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 사랑을 말하다 118

김성민 |2008.10.11 21:17
조회 90 |추천 2


아무렇지도 않은 날이었다.

그냥 꽃샘추위가 사라진 미적지근한 3월의 아침이었고,

피곤하게 하는 거래처 사람은 오늘도 이상한 트집을 잡아서

남자를 괴롭혔던 오후였고,

늘 그러는것처럼 회사가 끝난후 맥주를 한잔 기분좋게 마셨던 저녁이었다.

 

달라진건 맥주를 마시는 그 자리에 늘 모이는 멤버 외에

새로운 얼굴인 그녀가 자리에 합석한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참신한 일은 아니었다.

술자리에선 처음이었지만 날마다 사무실에서 보는 얼굴이었으니까.

 

새로운 일이 시작된 것은

그녀가 술을 조금 많이 마신다 싶을때부터.

생글생글하며 홀짝홀짝 마시는 그녀를 지켜보며

남자는 사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무슨 일이 있나? 원래 술을 저렇게 잘 마셨나?

저러다 취해버리면 골치 아픈데..'

 

술 잘 마시는 여자는 반가워도 술 잘 취하는 여자는 매력없는 법.

남자는 슬슬 그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 그만 마시지. 이미 좀 마신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는 더 생글생글 웃으며,

 

- 괜찮아요, 오늘 수요일이잖아요. 술,술..마셔야죠.

 

혀까지 조금 꼬인 그 목소리가 웃겨서 남자는 피식 한번 웃음이 났고,

 

- 아, 술 깨야되는데..아..술 깨야돼..

 

혼자 손을 흔들어대며 빨개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는

그녀의 행동이 웃겨서 또 한번 피식 웃음이 났고,

 

- 어, 우리집도 그쪽인데..

선배 저랑 같이 택시타고 가다가 저 중간에 좀 떨어뜨려 주시면 안돼요?

 

여자의 난데없는 애교 비스름한 것에 남자는 또 한번 피식.

그렇게 세번쯤 그녀 때문에 웃음이 났던 남자.

쫑알쫑알 거리던 그녀가 택시 안에서

기어이 그에게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을 때

남자는 다시한번 그녀를 보며 웃음이 났다.

 

- 나도 같이 마셔서 그런가? 이 여자 술냄새가 왜 이렇게 달달하지..

 

그녀의 동네에 택시가 도착해서 그가 그녀를 깨우고,

그녀가 '선배, 미안해요 고마워요'를 연발하며 집으로 걸어가고,

다시 택시가 슬슬 출발할 때

 

근데도 '이 여자 잘 가고 있나?'

남자가 여자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을때

남자는 그만 이렇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아, 이런 큰일났네.'

 

남자는 알았던 것이다.

난데없이.. 어이없이.. 사랑이 시작되어 버렸다는 것을.

 

잠복하고 있던 설레임이 서서히 깨어나는 계절.

사랑이 없어도 아름다울 계절.

하지만 사랑이 피어나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 봄!

 

 

사랑을 말하다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