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감독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감독이었지만 당시는 워낙 영화인에 대한 선입견이 좋지않아 충격도가 약간 떨어지는 미대에 가겠다고 했는데도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누이가 아버님이 원하시는 대로 대학만이라도 졸업하고, 그 다음에는 알아서 하라며 부자간의 의견을 중재해주어 정외과에 들어갔지만, 공부보다는 연극동아리에 더 미쳐서 지냈고 졸업 후 흥행감독이 되었다. 비록 적그리스도(antichrist)였지만 인간적으로는 성공반열에 끼었으므로 예수를 안믿는다고 해서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큰 형, 입주 도우미누나, 친한 친구 등의 유달리 많은 죽음을 경험하게 되면서 인간에겐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성찰하고 있는 터였다.
하나님과의 만남
지방촬영이 지연되어 보통보다 2배 이상의 제작기간이 소요된 적이 있었다. 매일 일이 끝나면 여가에 할 일이 없어 상경할 때마다 집에 있는 책을 가지고 내려 가서 읽었는데, 어느 날, 출처를 알 수 없는 성경이 책꽂이에 있음을 발견하고, 불경도 읽어봤으니 한 번 읽어 보자고 가지고 내려갔다. 대학생 때 읽으려 했으나 눈에 들어 오지 않아 던져 버린 적이 있었는데, 왠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비아냥거릴 것이 많아 성경사전까지 찾으며 오히려 더 흥미롭게 읽었고, 엄한 현장 크리스쳔들에게 엽기적인 이런 걸 가르치냐며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곤 했다.
그러던 중 그가 “교회”라는 말만 들어도 하도 화를 내니 기러기 엄마인 부인이 “미국에 있는 동안은 교회에 다녀도 되냐”고 묻는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와는 달리 '성경에 쓰인 말이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하는 두려움이 문득 생겨, “당신은 가도 되지만 나는 못가”라고 못박으며 승낙을 했다. 그리고 미국에 잠시 다니러 가서는 주일에 가족이 다 교회에 가므로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 따라 가게 되었고, 솔직히 설교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찬양만은 참 듣기 좋았다.
그리고 서울에 다시 오자 떨쳐버릴 수 없을 만큼 교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몇 번을 미루다가, 드디어 2003년 1월 5일 주일,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그 날은 꼭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후배 PD에게 강남에 갈만한 교회가 어디 있는지 물어 보았고, 마침 촬영장소로 한 번 쓴 적이 있었던 온누리 양재 성전의 저녁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가기는 갔으나 뻣뻣하게 다리도 꼬고, 팔짱 끼고 맨 뒤에서 구경꾼같이 앉아 있는데, 하필 코드에 잘 맞지 않는 요란한 찬양을 하고 있어 ‘잘못 왔다’며 후회를 하던 찰나에, 기도시간이 되어 머리를 조아리니, 하나님께서“이제야 왔구나” 하시는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며, “이제는 내 뜻대로가 아니고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는 서원이 터져 나왔으며, 그 날부터 한달 정도는 꼬박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난 기쁨으로 매일 울고 다녔다. 그는 이렇게 성령의 이끌림으로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越境(crossing)하게 되었다.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치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고전 2:9)
영화 크로싱
“박봉곤 가출 사건”, “화산고”,…”백만장자의 첫사랑”등을 연출한 그는 인간적인 계산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돈이 되는지를 훤히 꿸 수 있는 20년차 베테랑이라 하나님께서 이 영화를 하라고 시키실 때 뒷걸음질치며 다른 영화로 돈을 많이 번 후에 사회환원 개념으로는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 때문에 아파하시며 동포인 우리에게 그들의 신음소리를 들려주고, 함께 눈물도 닦아 주시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셔서 “크로싱”을 만들게 되었다. 이 영화는 소재 자체도 딱딱하고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는 북녘 땅의 얘기라 신빙성 있는 자료준비의 어려움으로 유달리 긴 4년이라는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이 되었는데, 사실 촬영 개시 직전까지도, 투자자들의 반대로 인해 촬영이 무마되기를 은근히 바란 적도 있을 정도로 엄두를 내기 힘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순종하니 하나님께서 배우 캐스팅에서 기상조건까지 책임지시며 내내 긴 여정에 동행하심을 알 수 있어 끝까지 담대할 수 있었다.
주연 차인표는 영화 쪽에서는 흥행에 성공한 적이 없고,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라 이래저래 인간적으로 보면 빵점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사석에서 그가 아버지 앞에서 낮아져서 연약한 모습으로 기도하는 것을 본 순간,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주셔서 한 달 안에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며 급 출연제의를 했고, 그는 많은 것을 내려 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응했다.
또 한 번은 약 2백 명의 엑스트라까지 이끌고 해외로케촬영 씬을 장마철에 찍게 되었는데, 촬영을 못하면 하루 2천만원에서 2천5백만원을 까먹는 상황이었다. 물론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었고, 그 날이라도 취소하면 약 50%는 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하나님만 믿고 현장으로 강행했더니 예보를 비웃듯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나와 촬영팀을 반겨주어 은혜 중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너무 교만 해지려는 순간, 멀쩡한 사막에서 비를 만나게 하셔서 큰 대자로 엎드려 매달리게 하는 등 말 그대로 일거수 일투족을 간섭하시는 것이었다.
기도 제목
TV화면에서 북한의 잘 정돈된 거리를 보거나 하면, 우리는 가끔 그들이 아직도 그렇게 못사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최근 개봉된 “Crossing”을 보면, 적어도 그날 만큼은 외식을 해야 될지 말지를 고민하며 우리의 풍요에 감사하게 된다. 그만큼 북한의 어두운 실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우리가 몰랐던, 혹시 알았지만 내 일이 아니라서 외면했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김태균 감독은 유혹과 시험이 많은 일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항상 믿음의 동역자들을 붙여 주셔서 넘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기도 제목을 내놓으며, 하나님께서 인격적으로 만나 주신 후에 그렇게도 절대로 믿을 것 같지 않았던 자신의 변화받은 모습으로 인해 교회를 잠시 휴학하고 있던 친구들이 다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을 보고 패역했던 모습까지도 쓰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린다고.
[출처] Crossing - 김태균 감독|작성자 좋은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