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보도 신문별로 달라
감사원이 지난해 7월 쌀 직불금 감사결과를 농림부에 전하면서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통보' 조치뿐 아니라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 조치까지 준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주무 부처에 주의조치까지 준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며 특히 주의 조치를 받은 농림부가 1년도 훨씬 넘어 이달 7일에서야 관련법 개정안을 내는 등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한국일보 1면 참고).
무엇보다 감사원이 지난해 감사 결과를 비공개 하는 데 참여정부의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 하는 점을 둘러싸고 촉각을 곤두세운 신문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신문도 있다. 다음은 18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노무현, 알고도 은폐?
이번 쌀소득보전직불금 불법 수령 실태를 가장 먼저 보도한 국민일보는 18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쌀소득보전직불금의 문제점을 감사원 감사 이전인 2006년에 충분히 파악하고도 축소 은폐한 의혹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이 사실이 2006년 11월 농식품부(당시 농림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쌀소득직불금 지주이전 문제 검토' 보고자료를 통해 밝혀졌다며 "당시 농식품부는 직불금에 부정이 개입되거나 법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고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지만 '직불금 부당수령은 거의 없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가 인용한 자료는 지난 17일 농식품부가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기인한 것이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 에서 "확인된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참여정부가 광범위하게 저질러진 직불금 비리를 알고도 눈감아 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필요하면 노 전 대통령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0월18일자 국민일보 1면
조선일보도 사설 에서 참여정부를 겨냥해 의혹을 제기했다.
…감사원이 지난 5년간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건 11건뿐이다. 그 11건 가운데 10건은 안보와 기업에 관련되는 기밀 사항이다. 쌀 직불금 문제가 기밀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6월 청와대 보고와 7월 비공개 결정 사이에 누군가의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은 청와대 말고는 없다. 작년 6월이면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직불금 감사 결과가 공개될 경우 농민이 분노하고 그 분노가 농민 표를 어디로 움직여갈 것인가를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면 당시 청와대엔 정치적 지능이 모자라는 사람들만 모여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치 아닌 것도 정치화하던 당시 청와대가 그랬을 리가 없다.…
중앙(1, 3면)·동아(1, 6면)·세계일보(1, 3면) 역시 두 꼭지 이상의 기사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한겨레(3면)와 경향신문(5면)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감에서 있었던 여야의 공방으로 이번 논란을 전해 차이를 보였다.
노동부, 국정원·경찰청에 '정보보고'
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내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국가정보원·경찰청 등 정보·수사기관에까지 보고해 온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날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대한 환노위의 국정감사 질의를 시작하기 직전 공개한 문건을 인용해 한겨레가 1면과 4면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 10월18일자 한겨레 1면
부산지방노동청이 지난 15일 열린 국정감사에 대비해 작성한 '수감 일정 세부사항'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의원들의 폭로성 질의나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한 수감기관의 대응 내용"과 "감사장 주변 집회·시위 등"을 '특이 동향'으로 작성하라는 지시사항 등이 담겨 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에서도 이런 일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라면서 "공안기관 정보보고가 어느 범위에서 이뤄졌고, 누가 이런 지시를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일제고사 거부 '백지 답안' 제출
서울 강남의 세화여중 3학년 학생 수십명이 지난 14~15일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이른바 '일제고사'에서 백지 답안지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한겨레(9면), 국민일보(8면), 조선일보(12면), 동아일보(10면) 등이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시험 첫날인 14일 이 학교 3학년 가운데 2개 반 학생 대부분이 답안지에 답을 써 넣지 않은 채 제출해 이에 학교 쪽이 지도에 나섰으나 이튿날인 15일에도 20여명의 학생들이 백지 답안을 냈다. 학생들은 전국 단위 일제고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백지 답안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전교조 교사들이 유도한 것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2면 기사에서 학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두 학급 담임 교사가 '장애인 학우들에게 써야 할 복지 예산으로 이번 일제고사를 치르고 있다. 그런 시험이니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이를 그대로 믿은 학생들이 담임 교사의 말에 따라 집단적으로 시험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두 담임 교사는 전교조 소속 교사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 10월18일자 조선일보 12면
한국 경제 위기 부각하는 외신…"섣부른 판단"
조선일보가 지난 16일자 사설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외국 언론들의 보도를 비난하고 나선 데 이어 이번엔 서울신문과 세계일보가 이와 비슷한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각각 실었다.
서울신문은 18일자 1면 머리기사 에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미국 및 영국 언론의 보도가 우리 정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잇따르고 있다"며 "외국언론의 한국경제 위기설에는 경청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는 한국을 위기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룬다"고 보도했다.
▲ 10월18일자 서울신문 1면
이날 세계일보도 사설 에서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외신기사와 평가가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파이낸셜타임스, 헤럴드 트리뷴,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등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도 2면 기사에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난 16일자 칼럼에 이어 17일자서울발 기사에서도 "한국이 세계적 금융위기 국면에서 '아시아 최초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여전하다"고 보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경제 위기에 대한 신문별 평가는 같은 색깔로 묶이는 보수언론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18일자 5면에서 "내상 깊은" 경제지표를 공개했다.
▲ 10월18일자 중앙일보 5면
동아일보도 이날 4면 기사에서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17일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경제가 나빠지고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은 됐으나 2% 초반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은 충격적"이라고 까지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6일 조선일보 사설을 비판한 논평을 참고해볼 만하다. 민언련은 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외국 언론들이 우리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데에 기분 좋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그러나 우리는 외신의 부정적인 한국 경제 전망을 무작정 불신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외국 언론들의 한국 경제 전망이 비록 불쾌하더라도 그 내용을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며 무조건 '해외 언론들 너무한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이런 외신 보도를 꼼꼼히 살펴서 다시 한번 우리 경제 상황을 진단해 보고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