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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_ 이영주

김선미 |2008.11.09 00:03
조회 39 |추천 0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아이들이 먹는 것은 날개의 파편이었다 차가운 총구를 핥는 입술 사이로 새까만 총알이 줄줄 쏟아졌다 불룩한 배를 쓰다듬으며 펭귄처럼 뒤뚱거리는 아이들 이 새는 왜 이렇게 딱딱한 거야 뒤통수까지 길게 찢어진 입으로 아이들이 중얼거렸다 현명한 사제도 예언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족들이 바다를 건너왔다 시퍼런 죽창도 승리의 깃털도 없이 자욱한 연기가 골목마다 피어올랐다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날아가버린 머리통을 매일매일 찾으러 다녔다 사제의 예언은 하나도 맞지 않아 내 머리통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기름을 뒤집어쓴 긴 목 아이가 투덜거렸다 날개 잘린 새가 쿨럭거리며 뜨거운 불꽃을 쏟아냈다 아이의 피 같은 선홍빛 기름이 파편 위로 곱게 물들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몰려온 새로운 종족들이 허겁지겁 기름을 핥았다 이 종족은 죽은 새를 먹는 모양이야 모래바닥에 떨어져 물렁물렁해진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또다른 아이가 웃었다


현명한 사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지러운 폭염이 계속되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잘못 찾은 머리통을 목에 끼워넣고 있었다 키득키득거리면서 서로의 머리통을 주물럭거렸다 주인을 찾지 못한 머리통은 버려진 책가방 속에서 달그락거렸다 막 태어난 아이들은 싱싱하게 파닥거리는 새로운 날개를 꾸역꾸역 씹어먹었다

 

 

 

 

-『108번째 사내』(이영주, 문학동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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