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도심거리나 백화점을 활보하는 연인을 보면 남자 쪽은 나이가 많고 외모도 볼품없는 데 반해 여자는 젊은데다 미모인 경우가 많았다. 명품점에 들어가 여자가 고가의 옷을 걸치면 남자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신용카드를 긁는 것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남성이 부(富)를 무기로 젊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획득하는 일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똑똑한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 어린 꽃미남 애인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하나둘씩 증가하고 있다. 재력이든 지적 권력이든 그 여성에게는 젊은 남성이 추종케 할 만한 '특별한'게 있다는 얘기다. 남녀 모두에게 균등하게 주어진 교육의 기회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부추겼고 이는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토대가 됐다.
사법시험 수석이 3년 내리 여성이었던 것을 비롯해 몇 년 전부터 8개 국가고시 수석은 여성이 차지하다시피 했고 언론계. 정계. 재계도 여풍(女風)이 거세다. 기업은 물론이고 매년 각 신문. 방송사가 실시하는 수습기자 선발시험에 여성합격자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한 신문사의 수습기자 시험에서는 1등부터 10등까지 상위성적에 든 지원자의 성비를 분석하니 엿어 7대 남성 3의 꼴로 나와 고른 성비 합격을 위해 '쿼터제(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이미 신문사 편집국장과 주필로 여성이 임명된 전례가 있고, 방송사 여성 앵커의 확대 등 여성시대를 보여주는 사례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법원은 지금까지 연수원 졸업성적에 따라 법원 순으로 예비판사를 자동 배치해 왔지만 최근 여성판사들의 성적이 상위권을 휩쓸면서 새로운 고민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 결과 여성판사 배치시 중간중간에 남성 판사를 끼워 넣는 식의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여성인턴 의사 비율도 증가해 남자 위주의 당직실을 여성용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인 곳도 병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06년에는 국내 첫 여성총리인 한명숙 총리가 탄생했다. 이어 2007년 12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성 후보로는 국내 처음으로 출마할지도 모른다. 2008년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도 '여풍'은 만만치 않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 상원의원이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후보로 부상한 상태다. 2007년 2월 11일 미국의 명문 사학 하버드대에서 3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장이 탄생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하버드대의 첫 여성 총장이라는 행운을 거머쥔 주인공은 역사학자 드루 길펀 파우스트(59), 이로써 하버드대는 미국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중 여성총장을 배출한 4번째 학교로 기록했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의 경제력 획득은 오랜 '가부장적 전통'을 깨부수는 토대가 된다. 남편이 밖에서 벌어오는 돈에 의지해 살림하고 애 키우던 시절에는 그저 남편 잘 떠받들고 애 쑥쑥 낳아 잘 키우는 게 여성의 미덕이었다. 여기에 다소곳함과 애교까지 요구했다.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은 게 보편화했던 것도 이와 맞물린다. 한 집안의 기둥이요 선장인 남자는 그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어리고 얌전한 여성을 아내로 맞아 큰소리 펑펑 치면서 살았다. 남편은 하늘, 아내는 땅이었다. 그러므로 이 땅의 수많은 아내는 설령 매를 맞고 살아도, 남편이 첩을 두고 살아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참고 또 참아야 했다.
무엇보다 사회경험 없는 처지에 남편 없이 먹고 살아갈 일이 막막해서였을 것이다. 또 친구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될 자녀에 대한 미안함이 커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지금 이 순간도 빠르게 변화 중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여학생이 장난으로 남학생의 바지를 벗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남자애들이 '아이스께끼' 하면서 여자애 치마를 들추던 일을 이제 여학생 꼬마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방송인 BBC 에 따르면 최근 오스트리아 빈 시(市)는 남녀의 고정적인 성(性)역할인식을 바꾸고 남녀 평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새로운 공공 표지판을 도입했다. 새로운 표지판은 남성들이 아이를 돌보고 여성들이 일하는 모습을 부각시켜 기존의 성역할을 역전시킨 것이다. 빈 시청 화장실에는 남성의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모습의 표지판이 등장했고 대중교통의 노약자석에서도 어린이, 노인, 장애인과 함께 아기를 안은 남성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 공공시설 비상구 표시에는 남성 대신 치마를 입은 여성이 문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겼고 공사장 안내판에도 여성이 삽질하는 모습을 그렸다. 지구촌 곳곳에서 만개하는 '남녀평등시대'를 실감케 한다.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주머니가 두둑하지는 않더라도 자기 일이 있고 밥 굶지 않고 살아갈 자신감이 있는 여성은 더 이상 남자의 지갑에 의지하지 않는다.
