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한참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동현아 형이야. 뭐해.
예 형. 저 시험공부하죠.
이렇게 시작된 형과의 한시간 남짓의 통화.
또 한번 나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사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다.
나는 그림을 배우고 싶다.
내가 그리고 싶어서가 아니고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은 거다.
디자인 계통으로 나가서 프리랜서로 뛰는 게 꿈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요리사로, 디자이너로, 수필가이자 작가로.
미술가로, 조각가로, 또 대중문화 평론가로,
카피라이터로, 광고크리에이터로 내가 하고싶은 일로
자유롭게 누비며 살고 싶은 게 내 꿈이다.
하지만 어떤걸로 돈을 벌어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다.
무엇으로 배를 채우며 살아야 할 지 나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형이 이런 질문을 했다.
너 편입 안되면 뭐할건지 계획은 있어?
음. 만약 편입 안되면요. 두가지 생각중이에요.
하나는 다시 도전하는 거구요
또하나는 설꼐 쪽으로 취직하는거에요.
음 동현아. 너는 조금 소극적인 것 같다.
진짜 하고 싶다면 도전해서 쟁취할 때까지 해나가야 되는거잖아.
넌 벌써 세상과 타협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형 말이 맞아요.
그동안의 실패를 많이 겪어 봤기 때문에
좀 더 무모하리만큼 도전적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스스로 문을 닫아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어쩌면 현실과 타협. 형 말이 맞아요.
맞다.
나도 어릴 땐 끝까지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득 채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현실의 두려움을 느끼게 됐고
제자리걸음으로도 만족하려는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정작 가장 큰 문제점이 이건지도 모른 채 바보가 되어가는 줄도 모른 채.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나이는 먹어가지만 정작 내가 이루어 놓은 게 없다.
흔한 운전면허증도 없고 남들 다 가는 대학교에도 한방에 가지 못하고
이렇게 빌빌대고 있다.
형의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소극적인 나. 현실과의 타협.
정말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때가 온듯 싶다.
뭔가 더 강한 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