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자매들
너희는 어느 날 신발을 바꿔 신는다. 너희는 참 착하게 서로를 만진다. 푸른 잔디밭 한가운데로 정구공을 줍기 위해 들어가곤 하던 너희. 지금 너희는 작게 웅크린 접시 속에 함께 누워 빨간 목젖을 보이며 혀를 나눈다. 아빠는 엄마에게, 엄마는 너희에게 돈을 주고, 너희는 돈을 모으며 통기타 하나 마음속으로 점 찍어둔다. '누이의 황금빛 머리결'을 부를 조그만 구석방 하나가 너희에겐 필요했을 것이다. 다음에 돌려 줄테니 그 돈 엄마에게 맡겨라, 너희는 울며 발버둥 쳤다. 엄마는 외상정부미값을 생각했을 것이다. 잘 마르고 꾸들꾸들 아름다워진 너희, 너희의 울음에 매달려 목련 겨울눈이 까슬까슬 눈을 부빈다. 너희를 낳은 남자와 여자가 이른 새벽부터 싸우고 너희는 숨을 참으며 화석 물고기들이 되어간다. 마당에 양파 구근을 심고나서 아, 좋은 生, 이라고 말하던 너희. 헤어지더라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거라 생각하며 너희는 거울을 반쪽씩 교환한다. 너희가 죽던 날, 버드나무잎이 물고기 눈알같은 바람의 구근을 꺼내 보여 주었다.
금요일의 자매들
가출 중인 여자애의 가짜 속눈썹은 길고 아름다웠다. 태양의 섶 아래 은백양 잎이 번데기를 달고 흔들린다. 과수원 딸년들이 모여 가난을 다 덮고도 남을 긴 주름 치마를 만든다. 내 일생엔 한 장 짜리 편지조차 쉽지 않다고 낭하의 여자가 말한다. 텅 빈 가지 안쪽에서 여름 내내 여름만 기다리던 그녀들의 떨켜. 금요일엔 자매들이 매화나무 그늘 아래서 황록색으로 익어간다. 여름이면 마룻바닥에 누워 빨강머리 앤에게로 영혼을 떠나보내던 흰 팔뚝 위를 개미들이 더러 걸어갔을 것이다. 자매들은 치마폭에 담아온 햇살을 다듬으며 쪽파처럼 앉아 있었다. 막내가 소리 내어 일기를 읽으면 반쯤 열린 장롱 문짝이 딱딱하고 네모난 냄새들을 꺼낸다. 엄마의 갑상선이 온도계처럼 정확히 먼지의 체온을 짚어내던 날. 느릅나무의 貧益貧이 창가를 서성인다. 가출 중인 여자애의 언니들에게 금요일이 찾아온다. 교미가 끝난 구름은 흐린 강의 상류에서 느리게 서로를 삼키고 있었다.
금요일의 자매들
한적한 마당에서 하루의 정오표(正誤表)를 읽는다. 얌체공을 던지며 뜨거운 팔다리를 휘저으며 자매들이 마당을 뛰었다. 분꽃은 매일 다른 꽃잎을 꺼내는 행복한 매춘녀 같았고 계단 몇 단이 젖은 신발을 조금씩 말렸다. 그저 잘못만으로 방학일기를 적고 싶었을 뿐, 여름방송을 시청하던 자매들의 채집망에는 죽은 날개들이 하얗게 묻어있었다. 바람과 첨탑의 질긴 화해만 빼면 모든 게 안녕했다. 작은 거실에서 자매들은 두 팔로 자기를 끌어안고 즐겁지 않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났다.
내가 모은 오자(誤字)들을 보았을 때 엄마는 많은 편지를 쓰면 잊혀질 거라고 말했다. 더운 밤이었고 카스텔라를 까먹으며 자매들은 서로 만든 종이접기를 품평했다. 빨간 밑줄을 좋아할 수도, 빨간 밑줄을 잃을 수도 있었지만, 죽은 별에겐 오자도, 성위(星位)도 없었다. 하루가 열병합 굴뚝 위에 줄을 걸고 거미처럼 검게 떠오른다. 너무 긴 화해가 내 비문(非文)을 잘못 버릇 들였다. 죽은 메뚜기 등에 압핀을 꽂고 손가락에 묻은 검은 액체를 닦았지만 여름이 즐거워질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