결혼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남성을 선택해 연애를 즐긴다. 결혼을 하고 않하고는 그 사람과 연애해 본 다음에 결정할 문제라도 생각한다(연애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성향은 요즘 젊은 남성들에게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일이 좋아 일에 파묻혀 살다가 남자 또는 여자를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 20~30대는 한창 일에 빠져 있을 시기이다 보니 우선순위가 남자보다 일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직 종사자 중 속칭 노처녀로 일컬어지는 30대 중반~40대의 미혼 또는 비혼자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문제는 이들이 남자에 눈을 돌리는 시기가 되면 비슷한 나이의 괜찮은 남자 대다수는 이미 유부남이 돼 있다는 것. 아직까지 결혼 딱지 안 붙은 흔치 않은 또래 남자를 둘러보면 둘 중 하나일 경우가 많다. 외모든 실력이든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학벌, 외모, 직장, 재력 모든 걸 다 갖춘 것 같아 '웬일?' 하고 두눈 동그랗게 뜨고 들여다보면 대개 성격에 문제가 있다. (물론 예외도 있으니 노총각분들 노여워하지 마시길).
그렇다고 해서 한껏 눈을 낮춰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지도 않다. '까짓, 남자 하나 없으면 어때? 그냥 이대로도 좋은 걸.; 이라며 어느 시점이 되면 스스로 결혼생각을 접고 살게 된다. 결혼은 싫으나 아이는 낳고 싶다면 '비혼모'가 되면 된다. 과학의 발달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조디 포스터가 결혼을 거부한 채 남자의 정자만 빌려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출산해 키우고 있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도 비혼모가 증가하고 있다. 정자은행의 도움까지는 아니어도 연애를 통해 아기를 잉태한 뒤 유전적 아버지에게 이를 알리거나 혹은 숨긴 채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들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진국의 과학수준은 아예 정자 없이 아이를 잉태하는 시대까지 불러왔다. 몇 년 전 호주의 모내쉬 대학의 과학자들은 정자의 도움 없이도 난자를 수정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남자 없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시대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의 저자인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여성의 경제력 향상은 그들로 하여금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남성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남성을 선호하게 만든다.' 고 말했다.
<나는 미소년이 좋다> 의 저자 남승희 씨도 '여성이 독립적으로 될 때 미소년 애호가 생겨난다'. 고 주장했다. 독립적으로 얼마든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큰 소리나 치며 권위를 내세우려는 남자를 만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연하남 신드롬'과 맥이 닿아 있다. 아무래도 나이 어린 남자가 외모적으로 아름다울 확률도, 애교 있다고 다정다감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또 '꽃미남 열풍'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재천 교수는 '남자가 화장을 하는 등 외모를 꾸미는 현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에는 다윈의 '성신택론'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윈의 성선택론에 따르면 번식에 관한 결정권은 궁극적으로 암컷에게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과 교미해 후세를 남기는 수컷은 전체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이상은 암컷과 짝짓기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대신 수컷의 10%정도만 수많은 암컷과 교미한다.
수컷들이 암컷에게 선택받아 후손을 남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아주 매력적이어서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암컷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독점하여 그들의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인간도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남성이 첩까지 두며 여러 여성을 거느린적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에게 남성의 경제력은 여전히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일단 경제적으로 독립성을 획득한 여성에게 남성의 경제력은 우선순위에서 탈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