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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명품 브랜드, 예술을 입히다

최규천 |2008.10.24 04:28
조회 248 |추천 2


[중앙일보 송지혜]

명품 브랜드가 예술을 만난다.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젠 마치 하나의 공식이 된 듯하다. 명품 브랜드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가며 각종 문화행사를 후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뒤에는 21세기 명품 브랜드들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당신이 지난달 루이뷔통 매장에서 스피디백을 집어들었을 때 이미 그 전략 안에 들어와 있었다. 비록 당신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명품과 예술의 만남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초창기엔 명품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제품 협업이나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쇼윈도 등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프라다가 변신 로봇을 주제로 네 가지 형태의 변화 가능한 전시관을 서울에 지을 만큼 폭이 넓어졌다.

이들이 설명하는 말은 비슷하다. '예술과 문화·창조에 대한 열정'이다. 과연 그럴까. 명품 브랜드들은 '더 좋은 가방을 만들겠다'는 얘기로는 더 이상 고객에게 어필할 수 없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의 계층이 넓어지면서 사람들은 명품이라는 가치 위에 더 특별한 무언가를 원한다. 이것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 '예술'이다. 명품과 예술은 오래전부터 상류층만 누릴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루이뷔통은 '아티스트-루이뷔통-소비자'의 삼각 고리를 형성하며 이 전략을 훌륭히 수행해 가고 있다.

갈색 모노그램백으로 대변됐던 루이뷔통의 이미지는 97년 마크 제이콥스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하면서 변화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 백은 할머니·어머니가 들었던 그것과 동일한 이미지의 백이었다. 젊고 재능있는 디자이너인 제이콥스는 평소 자신의 관심분야인 예술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아티스트들과 꾸준히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2001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루이뷔통이 선보인 '모노그램 그래피티'. 뉴욕의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함께 모노그램 캔버스를 재해석한 이 가방은 '전통'에 집착하던 당시 명품계에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며 '명품+예술'이라는 공식의 출발선을 끊었다.

2003년,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모노그램 멀터컬러'는 이 공식에 쐐기를 박았다. 무라카미는 다소 고루한 이미지였던 루이뷔통 모노그램을 93가지 컬러의 '멀티 컬러'로 재탄생시켰다. 무라카미가 자주 사용하는 '눈'이라는 모티브도 응용되어 새로움을 더했다. “모노그램을 더욱 신선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는 제이콥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한정판으로 출시됐던 멀티 컬러 라인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영구 라인으로 자리잡았고, 이 무렵을 전후해 그가 내놓은 '체리 블라섬''모노그램 체리'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루이뷔통은 아티스트와의 작업으로 전통과 신선함을 모두 갖춘 21세기 명품 브랜드로 다시 살아났고, 이들과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들은 유명세를 얻으며 다음 작품세계에도 영향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예술'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얹은 루이뷔통 백을 살 수 있게 됐다.


무라카미는 루이뷔통과의 작업을 통해 세계적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무라카미 회고전' 전시장 내에는 루이뷔통 스토어까지 오픈했다. 스토어까지 전시에 포함된 것이니 그야말로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작가가 된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봐온 소비자는 루이뷔통을 떠올릴 때 자연스레 그간의 예술활동을 함께 떠올리게 되고, 브랜드 이미지는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아티스트의 손을 타지 않은 제품을 사들이면서도 마치 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결과물 일부를 구입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루이뷔통이 시즌마다 아티스트와 손잡고 선보이는 여러 독특한 제품들은 소비자의 발길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루이뷔통 코리아 박주혜 이사는 “패션쇼를 보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기존 루이뷔통의 대표 상품을 사가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쇼를 보고 매장을 찾았다가도 '내가 저 백을 얼마나 자주 맬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기존의 무난한 제품을 구매하는 일도 잦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루이뷔통은 예술과의 접목 범위를 매장 디자인·쇼윈도 전시 등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새 매장을 열 땐 해당 국가의 아티스트에게 매장 디자인을 의뢰하고, 크리스마스엔 우고 론디논·올라프 엘리아슨 등과 쇼윈도를 꾸미기도 한다.

순수 미술 후원에도 열심이다. 15년간 프랑스에서만 26가지 전시를 후원한 LVMH는 본격적인 후원을 위해 파리 불로뉴 숲에 '루이뷔통 창조재단'을 짓고 있다. 2006년 1월엔 샹젤리제 거리 101번지에 있는 루이뷔통 본사 7층에 '에스파스 루이뷔통'이라는 전시장도 열었다. 지난해 5월 '감각의 땅, 인도'라는 주제 아래 인도 아티스트 전시전을 연 데 이어 지난 2일부터는 한인작가 10인의 전시회를 시작했다. '변형·변화(Metamorphoses)'라는 주제 아래 서도호·이형구·이수경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 10인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12월 31일까지 루이뷔통 샹젤리제 본사를 방문하는 고객은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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