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길 끝난 곳에서 만난 휴먼 알피니스트
감히 말하건대, 이책은 발로 쓴글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휴먼 알피니스트들은, 단 한 번이라도 저잣거리나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없다. 그들을 만나는 곳은 언제나 산이었고, 바위였으며, 캠프였다. 알피니스트들이 몰입하고 추구했던 대상이 산이었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만든 길은 모두 산 아래서 끝난다. 히말라야는 더 그렇다. 세상 길 끝난 곳에서 서 있는 하얀 산정에, 알피니스트들은 없는 길을 만들어 정상에 오르려 했다. 텅비어 있는 정상에 서기 위하여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수했고, 충혈된 눈으로 동료의 주검을 지켜봤다.
그들은 왜 산을 오르는가, 산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 그게 궁금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죽은 연어는 강물에 밀려가지만, 산 연어는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들은 모천 회귀하는 연어처럼 히말라야가 흘려준 빙하를 거슬러 올랐고 그 근원인 정상에 서려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만든, 길 없는 길은 그들 스스로 만든 신념의 길이었다.
이 책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모두 고집불통이었다. 그리고 단순했다. 철학도, 종교도, 정치도, 사랑도, 모두 그들이 추구한 신념의 길 아래 있었다. 고집은 신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모든것을 걸고 오르려던 빛나던 산정은, 그 들의 꿈이었고 이상이었다.
그들을 만나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그들이 오른 히말라야 고봉보다 더 높은 인간 정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건 희망이었다. 또한 그것은 , 사람을 좀 더 사람답게 보여 주는 휴먼 스토리였다.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라 믿게 만들, 맑고 따뜻한 휴먼 알피니스트의 초상이었다.
세상이 살만한 것이라고 몸으로 웅변한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토왕성 빙벽,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 태평양 너머 미국, 파키스탄의 발토르 빙하를 거슬러 K2까지, 그들의 내밀한 세계를 보러 발품을 팔았다.
능력 부재인 내게 버거운 작업임엔 틀림없었지만 그 결과가 이책이다. 한권의 책으로 담아내기에는 그들의 삶은 깊고, 높았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1천만명을 헤아린다는 산의 나라,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키워낸 휴먼 알피니스트, 누구든 이 땅이 키운 산악인의 연대기는 기록해 놓아야 한다. 이 땅 사랑법의 우등불이 될 그 사람들의 기록을.
그러므로 이 지나한 일은 지금도 진행형인 것이다.
2007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