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훈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겉으로 보면 정지훈은
마치 천 길 낭떠러지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전력질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고속열차 지붕 위에 서 있는 것처럼
혼란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지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난 최선을 다했다.
여기서 고꾸라져도 후회는 없다.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쉽게 잊는다.
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내 인생의 활력이다.
만약 나에게 이 일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일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일이 좋다면,
내가 아무리 바닥으로 떨어져도
언제든지 다시 백댄서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욕심이 조금 많다.
안 되더라도 해보자는 식의 오기 같은 힘도 있고.
일단 하는 거다. ‘
하다가 안 되면 말지’라는 심정으로.(웃음)”
그리곤 마치 어제 일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나는 바닥이 무엇인지 안다.
말 그대로 돈이 없어서 5일을 굶어 봤다.
그때 그 일 때문인지 지금도 식탐이 많다.(웃음)
내가 성공하면
나중에 가족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토할 때까지
사줄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연습생 시절에,
박진영이 형이 일주일에 딱 하루
중국집에서 회식을 시켜줬다.
목구멍까지 꽉 찼는데,
눈앞에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았더라.
그래서 화장실 가서 토하고 와서 또 먹었다.
그 하루가 지나면 못 먹을 테니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 바람은
내 동생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는 거고,
우리 아버지께 좋은 차, 좋은 옷 사드리는 거다.
인생 참 짧지 않나?
내가 살면서 가장 큰 한이…
우리 엄마 병원에 입원했을때…
정말 입원비가 없어서 돌아가신 거니까.
진통제 주사 한 번 놔드릴 돈이 없었다.
피 눈물 흘리면서 절대 쉬지 않겠다고 했다.
그땐 병원, 의사들 참 싫었다.
어린 마음에 ‘의사라면 돈도 많을 텐데,
사람이 그렇게 아프다고 부탁하는데,
진통제 한 대 못 놔줄까.
내가 분명히 갚는다고 했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뭐 지금 와서 의사들 탓을 하는 건 아니고,
아무튼 정말 냉혹한 세상이었다.
세상이 모두 나를 외면하는 것 같았다.
넌 못생겨서 안 돼,
너는 (유)승준이 형이나 강타 형 같은
눈빛이 없어서 안 돼….
한 발짝 뒤가 낭떠러지였다.
10여 년 전의 일이라고?
난 아직도 그때의 꿈을 꾼다.
돈 때문에 사랑받는 사람이 고통당하는 걸 본 사람은
그 절박함을 잊을 수 없다.
나이 많은데 영어 공부 어렵지 않느냐고?
진영이 형이 고3 때
대학 못가면 앨범 안 내준다고 해서,
수능 150점을 석 달 만에 310점으로 끌어올려서
대학 갔다.
영어 공부 어렵지만,
그때 생각하면 못하겠다는 소리 안 나온다.
만약에 못하겠다고 하면,
그건 배에 기름이 꼈다는 소리겠지.(웃음)”
인터뷰를 마칠 때 즈음,
그의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빨갛고 동그란 원처럼 보이는 흔적이 무엇인지 묻자
정지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
피가 배어 올라온 굳은살이다.
트레이너가
의 배우들을 훈련시킨 팀이다.
에서 본 것 같은 몸을 만들기 위해선
일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는 안 된다.
실제로 통나무를 지고, 밧줄을 타고,
암벽을 올라야 만들어진다.
삼청교육대가 따로없다. 매일 토한다.”
그는 급히 노트북을 가져와 몸의 변화를 보여줬다.
점점 칼로 깎아놓은 것 같은
근육질로 변해가는 정지훈의 몸.
정지훈은 항상 변한다.
동시에 그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지훈의 ‘내일’은 항상 기대된다.
지금까지 말했다시피,
그는 결코 기대를 배신하는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