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N-WIDEN
시험은 끝났다.
결과야 어찌되었던 날 잡아 묶어 두었던 녀석을 떼어버리고
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어디론가 향하고 싶었다.
우연치 않게 알게되었던 제 5회 서울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에 대한 소식.
바로 이거다 싶었다.
비록 전날 밤을 샜기 때문에 약간의 수면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잠은 언제든지 잘 수 있지만 내 마음속의 욕구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쉽게 해소되므로 망설임없이 출발해야 했다.
집 앞을 나서다 깜놀. 비가오고 나서 촉촉해진 땅위에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져있었다.
비로소 가을이 되었음을 느끼며..
오래간만에 찾는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1번출구 비스무레 하게 나가면 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시청역에서 내려 살짝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면 나온다.
수많은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졌을 덕수궁 돌담길을 혼자 거닐며...
어쩌면 이날 짧은 시간이지만 이길을 걷는다는 게 더욱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드디어 서울시립미술관이 나온다.
팍팍한 서울시내 속에서도 이런 숨겨진 보석같은 곳이 있기에
아직은 말라비틀어지지 않은게 아닐까?
제 5회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주제는 전환과 확장이다.
풀어 말하자면 매체의 전환, 미적 경험의 확장인데..
실내의 밝은 불빛이 어서 오라고 나를 손짓하고 있다. 서둘러 들어갔다.
3000원 정도 하지 않을까 하던 예상과는 달리 전액 무료. 횡재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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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빛, 소통, 시간이라는 주제로 나뉘어 1,2,3층에서 계속된다.
집에 저런 침대가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천장으로 부터 쏟아져내리는 불빛이 So Hot
무언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들이 전부 집에다 갔다놓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웃 블로거에게서 본 사진은 활짝 핀 모습이었는데 아마 움직이는 듯 싶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그냥 어두운 빈방에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 모양을 레이저로 다가 쏴제낀건데..
마음 속 빛의라는 의미를 강하게 충동질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고 할까?
전시된 작품 중에 대부분은 이런 스크린을 이용한 것들이었다.
물론 다양한 소재와 발상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있었다.
타자기에 글씨를 쓰면 벌레들이 와서 갉아먹는 것도 있고
자신들의 모습이 스크린 영상에 투영되는 것들도 있었는데
그런 곳에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담지 못했다.
난 조용히 있고 싶었고, 애들이랑 어울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고.
거꾸로 매달린 와인잔이 너무 투명해 보여서..
2층에 천경자의 혼은 상시 관람이다. 2년 전쯤인가 이곳을 찾을 때에도 있었다.
화가의 방이 인상적인데..
거울로 된 작품앞에서는 어김없이 저질 셀카 본능.
액자에 전시된 사진을 이유없이 찍어보는데..
언제쯤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어딘지 몰라도 동네가 개판이다.
3층까지 다 올라가서 관람을 마치니 왠지 허전한 기분은 무얼까?
밖으로 나오자 엄청 많은 시간이 지났는 줄 알았다.
시계를 보니 약 한시간 정도 있었던 것인데..
해가 참 일찍 떨어지는 구나...
이유없이 아쉬운 마음을 건물 저편에 두고 내려간다.
돌담길을 옆을 다시 걸어내려가며..
역시 예술이라는 것은 보고자하는 만큼만 보이는 걸까?
미지근한 갈증에 얕은 아니 전무한 미적 소양을 한탄해본다.
하지만 좋다.
외출...
그저 침대위에서 하루를 보낼 뻔 한 오늘을
무언가로 채울 수 있어서..
이번 경험으로 다음번 맞이하는 예술작품들은 조금은 더 빛나 보일 것이라는 희망으로..
비온 뒤의 촉촉한 감각을 온몸으로 받아드릴 수 있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