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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류한희 |2008.10.19 23:08
조회 23 |추천 0

한 겨울

사납게 부딪히며

서로의 날을 갈던

바람이

 

무자비 하게

수많은 칼자욱

허공에 그어대며

 

뒷 마당

가지만 앙상한

느티나무 한 그루에

생채기 낼때

 

감옥에 갇힌 사람이

뒷마당에 뿌리를 내린채

십자의 형상을 하고

 

인고라는 관념어

면류관처럼 쓰고

바람의 날 하나 하나

몸에 새긴다.

 

마당은 뚫려 있지만

감옥 보다 숨막힌다.

사방이 날선 바람들로 채워진

세상의 광장이다.

 

비라도 내리면

바람은 비를 비스듬히 깎아

날카로운 창을 만들고

 

눈이 쌓이면

바람은 눈을 시퍼렇게 얼려

단단한 돌맹이 만든다.

 

마당 가운데 뿌리 내린 것은

살아 있으면 안되는,

죽은 척 해야 하는

윤리 교과서의 낡은 글자들이다.

 

"고생했다 내 새끼야"

눈물 흘려줄 노파도 없고

 

"국기에 대한 경례"

가슴에 포개어 둘 손들도 없다.

 

오로지

겨우내내 씽씽 거리는

바람의 날들을 피해

 

감옥같은 집구석에 몰려들어

데굴 데굴 굴러다니는 눈알 들만

 

마당에서 피흘리는 십자가를 바라본다.

팔벌리고 죽어가는 사마리아인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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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는 바람이 불고

윤리 교과서의 낡은 글자들은

지금도 바람의 날을 피해 집구석에 굴러다닙니다.

 

사마리아인을 죽인것은

광장을 채운 바람의 날들인가요?

아니면 집구석에서 굴러다니는 겁에 질린 눈알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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