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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내는 이야기 (1)

정정훈 |2008.10.10 11:45
조회 39 |추천 0

 

매캐한 곰팡내가 가득찬 방에 가득히 피어르는 뽀얀 연기를 바라보

 

았다. 길게 쭉 빨아들이면 호흡에 따라 들락 날락하는 것을 보며 엉

 

뚱하게도 길쭉하게 쭉뻗은 여자의 다리를 떠올렸다. 무슨 엉뚱한

 

생각이냐며 고개를 절레 흔들고 창을 열었다.

 

'감옥도 아닌데 왠 창살이'

 

창살 사이로 비가 질척이며 내리고 있었다. 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

 

어 떨어지는 빗방울의 감촉을 느껴보려 애썼다. 타닥 타닥 손위에

 

서 터지는 방울. 어쩐지 온 몸에서 습기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

 

다.

 

'비는 싫다 역시'

 

그래도 우산을 꺼내들었다. 담배를 참는 것은 더 싫다고 생각했

 

다. 차가운 철제 손잡이의 느낌이 서늘해서 좋다. 그것도 잠시, 바

 

람이 휭하고 불면 뒤집히는 우산에 금방 짜증이 치밀었다. 슬리퍼

 

위로 튕겨져 올라오는 흙탕물에 발가락 사이가 찝찝했다. 급하게

 

입고 나온 청바지 끝에 빗물이 스몄다. 청바지는 점점 무거워 지고

 

흰색 티셔츠는 살색이 됐다.

 

몸매에 자신이 없는 알라는 접착제로 붙인듯한 티셔츠를 몸에서 쩌

 

억 뜯어냈다. 뒤집혀 살이 부러진 우산을 접어 손에 쥐었다.

 

어제 저녁 외출할 때 발랐던 왁스가 빗물에 씻겨 내려와 얼굴 위에

 

서 미끈 거렸다.

 

'젠장'

 

도로는 한가했다. 빗물이 머리카락 사이를 훑고 내려오는 것처럼

 

차들이 도로를 훑고 지나간다. 차들은 물이 튀던지 말던지 신경쓰

 

지 않았다. 오만 욕을 퍼붓고 싶지만 혹시나 누가 들을까 싶어 입에

 

서 꺼낼 수 없었다.

 

'아직 가게는 한참인데..'

 

멍하게 서있을 때 조그만 차한대가 옆을 지나갔다. 서서히 젖어가

 

던 바지가 한번에 흠뻑 졎었다. 짜증이 치밀어 가던 두눈으로 그 차

 

를 쳐다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야 씨발"

 

하면서도 누가 들을까 금방 원래대로 고개를 돌렸다. 한숨을 쉬고

 

다시 가게 쪽으로 발길을 떼었다. 슬리퍼 안에서 발이 미끄러진다.

 

세 개의 선이 그려진 발 덮개 앞으로 발이 쑥 삐져 나온다. 발덮개

 

가 뜯어진다.

 

"씨발!"

 

큰소리로 외쳤다. 정말 비오는 날은 되는게 없다고 생각했다.

 

"죄송해요"

 

라는 말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네?"

 

"아까 제 차때문에 물이 튀었죠?"

 

여자는 왠지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뒤에는 그 조그만 차가

 

서있었다. 흘낏 무릎까지오는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쳐다

 

봤다.

 

'호오'

 

"아니에요. 일부러 그러신거도 아닌데. 그리고 그거 물튀나 안튀나

 

똑같은데요 뭐"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네 저는 괜찮으니까 가시던 길 마저 가보세요"

 

"네 그럼"

 

비가 눈에 자꾸 들어와서 여자의 얼굴을 잘 볼수 없는게 짜증스러

 

웠다. 마치 먼곳을 보듯 손을 꼿꼿이 해서 눈위에 올려 놓는다. 여

 

자가 경례를 받는다.

 

'뭐야'

 

군인인줄 알았나 보다. 호감이 가는 인상은 아니었다. 여자가 돌아

 

서서 차로 간다. 태워달라고 할까 말까 망설였다.

 

"저기요"

 

"네?"

 

약간 젖은 머리로 돌아보는 모습은 괜찮네라고 생각한다.

 

"죄송하지만 저 집까지만 태워다 주실래요? 집은 바로 저 앞인데"

 

"저 앞이면 걸어서.."

 

라고 말하다가 내 발을 보았다. 고장난 슬리퍼가 쑥쓰러워 휙 뒤로

 

차버렸다. 도랑에 빠져 떠내려 간다.

 

"죄송해요 도와드리고 싶은데 지금 차에 손님들이 타고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바로 앞이니까 혼자 알아서 갈게요"

 

"네 그럼"

 

'아나 죄송하다더니만'

 

신경 안쓰고 있었으면서도 괜시리 맘이 상했다. 뒤로 차버린 슬리

 

퍼가 아쉽다. 서서 고민을 해보았다. 집과 가게와의 중간쯤. 집에가

 

서 다른 신발을 신고 나오는 게 낫겠지만 지금 담배가 너무 간절했

 

다. 하지만 가게로 가면 다시 먼길을 맨발로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

 

에 막막했다. 주머니에 든 돈 2100원. 다 젖은 천원 짜리 하나와 동

 

전 열 한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올려놓아 본다.

 

'또 서러워지네'

 

아는 사람하나 없는 이 땅덩이는 정말 지친다고 생각했다. 퍼질러

 

앉아 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깨끗한 자리를 찾고 있

 

는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정신을 차리고 한 쪽 발로 뛰어서 가 보았다. 생각보다 부끄럽지 않

 

았다.

 

'나머지 한쪽도 찢어지면 낭팬데..'

 

생각하기가 무서웠다. 슬슬 뜯어지고 있었다. 그 헐렁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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