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담화할 때도 기본 매너는 지켜라」
그렇다. 뒷담화처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처음 본 사람도 5분 안에 죽마고우로 만들고,
심심해 죽을 것 같다가도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동일한 대상과 다양한 소재를 곁들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보의 각축장이 돼 어느새 자기 얘기도 슬쩍 곁들여가며
친분을 나누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잘난것도 없는데 당신보다 잘 나가는사람,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 혹은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 등등
대상은 넓고 나눠야 할 담화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공허하다.
자리를 파하고 나면 문득 쓰레기를 쏟아냈다는 자괴감과
생산적이지 못한 자리였다는 자기검열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앞으로는 뒷담화도 요령껏 치자.
상대방이 정신 못 차리고 뒷담화에 열중한다면
완급 조절은 당신에게 달렸다.
이대로 계속하다간 이날의 제물인 S양이
뒷담화의 도마위에서 처절한 죽음을 맞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면 적당한 선에서 스톱을 외쳐라.
방금 전까지 S양의 인격을 발기발기 찢어놓고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그래도 S양이 아주 못된 애는 아니잖아..." 라는
식으로 말하면 그날의 비밀결사대는 당신으로 인해
쩍쩍 금이 갈 수도 있다.
(언젠가 당신이 S양과 같은 제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연스레 화제를 바꾸는 것이 좋다.
뒷담화가 바람직한 대화 방법도 아닌데 뭘 그런 것까지 늘어놓냐고?
모르는 소리! 외로운 사람일수록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왜곡된 경우가 많고,
이것이 뒷담화의 형태로 나타난다.
자기과시욕을 담아 남 얘기를 하는 태도도 좋지 않다.
제물의 반대편에서 제물의 인격을 폄훼하며
" 적어도 난 아니거든" 이라고 말하고 싶은 속내가
여실히 들어나기 때문이다.
만나기만 하면 누군가를, 무언가를 잘근잘근 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필경 외로워서 그런다.
자기 이야기를 하자니 별반 이슈가 없거나
주위를 환기시킬 자신이 없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이 공공의 적을 만드는 일.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어차피 휘발되고 마는 얘기들을 주제로 삼은 마당에.
뒷담화 홀릭(holic) 중에서 가장 몰상식하고 몰매너한 경우는
심드렁하게 우회해 의뭉스럽게 툭 먹잇감을 던지듯 남을 '씹는' 것이다.
겉으로는 허허실실 웃고 있지만
실은 교활한 발톱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뒷담화에 맞지도 않는 논리를 곁들이며
허세를 부리는 것도 조금 우습다.
생각해 보라. 어차피 대상이 없는데서 비겁하게
험담이나 늘어놓는 마당에 논리가 무슨 소용이람.
공격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가볍게 시간이나 보내자고 시작한 뒷담화다.
부디 매너를 지켜주길.
말하는 동시에 공기중에 휘발되어도 좋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뇌리에 남지 않은정도의
가벼운 수위라면 좋겠다.
당신이 뱉은 말 한 마디가 당사자의 귀에
들어갈 가능성은 51퍼센트다.
- 안은영 の 여자생활백서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