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이야기49 영국에선 혁신사례, 한국에선 범법사례

"어, 아빠, 새로 발견된 별이야?"
초등학교 4학년 큰 아이가 대뜸 이렇게 물어오더군요. 제 대답.
"아니다. 하늘에 떠있는 별보다 더 귀중한 난자라는 거다.
아빠 정자하고 엄마 난자하고 만나서 너가 태어난거야 자샤."
오늘은 소중한 난자에 관한 생명윤리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는 불임부부가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이 부부에게 이런 설명을 합니다.
"부인에게서 얻은 소중한 난자는 물론 아기를 위해 쓰여지겠지만
그 중 일부 난자를 난치병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에 기증해주신다면
감사의 뜻으로 시술료 일부를 감면해 드릴 수 있습니다."
만일 부부가 이에 동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난자를 기증하고 시술료를 감면받는다면,
똑같은 행동임에도 영국에서는 혁신사례가 되고 한국에서는 범법사례가 됩니다.
영국은 체외수정 시술비의 반값 지원하며 줄기세포 연구 독려
체외수정(IVF), 일명 시험관 아기를 얻기위해 시술을 받는 여성이
자신의 난자 일부를 연구용으로 기증하고 시술비를 감면받는 시스템을
연구용 잔여 '난자 공유'(egg-Sharing) 시스템이라 합니다.
이는 불임시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버려질 운명에 처한 난자와 수정란의 현실에 기인합니다.
엄지공주나 싱글맘의 사례에서도 보셨겠지만,
시험관 아기를 가지려는 여성들은 배란 촉진제를 투여받습니다.
정상적인 월경에 하나씩 배란하는 것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의 난자를 배란하죠.
예를 들어 10개의 난자가 나오면 그게 다 아기를 위해 쓰여지게 되는가? 아닙니다.
일단 난자는 정자와 달리 냉동과정에 손상 위험이 있기에
채취 즉시 실험접시에서 정자와 만나 수정란의 형태로 보관됩니다.
의사들은 그 중에서 가장 건강해보이는 수정란 두 세개만 선택하여
다시 여성의 몸 안에 이식시켜 임신이 되도록 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수정란이 임신되어 네 쌍둥이, 다섯 쌍둥이가 되면 미숙아나 건강치 못한
아기들이 태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수정란은? 다른 불임부부에게 증여하거나 줄기세포 연구에 기증하는데,
불행하게도 그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당신이 불임부부라면 다른 부모가 최선의 선택을 하고 남은 수정란을 증여받아
유산의 고통을 감내할수도 있는 불임시술을 받으려 하시겠습니까?
때문에 냉동보관된 수정란은 아기로 태어날 확률이 극히 미미해지는 5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해집니다.
이렇게 자동 폐기되기 전에 건강한 난자 상태에서 난치병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하게끔 대안을 마련한 것이 바로 불임부부에게 시술비를 경감시켜주는 '난자 공유' 방식입니다.
영국에서는 시술비의 반값을 경감시켜줍니다. 지난 7월3일 BBC 온라인.
절반 가격의 체외수정(IVF), 성공적으로 판명
불임시술을 받으며 자신의 난자를 줄기세포 연구에 공여한 여성들에게
체외수정 시술비의 절반을 제공하는 정책이 성공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Half-price IVF hailed a success
A scheme offering half-price IVF for women who donate their eggs to research has been hailed a success.
음성적인 난자밀거래 없이도 과학자들이 줄기세포 연구에 전념할 수 있어
생명윤리와 자국의 과학연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더구나 불임시술 환자는 시술비의 절반을 지원받아 좋습니다.
때문에 영국 인공수정배아관리국(HFEA)로부터 가장 먼저(지난해 9월) 라이센스를 받은
뉴캐슬 대학의 경우 100명의 여성이 지원해 이 중 12명을 난자 기증자로 선택하는
성공적인 반향 속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뉴캐슬 대학은 황우석 팀의 기술조언을 받아 영국 최초로 체세포 핵이식 배반포 1개를
수립한 뒤 황우석 팀 성과를 뛰어넘기 위해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팀입니다.
영국 줄기세포 대변인격인 엘리슨 머독 교수(노스 이스트 잉글랜드 줄기세포 연구소,NESCI)의 말.
"난자 공유 시스템에 참여한 여성들의 선택이 의미하는 것은 중요한 연구가 진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성과들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독려할 것으로 희망한다는 것입니다." -BBC, 2008.7.3
한국은 제 돈 들여 시술비 경감해준 의사를 범법자로 기소
영국보다 2년이나 앞서 '난자 공유' 시스템을 실행한 한국의 의사가 있습니다.
황우석 팀에게 난자를 제공한 한나 산부인과 장상식 원장입니다.
그는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생명윤리법이 발효돼 난자윤리가 강화되자
이런 시스템을 자기 병원에 적용시켜 황우석 팀에게 540여개의 난자를 제공했습니다.
3800여만원의 시술비를 경감시켰습니다. 자기 돈으로.
이에 대해 황우석 박사는 감사의 뜻으로 호르몬제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줄기세포 논란이 일고 세상이 뒤집혀지자
한국 검찰은 이 두 사람을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합니다.
당시 언론은 '파렴치한 범법자'로 보도합니다.
"또 황(우석) 박사는 지난 1월 이후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과 짜고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에게 불임 시술비를 깎아주는 방법으로 경제적인 대가를 제공해
생명윤리법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 서울신문 '줄기세포 수사결과 발표' 2006.5.13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서는 장상식 원장이 마치 가장 좋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빼돌리며
의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처럼 기술합니다.
"환자의 불임치료를 위해서 가장 좋은 난자를 사용해야함에도,
의도적으로 성숙도가 높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제공함으로써
불임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로서 최선의 진료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
-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2006.11) '황우석연구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보고서' 18쪽
이것은 불임시술 전문의사에 대한 일종의 인격살인으로 보입니다.
한나산부인과는 체외수정 성공률 면에서 국내 톱 클래스 병원입니다.
검찰 수사결과 한 건의 난자 채취 부작용 사례도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불임전문의로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가는 한편,
줄기세포 연구가 잘 될수있도록 보다 건강한 난자를 제공한 것인데
이러한 의사의 충심이 제 3자에 의해 '무책임한 의사' '파렴치한 범법자'로 매도된 것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2008년 5월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생명윤리법 일부개정안에
난자제공자에 대한 교통비, 보상금 등 실비보상이 법적으로 허용된 것입니다.
새 법령이 통과된 이상, 황우석 박사와 장상식 원장에 대한 검찰의 생명윤리위반 기소는
그 효력을 상당부분 잃게 된 것이죠. 물론 재판결과야 그 때 가야 알 수 있는 겁니다만.
문제는 설령 무죄판결이 나온다하더라도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진 의사의 명예와 자존심은
도대체 어디에서 되돌려받을 수 있느냐 입니다.
아마 그들을 파렴치한으로 보도했던 언론들은 법원판결내용에 별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네티즌과 국민들과 역사는 아마 잊지않고 분명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 옛날, 오늘날의 영국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앞서가던 난자공유 시스템을 고안,
티내지않고 묵묵히 줄기세포 연구에 기여하고자 했던 '의사'가 있었다고.
그 의사의 이름은 한나산부인과 장상식이었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