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나는 친구의 친구들과 어울려 웃고 있었다.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잘 안다고 할 수도,
잘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날씨와 영화,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다 보면
삶의 무게가 휘발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네가 없어도 지구는 돌고 재미있는 사건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난다.
어떻게든 기어이 웃을 수 있어.
내 인생에 네가 있던 토요일보다 네가 없던 토요일이 훨씬 더 많았다구.
자정 무렵, 사람들과 헤어져 택시에 올라탔다.
차창 위로 도시의 풍경들이 휙휙 스쳐가고
흔들리듯 내 얼굴이 어른거렸다.
몇 번인가 화장을 고쳐 여전히 화사한 얼굴.
하지만 어두운 기색은 감출 수가 없었다.
K와 헤어지고 첫 번째 맞는 토요일,
저녁 내내 웃고 떠들 수 있었던 것은 너와의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집 앞에 서 있는 가로등 앞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언젠가 K와 나란히 서서 이 가로등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헤어지기가 아쉬워 이 앞에서 머뭇거렸던 기억.
너와의 사소한 기억이 사무치게 그리운 무엇으로 다가왔다.
무심한 가로등 불빛이 생이
우리에게 비추어주는 조명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
그러나 지금, 나는 고개를 젓는다.
너와 함께했던 토요일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지.
이제 조명은 꺼지고 너와 나를 위한 드라마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