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변은 없었습니다.

민희웅 |2008.10.24 12:15
조회 62 |추천 0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프로야구를 사실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농구 매니아인 어머니와 야구 홀릭인 부친의 유전자가 분명 나에게도 전해졌을 법한테

이상하게도 전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늘 제가 좋아하는 만화와 같은 시각에 방영하는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전 '나중에 결과는 스포츠 뉴스로 보면 되잖아.'

라며 '경기'가 만들어내는 그 과정을 무시한 발언을 서슴치않고 하곤 했죠.

 

지금도 제가 가진 운동에 대한 관심은 스포츠광인 제 친구들에 비한다면..바둑앞에서 하는 오목이요. 고스톱 옆에서 즐기는 민화투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어제 직접 야구장 까지 경기를 지켜본 건 그 만큼의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보고 밥먹고 차까지 마실 수 있는 돈을 표 한장에 투자한건 빼고라도, 한 여름의 뜨거운 사랑처럼 찾아온 10월의 감기는

몸살의 서막을 알리고 있는데, 간만에 비좀 내리겠다라는 예측을 하필이면 어제 맞춘 기상청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잠실까지 몸을 끌고 간건 의미가 있습니다.

 

야구장이라고는 대학 다닐때 당시 쌍방울과 LG의 경기를 응원하고자 찾아갔던것이 다였으니 자그마치 10년이 넘은 세월동안

저에게 잠실 야구장은 우리 동네 놀이터 만큼도 못하는 국민유희시설이었습니다.

 

플래이오프 시작 이후 제가 두산을 옹호해서 두산의 팬인줄 아는 주위의 지인들의 짐작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어린 시절 OB 베어스 어린이 회원을 내리 3년동안 했던 과거가 있는 걸 보면, 그들과의 인연을 새삼 강조해도 되지만,

그러나 전 두산의 선수 명단을 제대로 외우지도 못합니다.

 

이번 플래이 오프에서 그래도 응원은 두산을 했습니다.

 

은근 플래이 오프 진출을 바랬던 롯데의 탈락의 주범(?)이기도 함과 동시에 삼성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1등 이미지는

'나마저'응원을 안해도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해 주었기 때문인듯 하지만, 이것도 추측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막상 경기를 응원하다보니 생각보다 꽤 감정이 들어가는 날 보면서 신기해 했습니다.

처음엔 장난삼아 두산 화이팅 했던 것이 삼성의 팬이신 아버지와 같이 경기를 볼때면 심기가 서로 불편해 지는 부자 사이가

보일 정도로 점점 전 one of Hustle Doo 가 되어갔습니다.

 

그런 제가...어제는 그만 삼성팬 일일체험을 하고 말았습니다.

원인은 단 하나... 두산 측에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 전에 장내 입장을 했지만 황금석이라고 할만한 일루쪽 좌석은 이미 꼭대기까지 만원인 반면, 삼성측에는 응원석 쪽 자리가

아직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행 중 한명에게 두산의 팬이라 자처하면서 어찌 입에 삼성을 담을 수 있냐는 울분에 찬 시선을 받기도 하였지만.

제가 원한 건 실은 어느 팀의 우승보다도 야구의 재미 였기에 그냥 가볍게 내가 나라를 판것도 아닌데 뭐그리 열내냐 며

무시했습니다. ^^

 

3회를 넘으면서 내리던 비는 4회가 지나면서 빗줄기가 굵어져 51분동안 경기를 중단시켰고, 지고있던 삼성 팬 사이에선

차라리 취소되라 라는 묘한 바램도 생겼습니다. 경기는 그뒤 속개 되었지만, 중간 중간 내리는 빗방울과 동반한 찬 바람은

옷깃을 여미어도 몸 속에서 냉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결국 경기는 내가 응원하던 삼성의 패로 끝났습니다.

야구는 9회말 투 아웃부터 시작된다라는 속설은 늘 적용되는 진리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반 투수진의 부진으로 벌어진 점수는 5회말 되살아나는 분위기로 역전을 될지 모른다는 희망을 한 때 던지기도 했지만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에 불과했습니다.

 

무려 다섯번(더 였나)넘게 투수진을 바꿔가며 공격하는 안타까움을 연출하며, 삼성을 투수 없음을 아쉬워 했지만, 제대로 된

타구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타선에게는 원망을 내보여습니다.. 그런데 집에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점수를 내지못한 그들이 실은 빗속에서도 실책 내지 않고 잘 잡아준 수비진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나의 무식한 원망을 탓하고야

말았습니다.

 

비 맞으며 오들오들 떨며 봤던 야구였지만, 그래도 나에겐 의미가 컸습니다.

사실 재미야 생각만큼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수들 얼굴하나 잡아주며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는 TV가 어찌보면 더 재밌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무엇보다 현장에선 '생기'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마치 '연예인'으로 보이던 그들이 내 눈 앞에서 공을 던지며, 달리고, 달라지고자 하는 모습이 난 무척 신선했습니다.

마치 오락을 즐기듯 드라마를 보듯 시청할 때와 달리 이것을 하는 이가 사람이었구나 라는 단순한 깨우침을 주는 그 경기는

참으로 나에겐 의미가 있었습니다.

 

'흐름'의 변화를 느낄 수없는 브라운관은 그저 기록과 숫자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현장'의 열기는 조금 더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것이 바로 기술의 발달이 전할 수 없는 사람의 기, 생기 겠지요.

 

응원하던 팀이 석패를 해서 아쉬웠지만, 또 예고한 대로 감기는 부록으로 딸려 왔지만, 그래도 쉬어 가는 이 시간에

좋은 경험을 한것이 다행이고 즐거웠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며, 응원석의 나도, 볼팬의 감독도, 타자도, 투수도...

세상은 사람으로 움직임을 .. 또 한번 배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응원도구 였던 삼성풍선은 그저 조용히 내년을 기약하며 장속 깊숙이 집어넣고 이젠 두산으로 다시 시선을 돌립니다.

서울이라서, 내가 어린이회원 이었기 때문에, 멋진 선수들이 많아서...

라기 보다...

 

힘차게 싸운 삼성을 이겼으니...그만큼의 책임이 있지 않겠습니까?

 

두산 화이팅!!! 다시 멋진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십시오. 

아마도 경기장까지는 찾아가지는 못하겠지만, 가까운 지인의 집에 모여 통닭 뜯으며 소리 질으며 재밌게 응원하겠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