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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반인반수(?) 연구를 허용한 배경

손기영 |2008.11.09 13:00
조회 188 |추천 5

 

영국이 반인반수(?) 연구를 허용한 배경

 

시골피디
http://cafe.daum.net/HwangBion/ST7z/550

 

소의 난자에 사람의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를 만든다면....아마 많은 사람들이 '말이 돼? 몸뚱아리는 소이고 머리는 사람인 키메라 괴물 나오는거 아니야?'라며 펄쩍 뛸 것이다. 그런데 지난 22일 영국 하원이 인간-동물 교잡배아를 합법적으로 허용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지난 5월 법안통과에 이어 이번에 관련법안까지 가결됨으로써 영국에서는 이종간 배아 수립이 정식으로 허용된 것이다.

 

英하원, 인간-동물 교잡배아 허용 법안 가결

(런던 AP=연합뉴스) 영국에서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교잡 배아의 제작이 영국 하원의 관련 법안 가결에 따라 정식으로 허용됐다.


영국 하원은 22일 실시한 표결에서 찬성 355, 반대 129로 이런 내용이 담긴 '인간 생식과 배아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1990년 제정된 배아 관련법을 약 20년만에 개정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영국 정부는 교잡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가 알츠하이머병 같은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왔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교잡 배아 제작과 연구를 허용하면 인간 유전자 조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굽히지 않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만들어진 교잡 배아는 연구 목적으로만 만들어질 수 있으며 14일 이전에 폐기처분돼야 한다. - 연합뉴스, 2008.10.23

어떤 언론들은 이를 근거로 '영국이 갈데까지 갔구나' '사람과 동물의 반인반수 키메라 괴물이 영국에서 나오겠군'하며 혀를 차고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극히 피상적인 분석이다.

 

왜 영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수상까지 나서서 상하원이 이렇게 논란많은 연구를 허용시킨 것일까? 정말 키메라를 탄생시키려고? 아니면 모두가 부도덕한 생명파괴론자들이어서?

 

그게 아니다. 영국의 이종간 배아허용 가결 그 이면에는 이제 미국과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를 넘어 영국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수립의 리딩국가가 되겠다는 국가적 포부가 숨겨져있다.

 

그들은 인간 난자사용이 엄격히 제한된 분위기 속에서 자국의 과학자들에게 동물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독려하고자 키메라니 뭐니 하는 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이종간 배아연구를 허용했고, 영국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미국 과학자들이 부시 법안에 묶여있는 사이에, 황우석 팀이 논문조작 논란에 묶여있는 사이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수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냉동배아 연구로 미국 특허를 획득한 바 있는 배아줄기세포 전문가 박세필 제주대 교수는 지난 해 국회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해 영국의 이종간 배아연구 허용의 배경은 다름아닌 한국의 황우석 연구였다는 점을 설명한 바 있다.  

박세필.JPG"황우석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종간 핵이식 연구를 했을 당시에, 그 당시에 같이 연구를 하자고 내한했던 영국의 이안 월머트 박사가 아직은 복제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는데 난자가 많이 필요하다 라는 것을 인식하고 영국에 돌아가서 이종간을 해야 겠다라고 자국(영국)의 과학자들에게 이런 분위기가 일어서 이번에 다시 이종간 체세포 핵이식배아를 허용하겠다는 걸, 해외 토픽을 통해서 여러분들은 들었을 것입니다.

영국은 허용하고, 우리나라는 규제하고. 과연 영국이라는 나라가 이종과 체세포 핵이식 배아연구를 허용했다고 해서 우리나라보다 더 비윤리적일까요? 그리고 이것을 앞으로 금지하려고 하는 우리나라는 더 윤리적일까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좀더 곰곰히 생각해봐야 겠다 생각합니다.

