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는 어떤 기름을 사용할까? 공항 내엔 별도로 항공기 주유소가 있을까? 큰 비행기에 들어가는 기름량은 얼마나 될까?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만한 의문이다.
항공유는 ‘제트A-1’ 사용
민간 항공기에 사용되는 것은 ‘제트A-1’이라 불리는 등유(Kerosene) 계통의 기름이다. 항공유는 연소성이 좋아야 하고, 발열량이 커야 하며, 휘발성이 적당하고 이물질이 들어 있지 않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에 기름을 공급하는 일을 하는 곳은 한국공항(주)의 급유사업팀이다. 대한항공은 물론 30여 개 외항사에 급유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김포, 제주, 김해 등 국내 7개 공항에서도 급유를 하고 있다.
급유사업팀의 총인원은 70여 명. 그 중에서도 정상덕 선임감독은 올해로 18년째 이 일을 해 오고 있는 베테랑으로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급유량을 접수하여 급유 조업계획을 수립하고, 급유 직원들에게 조업을 지시하고 감독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이 인천공항에서 하루에 급유하는 항공기는 평균 110편 수준이며 급유량은 약 570만 리터로 200리터짜리 드럼 2만8천 개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항공기가 비행 중에 소모하는 연료량은 기종과 엔진의 종류 및 항공기의 운항고도, 탑재중량, 기상, 그리고 항공기의 가속 여부에 따라 다르다. 보잉747-400 점보기의 경우 인천에서 뉴욕까지 평균 비행 시간인 13시간 동안 운항하려면 200리터짜리 드럼으로 무려 950개, 약 19만 리터를 소모하게 된다. 중형 자동차의 연료 탱크 용량이 66리터 정도이니 약 2천900대의 자동차 소모량과 같은 엄청난 양이다.
펌프차 이용, 지하 급유시설에서 항공기로
항공기 급유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항공유는 송유관을 통해 공항 저장 탱크에 저장된다. 이 항공유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 저장 탱크 입·출하 지점에 설치된 여과기를 통과하고 저장 탱크에서 적절한 침전 및 테스트를 거친 후 공항 계류장 내에 있는 지하배관으로 공급된다.
보통 항공기가 주기하는 장소에는 각 2개의 급유전이 설치되어 있는데 급유 시에는 일종의 펌프차인 하이드런트 공급기(Hydrant Servicer)로 지하 배관과 항공기를 연결, 급유한다. 마치 소방차가 소화전에 밸브를 연결하여 물을 뿌리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하이드런트 배관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급유차인 리퓰러(Refueler)를 이용한다. 보잉747-400 항공기 1대를 급유하는 시간은 하이드런트 공급기 1대로 7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정 감독은( 한국공항(주) 급유사업팀 선임감독 ) “항공유 급유는 급유량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생명”이라며 “요구량보다 많아도 안 되고 적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말한다. 항공기 운항 도중 연료에 이상이 있거나 급유량에 오차가 날 경우에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감독을 비롯한 급유원들이 항공기 급유 시에 비, 바람, 눈, 더위 등의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항상 항공기 근처에서 항공기와 급유 장비를 주시하면서 자리를 이탈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신기종 도입 때는 신입자세로 반복 공부
정 감독은( 한국공항(주) 급유사업팀 선임감독 ) 보잉747-400기 시리즈가 김포공항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급유 방식이 변경되었기에 사전 급유 절차를 숙지하고 자동 급유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급유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놀라서 이곳 저곳을 살펴보니 메인 탱크의 연료 게이지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이것은 이상 현상이 아니라 이 기종의 급유 절차상 생기는 정상적인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접하는 기종이라 이를 미처 알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잠시 후 급유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정비사로부터 이상 없음을 통보 받았지만 비행기 이륙 때까지 퇴근도 하지 못하고 가슴을 졸여야 했다고.
요즘도 신기종 또는 조업 경험이 없는 항공기가 취항할 경우에는 미리부터 정비 매뉴얼과 급유 조업 매뉴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공부하는데 이 습관은 그때부터 생긴 것이다.
정 감독은 악천후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정확한 일 처리를 위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자신의 업무 하나하나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감독의 새해 소망도 언제나 변함없이 ‘한 건의 안전 사고도 없이 완벽하게 서비스해 모든 여행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자신의 업무에 대해 자신있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