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와 방언이 뒤섞인 오래된 백과사전*의 나무 항목에서
사람이 나무를 닮아 직립을 지향했다는 것은 진화론의 측면에서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고독에서 시작했을 직립은 영성靈性의 의미가 있다 물렁물렁한 영성이 직립을 부추겼고 검고 딱딱한 직립 또한 영성의 공간을 부풀렸다 직립은 가슴에 둠벙 같은 모양으로 시작했나 보다 영성이 욕망과 관계되어 강물이나 모래톱과 뒤섞이고픈 소망 같은 것은 진화의 시점에서 헤아리면 아득한 훗날이다 모든 귀납법의 끝에 이르면 호모 사피엔스의 영성은 나무의 직립 모델에서 파생했다는 명제는 분명하다 시야를 널리 확보하는 직립은 형용사나 부사로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명상 혹은 명사로서 접근해야 한다 혹자는 직립이 내면적으론 거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자신을 전체로서 바라보는 것, 그것은 직립만이 가능한 자세이며 지식이 지녀야 할 창고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꾸역꾸역 담아야 할 것이 많은 호모 사피엔스와 직립은 서로 거역하지 못하는 상호 불가분이다
* 이 백과사전이 인터넷에서 몸짓을 키워가는 해적판인 것은 분명하다. 보르헤스도 종종 이런 해적판 사전에서 소설의 영감을 의지했는데, 「틀륀,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