- 제주대 박세필 교수 국회토론회 '올바른 생명윤리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발제내용 중 2007.10.9

 

 

   영국 언론의 반응, "이제 영국이 줄기세포 연구에서 세계 리더가 될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황우석 논란 이후 국내에서는 그나마 허용되던 이종간 배아연구도 금지됐다. 언론은 이종간 배아연구를 일컬어 반인반수 키메라가 태어날 수 있는 비도덕적 연구의 표상이라 몰아부친다.

 

그러나 정작 영국 과학자들은 이러한 우려를 '잘못된 정보'라 일축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이 논란에 대해 많은 분량과 지면을 할애, 찬성쪽과 반대쪽의 의견을 균형있게 싣는 한편, 이 연구의 중요성과 개념을 차분히 설명해왔다.

 

"이 연구에는 불법적인 일도, 비윤리적인 일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대단히 큰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반인반수의 동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동물이 아니라 그저 세포일 뿐입니다. 어떤 동물도 이 연구를 통해 창조되지 않습니다." - 런던 킹스칼리지 대학 크리스 쇼 교수 (BBC온라인 뉴스, 'Q&A: Hybrid Embryos', 2008.5.19)

 

요즘도 한국 언론은 이종간 배아연구를 소개함에 있어 '키메라', '반인반수' 등 자극적 단어와 괴물의 삽화를 부각시키며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는 식의 '깜짝 뉴스'로 보도한다. 전형적인 일화중심 프레임이다. 그러나 BBC는 이 연구의 과학적 개념과 의미를 진지하게 다룬 '주제중심 프레임'을 견지해왔다. 다음은 국내 언론에서는 보기 힘든 이종간 배아연구에 대한 영국 BBC의 설명삽화이다.

이종간배아(영국bbc20080519).JPG

                               ▲ BBC 온라인 'MPs back hybrid embryo research' 2008.5.19


한편, 지난 5월20일 이 법안이 영국 하원을 통과했을 때 영국 주요 언론이 보인 반응을 보면 이 연구를 바라보는 주류 영국사회의 속내를 알 수 있다.

 

영국언론(이종간배아).JPG

데일리 텔레그라프지(Daily Telegraph)는 "영국은 지금 줄기세포 연구의 세계 리더가 될 준비를 마쳤다"라는 반응을, 미러(Mirror)지는 "하원은 진보(progress)에 투표했다", 선(Sun)은 "이 연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잠재력이 있다"라는 논평을 달았다. 반면 메일(Mail)지는 "불확실성으로 향하는 거대한 걸음"이라는 신중한 비판입장을 보였다. - BBC온라인 'Embryo vote considered in papers' 2008.5.20

 

 

 

        "체세포 핵이식 연구는 앞으로 거의 1세기 동안 전세계적으로 회자될 분야" 

 

박세필 교수 역시 키메라가 태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결과로 볼 때 전혀 근거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주장이며, 연구에만 국한시켜 철저히 관리한다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전단계로 여성의 난자를 채취하지 않고도 아주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황우석 연구팀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연구가 계속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체세포 핵이식 연구'가 너무도 중요한 과학적 토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2000년도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5년이상된 냉동배아를 가지고 줄기세포를 확립했었습니다. 이 기술을 가지고 2년전인 2005년도에 우리나라에서는 원천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냉동배아 유래의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방법'으로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바 있죠. 냉동배아를 연구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공청회에 나와서 토론자로서 참석하는 그 이유는  바로 이 체세포 배아복제가 너무나도 중요한 그런 토픽이기 때문에 참석하게 된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체세포 복제 연구는 사실 앞으로 거의 1세기 동안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그런 용어가 아니겠느냐. 이렇게 봅니다. 어제 우리가 그런 것을 접했습니다.  노벨의학상에서...물론 여기에는 DNA 재조합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이 더불어지면서 의학상을 받게 됐지만, 여기에 중요한 소스로 사용된 게 바로 동물의 배아줄기세포였습니다.

 

이것은 향후 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체세포 치료용 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이런 측면에서 의학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종간 배아연구의 찬반논란을 벌이고자 쓴 글이 아니다. 최소한 해외에서 이 정도 논란이 일어나기까지 어떤 배경과 속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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