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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2008.10.23 13:38
조회 74 |추천 0


토요일, 나는 친구의 친구들과 어울려 웃고 있었다.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잘 안다고 할 수도,

잘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날씨와 영화,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다 보면

삶의 무게가 휘발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네가 없어도 지구는 돌고 재미있는 사건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난다.

어떻게든 기어이 웃을 수 있어.

내 인생에 네가 있던 토요일보다 네가 없던 토요일이 훨씬 더 많았다구.

 

자정 무렵, 사람들과 헤어져 택시에 올라탔다.

차창 위로 도시의 풍경들이 휙휙 스쳐가고

흔들리듯 내 얼굴이 어른거렸다.

몇 번인가 화장을 고쳐 여전히 화사한 얼굴.

하지만 어두운 기색은 감출 수가 없었다.

K와 헤어지고 첫 번째 맞는 토요일,

저녁 내내 웃고 떠들 수 있었던 것은 너와의 이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집 앞에 서 있는 가로등 앞을 지나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언젠가 K와 나란히 서서 이 가로등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헤어지기가 아쉬워 이 앞에서 머뭇거렸던 기억.

너와의 사소한 기억이 사무치게 그리운 무엇으로 다가왔다.

무심한 가로등 불빛이 생이

우리에게 비추어주는 조명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

 

그러나 지금, 나는 고개를 젓는다.

 

 

너와 함께했던 토요일이 늘 행복하지만은 않았지.

이제 조명은 꺼지고 너와 나를 위한 드라마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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