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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오수영 |2008.11.08 12:12
조회 157 |추천 1

 (foto de S : 비오는 로하 산책)

 

작가 이름 때문인지, 책 제목 때문인지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의 만남으로도 충분히 기대되고 설레인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남녀 작가가 1년 여에 걸쳐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울과 파리에서 연애하듯 애틋한 마음으로 원고를 주고받으며 완성한 사랑 이야기. (책 홍보 문구)

 

<사랑후에 오는 것들 - 자줏빛 책>

- 공지영 -

 

 

이렇게 길고 넓은 강을 따라 공항으로 가는 길은 떠나는 사람에게나, 돌아오는 사람에게나, 누군가를 보내는 사람에게나, 누군가를 맞이하는 사람에게나, 모두 생각할 거리를 준다. 가깝거나 먼 어떤 거리를..

 

 

나이가 들면 자신이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때로는 축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그 슬픈 귓속으로 베토벤의 선율이 밀려든다.

피아노는 이노카시라 공원의 빗소리처럼 내 귓바퀴를 두드린다.

‘비창’이라는 곡이다.

한국인 친구는 이 곡의 제목이 싫다고 말했다.

 

 

나 보고 싶었어? 얼마만큼? 언제?

 

문득 1년 후

‘나 보고 싶었어?’ 라고 물을 때

‘당당하고 담담한 내 모습을 보여주려면 지금. 일어나야한다.’

다짐하고 신발이 젖도록 빗길을 걸었다.

20081104-Loja

 

내 자신이 싫어지는 때가 이런 때다.

늘 하던 실수를 늘 하는 내 자신을 바라볼 때,

그리고 심지어 그것에 뻔뻔해지지도 못할 때.

하지만 다음번에 그 순간이 온대도 내가 결국은 그 실수를 또 하고야 말 거라는 걸 알 때.

머리에 끈을 동여매고 결심을 하거나 구호를 한 달쯤 외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거나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늘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나의 결점들을 그렇게 보게 될 때.

그리고 내가 고작 거기까지의 인간이라는 걸 그래서 또 깨닫게 될 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한국판’은 빨리 읽어 내려갔다. 행복을 안겨주는 짧은 문단을 위해 계속 그리워해야했다.

‘일본판’은 ‘츠지 히토나리’가 썼다한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쓴 사람이다.

조금 기대가 된다. 오랜만에 읽는 연애소설.

새벽에 스탠드만 켜놓고 책을 읽은 적이 언제였는지.. 10년도 더 넘었을 그 새벽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사랑. 안타까운 사랑.

그것은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그리움인데, 안타까움 없이 끝까지 가 버린 사랑보다는 설레임이 오래가는 것 같다.

20081104-Loja

 

 

 

너랑 전화 끊고 집 앞에 뭘 좀 사러 나가는데 우리 아파트 양지 뒤 쪽에 노란 개나리꽃이 보였어. 이렇게 추운데도 노랗게 피어난 거야. 홍아, 때로는 봄에도 눈이 내리고 한겨울 눈발 사이로 샛노란 개나리 꽃이 저렇게 피어나기도 하잖아. 한여름 쨍쨍한 햇살에도 소나기가 퍼붓고, 서리 내리는 가을 한가운데서도 단풍으로 물들지 못하고 그저 파랗게 얼어 있는 단풍나무가 몇 그루 있는 것처럼, 이 거대한 유기체인 자연조차 제 길을 못 찾아 헤매는데, 하물며 아주 작은 유기체 인간인 네가 지금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하지는 마. 가끔은 하늘도 마음을 못 잡고 비가 오다 개다 우박 뿌리다가 하며 몸부림치는데 네 작은 심장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해도 괴로워 하지마.

그냥 시간에게 널 맡겨 봐. 그리고 너 자신을 들여다봐. 약간은 구경하는 기분으로 말이야. 네 마음의 강에 물결이 잦아들고 그리고 고요해진 다음 어디로 흘러가고 싶어하는지,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 봐. 그건 어쩌면 순응 같고 어쩌면 회피 같을지 모르지만 실은 우리가 삶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응일지도 몰라. 적어도 시간은 우리에게 늘 정직한 친구니까. 네 방에 불을 켜듯 네 마음에 불을 하나 켜고...... 이제 너를 믿어봐.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는 이 든든한 친구도. (지희)

 

 

다시 만난 첫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는 주인공에게 친구가 전하는 편지.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이런 편지 한 장 띄워주는 친구 하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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