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 체계로 규제 가능한지가 초점
정부여당이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인터넷 상 모욕죄 신설과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의 핵심은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현행 법 체계 내에서 악성 댓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여당과 일부 신문은 현행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실효성이 없거나 다른 악용 가능성이 다분한 법을 새로이 만들어 일어날 문제보다, 유명 탤런트 자살과 그 뒤에 숨은 일부 '악플러'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악행은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경찰청은 오늘(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한 달 간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 및 악성댓글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5일 밝혔다. 사이버명예경찰 '누리캅스' 2448명도 동원해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입법의 논리적 근거를 확보하자면 현행법 체계 내에서 이뤄지는 이 한 달 간의 단속과 처벌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야 될 전망이다.
다음은 6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탤런트 죽음으로 되살아난 '사이버 모욕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침해뿐만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의 전면 확대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조선일보 10월6일자 10면.
그런데 최진실씨의 자살을 계기로 정부여당은 이미 지난 7월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사이버 모욕죄'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대한 6일자 신문들의 주장은 분분하다.
경향신문은 사설 에서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되면 인터넷은 그 순간 검찰·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최씨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앞으로 한달간 악성댓글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인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현행법으로도 엄중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10월6일자 사설.
한겨레는 사설 에서 "이제 와서 최씨의 죽음을 그런 정치적 목적에 동원하려는 꼴이니, 치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악성 댓글은 굳이 '최진실법'이 없더라도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며 "극히 소수인 악플러' 문제를 인터넷 전체의 문제인 양 호도해, 인터넷 공간의 본질인 개방성과 자율성, 자유로운 의사소통까지 훼손하려 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0월6일자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에서 "명예훼손죄는 '사실의 적시(摘示)'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 넘쳐나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막말공격과 비난은 이 처벌의 그물망을 쉽게 빠져나가 버린다"며 "형법상 모욕죄의 처벌 조항인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으론 범죄의 억제 효과를 거두기 힘든 형편"이라고 반박했다. "사이버 폭력이 주는 충격이 보통 언어폭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강화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10월6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여야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와 사이버 인격살인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제도를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찾아내기 바란다"고 주문했으나, 사설 제목은 로 뽑았다.
▲ 동아일보 10월6일자 사설.
국민일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민일보는 사설 에서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모욕제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익명의 살인자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야당이) 엉뚱하게 '반 촛불법' 운운하며 시비를 거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정략적' 접근으로 지탄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민일보 10월6일자 사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댓글을 체계적으로 감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5일 문화부가 장세환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부는 지난 5월부터 하루 두 차례씩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댓글을 모니터링한 뒤 청와대와 법무부는 물론 대검찰청, 경찰청, 방통위 등 사정·단속기관을 포함한 정부기관 42곳에 메일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겨레 10월6일자 2면.
문화부 홍보지원국은 지난 5월16일부터 '정책보도 분석 자료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인터넷 여론수렴'을 명분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9월24일), 멜라민 공포(9월25일), 외화 유동성 심각성(9월26일), 환율과 금리 폭등(9월29일) 등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언론 및 인터넷 포털의 보도 내용과 함께 누리꾼들의 비판적 댓글을 정리했다. 문화부는 여기에 누리꾼 댓글과 함께 아이디 일부를 적은 뒤 이를 대검·경찰청 등 기관 42곳에 전자우편으로 매일 전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편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기 위해서'였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크게 출세할 인재에 홍보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정부는 각 부처 내 최고의 인재들을 홍보 업무에 배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고 전했다.
▲ 중앙일보 10월6일자 3면.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이나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말을 꺼내며 정부 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라며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중장기 주택공급 계획' 등에서 정부의 정책의도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은 점을 꼽았다.
중앙일보는 "지난 정부에선 정책홍보관리실장이 1급으론 최고의 보직으로 통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정책 홍보' 기능이 떨어져 나간 기획조정실장으로 직제가 바뀌었다"며 "국정홍보처가 폐지되고, 홍보 관련 보직의 위상이 격하되면서 공무원 사회 내부에선 '홍보나 공보는 고생만 많이 하는 한직(閑職)'이란 인식과 풍토가 확산됐다"며 일선 부처의 인식을 전하기도 했다.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란 가속화
이른바 좌(左) 편향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작업을 진행 중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서 개편에 앞서 '현대사 교육 수업자료'를 만들어 내달까지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해 수업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현 근·현대사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체제에 대한 호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준 측면이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는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조정위원인 명지대 강규형 명지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교육부의 현대사 교육 수업자료는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 조선일보 10월6일자 1면.
이에 대해 한겨레는 6면 기사 등에서 이를 정면 비판했다. 이미 4년 전에 검증이 끝난 문제를 정부가 직접 개입해 교과서를 수정하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