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영화나 소설을 만드는 장르를 팩션이라고 한다. 이미 충무로에는 , , 등 실화를 근간으로 삼은 한국영화들이 저력을 보여주었고 이후 '팩션'열풍은 사극으로 이어졌다. 는 우리에게 익숙한 폭군과 요부인 '연산'과 '녹수'를 '궁중광대'라는 매개로 새롭게 재해석해 천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올해는 을 시작으로 고려시대 동성애를 다룬 까지 그 사극 팩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김홍도, 신윤복이라는 조선시대 화원을 소재로 한 소설과 드라마가 한참 인기 중이다. 이미 소설은 출판이 되었고 드라마는 현재 방영중이다. 그 중 가장 늦게 선보이는 이번 영화 역시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야기로 소설과 드라마와는 차별화를 둔 작품이라고 소개되었다.
속화를 즐겨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속설(20세기 초 문화평론가 문일평)과 함께 오세창의 단 두 줄기의 기록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천재화가 신윤복. 그가 태어난지 250년이 되는 지금 역사 속에 숨겨진 그의 삶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는 신윤복이 여자였다라는 상상으로 시작된다.
김홍도가 힘이 넘치는 남성적 화풍으로 소박한 서민의 삶을 그렸다면, 신윤복은 섬세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여심이 담긴 풍류를 그렸다. 당시에 금기 소재였던 여자를 과감히 화폭의 중심에 담았던, 그 누구보다 여자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탁월했던 신윤복. "얇은 저고리 밑, 가슴 속 가득한 정을 붓끝으로 전하노라"는 '미인도'의 한줄 화제에서 시작된 하나의 의문, 그림 '미인도'는 어쩌면 그의 자화상이 아니였을까? 하는 상상력이 이 작품의 시작인 것이다. 남자라면 도저히 그려낼 수 없던 여성의 섬세함이 그 상상력의 시작이요 최근 신윤복에 관한 소재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출발지점이다.
영화는 신윤복이 여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으로 시작하여 스승인 김홍도와의 관계, 허구의 인물인 강무와의 사랑, 신윤복이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자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언론에 공개되기 전 부터 이미 모든 보도자료와 마케팅적인 부분에 있어서 신윤복 역을 맡은 김민선의 파격 노출로 이미 관심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 언론에서 한국판 라며 노출 수위에 관한 관심으로 이 영화의 진정한 작품성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이미 한국관객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여배우의 노출만으로 흥행을 점치기에는 그 마케팅적 홍보는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개봉전 관심을 끌기에는 그만한 전략도 없음은 확실하다.
영화 는 조선시대 화원이였던 신한평의 집에서 그의 아들 신윤복이 여러 문신들 앞에서 그림을 선보이며 시작된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신윤복은 여러 문신앞에서 그림을 그려보라는 주문에 매우 당황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 신한평 가문에 먹칠을 하게 된다. 이유는 어려서부터 그려온 그림은 신윤복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닌 여동생이 몰래 그려준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 사건이후 신윤복은 자살을 하고 여동생은 결국 자신때문에 죽은 오빠를 대신해 신윤복으로 살아간다. 계집아이가 감히 그림을 그렸냐며 다그치는 아버지의 원망에 여자가 아닌 남자의 인생을 살게된 신윤복(김민선)(실제론 여동생)은 천재적인 그림 소질을 타고 났다.
신한평이 당대 최고 화원인 김홍도(김영호)의 골수까지 뽑아내 자신의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자신의 딸을 신윤복으로 위장하여 김홍도의 제자로 보낸다. 이제 여자가 아닌 남자로 살아가는 윤복은 김홍도밑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며 궁에 입궐하여 도화서에서 일을 하게 된다. 당시 정조의 특별한 사랑을 받던 김홍도와 신윤복은 백성들의 생활상을 그려달라는 왕의 요청에 백성들의 생활모습을 담기위해 여기저기를 떠돈다. 그러던중 우연히 만난 강무(김남길)에게 여러 볼거리를 제공 받고 그의 화첩속에 있는 그대로를 그려낸다.
