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좋은 영화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어떤 걸 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다 봐버렸다. 매주 주말마다 조조로. 이번 달에 , , , 이렇게 네 편을 보았는데, 전부 애정이 가는 희귀한 경험을 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사랑스러운 영화들을 몰아서 보고 나니, 이제는 마치 이런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아서 조금은 두렵다. 그러나 좋은 뜻은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는 마음을 여는 영화다. 희수는 옛 연인 병운을 찾아가 빌린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하고, 병운은 돈을 갚기 위해 희수와 하루동안 수금(?)하러 다니는 얘기로, 돈을 받으러 떠난 여정에서 결국엔 추억을 받는다.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타인의 고독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상영관을 나서면서 영화가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로 데뷔한 이윤기 감독의 영화로, 세심한 터치로 잔잔하게 마음 안쪽을 흔든다.
은 마스터피스였다. 도장을 파는 남자와 옷을 만드는 여자를 내세워, 김기덕은 과연 철학을 한다. 어떤 상징들만으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영화를, 영화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놀라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를 최대한 이용하고, 나아가 그 틀을 완전히 부숴버린다는 점에서, 김기덕의 대단함을 그의 매 영화마다 느끼게 된다. 비교적 간명하게 드러나는 이미지 때문에, 대중의 시선에 맞춰 쉽게 만들었다는 이나 보다도 어쩌면 더 쉬워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는 현실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연애 판타지의 단맛 쓴맛이 완전히 사라진, 날것으로서의 연애. 거기에 그냥 카메라만 들이댄, 흡사 연애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의 영화다. 이번에 본 영화들 네 편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거의 울지 않는데 일상을 묵묵히 견뎌내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점, 하나의 결말에서 여러 가지 불완전한 감정들을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담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냥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승전결이 없으나,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히 있고, 이것은 때때로 누군가에게는 깊은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는 어떤 과잉에 관한 영화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열등감 내지는 망상이 넘치는 캐릭터가 영화를 가득 채운다는 뜻이다. 사실 나는 영화 초반에 숏과 숏 사이를 환청처럼 들려오는 양미숙의 대사로 채우는 방식의 과잉이, 조금은 생경했고 그래서 불편했는데, 중반부터는 정말 제대로 웃겨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미덕은 결말이다. 는 결국 왕따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환호하는 군중이라는 판타지로 끝을 낼 수도 있었지만, 영화는 기어이 현실을 선물한다. 네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대중성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상영관에 사람은 많이 없어서 의외였다. 요즘 영화판이 정말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는 창고에서 썩기 직전에 4년 만에 빛을 본 영화라고 한다. 이런 영화도 나왔네, 좋아졌구나,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한국 영화가 너무 안 되고 제작 편수가 급감하다 보니 창고 영화가 얼결에 방출된 거라고 한다. 사람들은 조폭영화 들먹이면서 한국 영화 조금 더 망가져봐야 정신 차린다는 듯이 얘기하지만, 사실 대책도 세우지 않고 졸속적으로 스크린쿼터부터 축소하는 바람에 직접적으로 피해 보는건 같은 작은 수작들이다. 현실도, 여론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 영화에 한동안 돌파구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