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올 것이 왔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1년을 기다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8이 10월 17일 금요일 오후 2시, 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허나.
나는 직장인, 나는 월급쟁이, 내 몸은 회사 재산.
맘 같아선 월차라도 내고 한달음에 올림픽공원으로 내치고 싶은마음 아니 땐 굴뚝에 나는 연기마냥 모락모락 피어 올랐으나.
난..... 일을 더 해야 할 뿐이고,
단지 월급 받아 한달 한달 사는 하루살이일 뿐이고,
고참들 퇴근 안하면 다 했던 일 다시 꺼내서 해야 할 뿐이고,
넌 7신데도 아직 바둑두며 자리 지키고 있고!
해서 7시가 넘어서야 자리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설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회사 좋은회사. 우리나라 어느 대기업이 7시에 퇴근 시켜줘? 사장님, 전 사장님을 존경합니다.)
그래도 신나는 마음 안고 삼성동에서 샌드위치 세개 사서 고이 포장하고 택시 잡아타고 올림픽 공원으로 향하려는 찰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잠실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차 꽉 막혀도 택시 아저씨 나몰라라 느긋하게 라디오로 야구 중계 듣고 있는데~
인도에 걸어가는 사람들보다 내 택시 더 늦게 가고 있는데~
공연장 도착한 시간은 어느덧 8시.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무대들이 잔디마당에 설치되어 입구에서 부터 조금 걸어들어가야 하는 관계로 시간이 더 오바됐다.
미리 예매한 3일권 티켓을 인도받고
예매자에게 기념으로 주는 출연팀들의 사진이 담긴 엽서 세트를 받고 (이거 생각보다 훨씬 소장가치가 있다.ㅎ)
드.디.어 공연장으로 입장.
1. 미선이
미선이라 그래서 처음엔 어떤 밴드인지 궁금했었다.
(소개 책자에 보면 '미선이도 입국했다'고 나와있길래 궁금증이 더 했다. 밴드 이름은 우리말인데 외국 멤버들인가? 싶었지.)
근데 알고보니 루시드 폴이 몸담았었던 유명한 인디록 밴드였다고.
루시드 폴이라면 국내 가요계에 몇 안되는 '국보급 브레인 싱어 송 라이터' 아닌가.
공학도의 감성이 저리도 여린가 싶을 정도로 애초에 갖고 있었던 수많은 공학도들에 대한 편견을 깨게 만들었던 장본인.
그러나 공학에 너무 매진하셨던 탓인지 그날 공연 중 음이탈 현상(전문용어로 삑싸리)이 종종 나시더라.
본인께서도 직접 말씀하시길, '아...힘드네요.'
재밌는 무대였어요~
2. AVALON
이번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8 에서 수많은 밴드의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었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을 한 팀만 이야기해보라 라고 한다면
나는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일본 클럽록 밴드 AVALON이라고 이야기 하겠다.
AVALON은 HARVARD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던 요스케라는 친구가 HARVARD해체 후 구성한 그룹으로
일렉트로 사운드에 강렬한 비트를 섞어 몽환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밴드다.
(맨 윗 사진에서 기타치고 있는 인물이 리더 요스케)
유럽의 유명 밴드들에게서도 곡 리메이크를 요청받고 있을정도의 뛰어난 음악성을 자랑하는 AVALON은
요스케 외 3명의 '간지남'으로 구성 되어 있다.
4명 모두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연주하고 거기에 퍼커션을 곁들여 절로 어깨를 들썩이고 머리를 흔들수 밖에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조그마한 Blossom House 무대를 가득메운 관객들을 공연 내내 흥분하게 만든 환상적인 음악을 선사한 AVALON.
리더 요스케는 한국 공연이 처음인지 연신 '꼬레아~'를 외쳤다. 공연 하는 동안 한 백번은 외친듯.ㅎ
음악에 홀딱 반해 페스티벌 내 CD 판매소에서 AVALON의 앨범을 사 들었는데 들을때마다 가슴뛰네.
정말이지 이번 페스티벌의 보석같은 밴드다.
3. 델리 스파이스
델리 스파이스는 나 같은 록음악 문외한에게도 잘 알려질 만큼 유명한 밴드.
('차우차우' 모르는 사람 없잖아? 모른다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 몰라?' 하고 물어보면 다 안다고 대답할 듯)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었던 '고백' 등 귀에 익은 많은 곡들을 연주하고 들려주었던 델리 스파이스.
마지막 곡 연주 중에 한명씩 퇴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드러머가,
자신이 플레이했던 스틱과 신고 있던 신발 한짝마저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앵콜 요청으로 인해 그 분은 쩔뚝이로 걸어나오셨는지 아니면 신발을 하나 구해서 나오셨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역시나 앵콜곡은 델리 스파이스 궁극의 곡 '차우 차우'
전야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질 높은 공연들로 가득찼던 GMF2008의 서막.
이제 본격적인 수퍼 밴드들의 공연을 앞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과 이미 식어버린 샌드위치에 따뜻한 커피를 곁들여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나 할 것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늘상 붙어다니며 집에 수저가 몇 벌 있는지 까지 다 알던 그런때는 이미 지났지만
이렇게 마주 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제 본 사이 마냥 허물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럽고 즐거운 일인가.
페스티벌이 뭐 별거냐.
그런 삶이 곧 페스티벌이자 카니발이지.
이어지는 GMF 2008 2일차 공연 리뷰!!!
기대하시라~
* 사진이 너무 많아 추리고 추려도 안 추려진다. 캐걱정. 3일 동안 대략 600장 정도 찍었다는 후문.
* 정말 보고 싶었던 공연들은 시간이 너무 일러서 다 놓쳤다. ㅜㅠ
캐스커, 타루, W&Whale, 더 문샤이너스....아놔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밖에.
캐스커와 타루는 커.프 OST 때부터 좋아해서 꾸준히 듣고 있었고, W&Whale은 최근 모 통신사 광고 음악으로 주목 받아서 궁금했었고, 더 문샤이너스는 '고고 70' 보고 나서 급 호감가는 밴드였는데....
그래도 타루양과 일촌 맺은 걸로 일단은 어느 정도 보상 받았다고 위안 중.
* 역시 이런 공연은 혼자 와도 좋고 친구들이랑 와도 좋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취향까지 같을 순 없잖아.
따로 또 같이 노는 맛이 있는 공연.
역시 혼자라도 재밌고 함께라도 재밌어~ㅎ
Nikon D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