하지만 강무는 윤복이 여성임을 알게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남자가 아닌 여자로써 강무를 사랑하는 윤복이 자신이 그려내는 그림이 얼마나 당시 시대에 큰 영향을 줄지는 모른다. 이미 윤복이 여자임을 알고 있었던 김홍도, 윤복의 재능을 사랑했고 결국 그녀의 전부를 사랑한 김홍도와 홍도를 향한 사랑으로 질투에 사로잡힌 비운의 기녀 설화(추자현)까지, 욕망인지 사랑인지 알수 없는 미묘한 감정에 빠진 네 남녀의 치명적 러브스토리는 김홍도가 윤복을 사랑하게 됨으로써 비극으로 치닫는다.
기녀들의 벗은 가슴과 둔부가 농염하게 그려진 '단오풍정', 짝짓기 하는 개를 보고 웃는 과부와 그녀의 허벅지를 꼬집는 하녀를 담은 '이부탐춘', 달빛 아래 두 남녀가 안타까운 정을 나누는 '월하정인'등 영화속에서 신윤복의 춘화는 완벽하게 재연된다. 하지만 그 시대 신윤복이 그린 그림은 저속하고 음탕한 그림으로 인정을 받게되며 결국 왕을 능멸한 죄목까지 얻게된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 신윤복의 대사 중 "사랑하기 때문에 유혹하고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한 마음이 아름다워서 그렸다"는 그가 자신의 그림에 대한 정신과 혼은 결코 음탕한 마음에서 그린 것이 아니며, 그림이라는 것은 보는이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왜 신윤복과 김홍도의 등장인물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약간 든다. 이유는 위에 잠깐 말했듯 시대에 저항했던 화가 신윤복의 정신이란 거대한 흐름이 설명되어야 하지만 영화는 치명적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더 두드러져 신윤복의 정신은 묻혀진다. 결국 네 사람의 치명적 사랑이야기를 수위 높은 노출장면으로 보여주지만 신윤복이 그리고자 했던 그림에 대한 정신세계를 강조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김민선의 전라누드, 추자현의 상반신 누드 등의 과감한 노출과 수위 높은 베드신이 20분가량 등장한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수위의 베드신이다. 영화 초반 청나라에서 건너온 춘화를 재현하는 기녀들의 체위 재현 장면은 적나라함이 웬만한 에로비디오를 뛰어 넘는다. 영화 이 체위를 춘화로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 는 그 춘화 그림을 실제로 재현한다.
특히 영화의 볼거리는 이를 감상하는 양반들과 기녀의 모습이다. 각종 체위가 재현될 때마다 이어지는 탄성과 흥분을 감추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풍경은 흥분감을 더한다. 김민선과 김남길이 선보이는 정사 장면은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게 다가온다. 가느라한 어깨끈을 내리는 동안 느껴지는 긴장감, 실크처럼 뻗은 부드러운 곡선의 몸을 만질 때마다 새어나오는 탄식과 경미한 경련은 그들의 사랑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장점은 가진다.
분명한 것은 신윤복이란 소재에 기대를 거는 관객에게 드라마와 소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영화가 개봉되면 비교를 안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은 현재 방영중인 이 가진 기획력에 비해 영화속 신윤복은 뒷처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영화와 드라마는 확실히 다른 내용을 보여주지만 그 다른 소재를 다루는데 있어 준비된 기획력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줄 뿐더러 관객의 지갑을 여는데 도움이 된다.
영화 는 실제 신윤복의 '단오풍정', '이부탐춘', '서당도' 등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을 오로지 그들의 눈으로 본것을 그려냈다는 사실을 말해줄 뿐이다. 김홍도의 신윤복을 향한 욕망과 질투심이 폭력적인 섹스로 나타나지만 김홍도의 슬픈 사랑을 대변하기에는 엉성하고 허술한 느낌조차 받는다. 또한 기녀 설화의 팜므파탈은 과거 나왔던 팜므파탈 캐릭터에 비해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안타깝다. 분명 김민선과 김남길, 김영호와 추자현이 열연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기획력과 개연성 있는 구성이 없는 이 영화가 배우들의 노력에 찬 물을 끼얻게 되는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극중 윤복의 눈을 통해 묘사되는 당대의 성풍속으로 청나라의 체위교습서를 시연하는 기생들의 과도한 몸짓과 야사모음집에서나 봤던 승려와 세도가 여인의 정사등은 분명 여타의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 새로운 모습이 언론시사회에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스토리는 너무 기대치 않고 배우들의 열연과 그 열정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영화 미인도는 많은 볼거리는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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