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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 ‘베토벤바이러스’

이강율 |2008.10.15 12:17
조회 274 |추천 5

MBC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 이 주목받는 이유

 

 

▲ MBC 〈베토벤 바이러스〉 ⓒMBC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아웃사이더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양지로 나가고 꿈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가 다시 언더로 돌아오는 얘기를….”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PD가 지난 9월 제작발표회 당시 밝힌 말이다. 휴먼 ‘음악’ 드라마를 표방하는 드라마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그러나 10회까지 나간 현재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재규 PD의 말대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꿈을 잊고 살던 사람들, 때로는 가정환경 때문에, 그도 아니면 현실을 핑계로 꿈을 꾸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시 꿈을 찾는 이야기다.

 

음대를 졸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공무원 일을 하던 두루미(이지아 분)는 공연을 하고 싶은 일념 하에 오케스트라에 참여한다. 곧 청력을 상실하게 되는 절박한 순간에도 그녀는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귀가 들릴 때까지 오케스트라를 하겠다고 나선다.

 

음대 졸업은커녕 악보도 읽을 줄 모르지만 천재적 능력을 가진 건우 역시 교통경찰 일을 때려 치고 늦은 나이에 음악에 발을 들여놓는다. 강마에(김명민 분)의 말대로 꿈을 꿔보기라도 하기 위해서 말이다.

 

흔히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젊은 세대뿐 아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는 17세 여고생 하이든(현쥬니 분)에서부터 캬바레 섹소폰 연주자 출신 용기(박철민 분), 은퇴한 65세 갑용(이순재 분)까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인간 군상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이들의 사연이 드라마 속에서 에피소드처럼 펼쳐지면서 감동의 크기를 더해가고 있다.

 

방송 전 같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교하던 목소리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베토벤 바이러스〉만의 색깔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 MBC 〈베토벤 바이러스〉 지휘자 강마에 역의 탤런트 김명민 ⓒMBC

 

 

▲ MBC 〈베토벤 바이러스〉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 역의 탤런트 이지아 ⓒMBC

 

“똥.덩.어.리” “이 안에 똥 있다. 치워!” “니들은 실력이 없어!” 등 직설적이고 독한 지휘자 강마에의 화법 역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대통령이 관람하는 공연까지 중단하며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라고 말하고, 시장 앞에서도 큰소리치는 강마에. 강한 사람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그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작지만, 감동을 주는 이야기로 승부를 벌이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는 현재 2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KBS 〈바람의 나라〉, 탤런트 박신양·문근영 주연의 SBS 〈바람의 화원〉 등 대작들 속에서도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MBC 〈베토벤 바이러스〉 ⓒMBC

 

물론 극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강마에-두루미-강건우의 삼각 러브라인이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대해 또 뻔한 러브스토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바이올리니스트 두루미 역을 맡은 탤런트 이지아는 “강한 러브라인보다는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같은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 우정이 그려질 것”이라며 “자신 안에 있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 같아 섣불리 러브라인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베토벤이 음악, 꿈, 행복을 의미한다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침투해 퍼트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제목의 의미 그대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한 번쯤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도 괜찮겠다.

 

★빛나는 조연들★

 

4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등장하는 만큼 〈베토벤 바이러스〉는 단원들 각자의 인생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생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그들을 통해 매회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빛나는 조연’들, 그들은 각자 어떠한 사연을 갖고 있을까.

 

이름이 잊혀진 아줌마의 꿈, 정희연(송옥숙 분)

“아줌마가 아니라 ‘정희연’입니다. 정희연 씨 이렇게 불러주세요”.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의 이름에 집착했다. 음대를 졸업했지만, 삶에 치여 첼로는 잊고 살았다. 동시에 그녀의 이름도 잊혀졌다. 단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일 뿐이었다.

삶을 다 바친 집안에서조차 자신이 있으나마나한 존재로 느껴진 순간, 그녀는 결국 폭발한다. 가족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아욱’에 빗대 채소 가게 주인에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아욱 여기 있잖아. 멀쩡히 있는 걸 왜 없다고 그래. 자기가 사놓고 왜 몰라. 아욱은 채소도 아니야. 왜 무시해. 아욱 따윈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는 거야. 아욱 쟤가 얼마나 서운하겠어!”

몇 십 년을 참으며 자신을 잊고 살던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욕심을 낸다. 강마에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똥덩어리”란 말을 듣지만, “정희연, 예쁜 이름이군요”라는 말을 들으며 솔로 제의를 받는 그녀. 그리고 멋지게 솔로 연주를 소화함으로써 그동안 막혀 있던 답답한 속도 함께 풀어버린다.


일에 치여 잃어버린 아버지의 꿈, 박혁권(정석용 분)

“아빤 왜 공연 안했어?” “회사 이사 때문에” “이사는 왜 열심히 안했어?” “공연 때문에. 걱정되서” “그럼 공연은 왜 안했어?” “…”.

회사 이사 날짜와 겹치자 혁권은 결국 첫 공연을 포기한다. 먹고 살기 바쁜 세상, 30대 중반의 혁권에게 꿈을 좇는 일은 쉽지 않다. 이리저리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늘 이루지 못한 꿈을 아쉬워하는 그. 혁권의 모습은 현실에 ‘순응’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과 겹친다.

“애새끼 있지, 직장 있지, 근데 그걸 때려 치고 공연을 해? 미친놈은 그게 미친놈이야. 적성? 꿈? 우리가 청소년이냐? 요샌 고등학생들도 성적 따라 칼같이 대학 간다. 그런 놈들이 나중에 보면 더 잘 먹고 잘 살아.”

그런 혁권도 자신을 밟고 팀장 자리에 올라선 직장 후배를 참지 못하고 결국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강마에의 오케스트라에 합류한다.

 

황혼에도 놓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꿈, 김갑용(이순재 분)

지금은 정년퇴임했지만, 한때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원년멤버 오보에 연주자였다. 65세가 된 지금도 오보에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혹은 포기하고 그냥 인생의 끝날만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보낼 수 있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다.

물론 그에게 계속 꿈을 좇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가끔씩 정신을 놓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당혹스럽기도 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양말 속에 뾰족한 돌을 넣고 다니고, “치매 맞죠?”라는 강마에의 질문에 단호하게 “아닙니다”고 몇 번을 외치는 그.

치매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안 강마에가 오케스트라에서 퇴출하려 하자 거리에서 10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연주하는 열정을 보여준다.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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