.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와 비교해 보면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는 꽤 겸손하며 자신의 이름을 자랑하지 않는다. 홈즈의 파트너 왓슨 박사가 늘 학생같은 태도로 사건 해결의 설명을 요구하면 홈즈는 '마이 디어 왓슨~~' 하면서 그건 이렇고 저건 이래서 이렇게 되었다 는 식으로 말하는데, 긴다이치는 전혀 그런 게 없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지적인 면모를 뽐내는 것도 아니요, 가끔은 실수로 눈 앞의 단서를 놓쳐 사건 해결이 늦어지기도 한다. '이 단서를 놓치지 않았으면 살인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등의 자책은 그를 인간적인 탐정으로 보이게 한다. 네 권의 책이 다룬 시기가 전쟁 후이다 보니 이전 사건들을 해결했을 때 얻은 명성은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간 곳까지는 아직 전해지지 않기도 하고 때문에 긴다이치 코스케는 뒷조사를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도 자신의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홈즈가 런던에 눌러앉아 있으면서도 의뢰인들은 먼 데서 기차를 타고 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홈즈는 마지막에 가서야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긴다이치는 단서를 하나 하나 조합해 갈 때마다 친절히 알려주는 편인데, 그도 어쩔 때는 어떤 단서의 의미를 몰라 당황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가 맡은 사건은, 국내에 출간된 책들로만 판단하면 '이런 곳에서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이다. 그건 위 책들이 담고 있는 시대가 전쟁 후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래서 사건 해결도 해결이지만 동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도 보인다. 한적한 시골 휴양지, 외따로 떨어진 섬 등. 원한이나 돈 등의 문제는 인간들이 서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제이지만 이런 장소에서까지 이런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웬지 섬뜩해 지고 사람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긴, 소설이나 영화에서 묘사된 전후의 일본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우리만 일제시대에 피를 본 것은 아니다. 당시 일본국민 모두가 대일본제국에 충성을 맹세하며 강제징집에 기꺼이 참여했을까? 전쟁 참여의 정당한 논리를 부과하는 건 국가다. 국민이 아닌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보고 있으려니 전쟁이 바꿔 놓은 건 군인으로 징집된 사람들 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까지였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벌인 살인들은 꽤 잔혹한데도 어쩔 땐 범인에게 연민까지 일 경우도 있다. 트릭과 단서들이야 작가가 짜놓은 판에 인물들을 얹혀 놓고 기계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인간성을 부여하는 건 누구일까?

 

소년 탐정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할 때는 모두를 모아놓고 한다. 나는 이 만화의 작가가 아가사 크리스티를 좋아해 그가 창조한 탐정 포와로의 그 모습을 따라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보니 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그렇게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다. 범인의 행위에 따른 결과에만 치중했다면 다 같이 모아놓고 사건의 추이와 결과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범인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고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위 소설들을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책이 계속 나올수록 어딘지 모르게 그가 셜록 홈즈처럼 변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슷한 케이스를 다루다 보니 사건들에 대해 무감해지기 시작한 것일까? 그렇지만 말 더듬고 머리 벅벅 긁는 버릇은 여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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